한국철학사상연구회

자유게시판
정신장 주석9-그리스 정신에서 복수와 정의
이병창 2019.08.12 20
정신장 주석8-그리스 정신에서 복수와 정의

1)
이제 정신장 A절 진정한 정신의 a 항 마지막 부분에 이르렀습니다. 우리 책의 248:35부터 251:4까지가 됩니다.

이전까지 헤겔은 국가와 가족 공동체, 즉 인간의 법칙과 신의 법칙 두 가지를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두 가지 법칙, 즉 국가와 가족 공동체는 그리스 정신 전체를 이루는 부분이며 양자가 상호 이행이라는 관계에서 균형을 이루는 것이 그리스 정신의 본질이라 했습니다.

이런 상호 이행의 관계를 다시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인간의 법칙이 지배하는 국가는 통일성을 위해 내적 통일성을 필요로 하면서 신의 법칙을 이행합니다. 반면 가족공동체는 내적 통일성을 가지지만 이미 바기 분열의 씨앗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분열의 씨앗이 곧 아이들 그 중에서도 남자 형제죠. 그들은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하게 됩니다. 이 남자 형제의 관계를 통해 국가가 형성되죠.

헤겔은 이점을 이제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두 가지 중 어느 것도 혼자서 즉자적이며 대자적일 수 없다. 인간의 법칙은 그 자신의 생동적 운동을 통해 신적인 법칙에서 나오며 ... 다시 그쪽[자기가 나온 것]으로 돌아간다. 반대로 지하의 법칙은 지상에서 실현되며, 의식을 통해 현존하고 활동한다.”(248:40-)

이어서 헤겔은 249:6-249:28 한 문단에 걸쳐서 이런 그리스 정신 즉 국가와 가족 두 원리의 균형으로 이루어진 인륜적 본질에 이성 장에 출현했던 여러 계기들이 모두 담겨 있다고 말합니다. 이성 장에서 향락과 맹목적 필연성, 심정의 법칙, 덕 등의 개념이 출현하는데, 그런 것들이 사실은 인륜적 본질의 한 계기였을 뿐이라고 합니다. 이런 개념은 이성 장에서 다루었으니 생략하려 합니다.

2)
이어서 헤겔은 인륜적 정신에서 등장하는 두 원리의 아름다운 균형이 저절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합니다. 국가와 가족, 남자와 여자가 자기 부정을 통해 자기의 반대로 이행하는 과정은 자연스러운 이행의 과정은 아닙니다.

이 과정은 오히려 각자가 자기의 한계를 넘어서면서 그 반대되는 힘에 부딪혀 다시 자기의 한계로 되돌아가는 과정입니다. 즉 한계를 지나치면 처벌, 보복을 받는 과정이죠. 이 보복은 각자의 본래 한계를 회복하는 것이니 정의의 심판이라 하겠습니다.

“전체는 모든 부분의 고요한 균형이다. ...이 균형은 부동일성이 자기 내에서 발생하면서 정의[Gerechtigkeit]에 의해 균형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통해서 생동적으로 될 수 있다.”

그런데 이 정의는 자기에게 외부적인 힘에 의한 것이 아닙니다. 표면적으로는 마치 자기의 대립하는 힘에 의해 처벌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 대립하는 힘이 사실은 자기의 내부에 이미 숨어 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처벌, 정의의 회복은 스스로 자기에게 가하는 것입니다.

더구나 이 처벌은 자기 스스로에 의해 이루어지는 한, 그 처벌은 결코 우연한 것이 아니며 자기의 원리상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 정의는 자기의 저편에 있는 낯선 본질이 아니며, 상호의 장난이나 배신, 배은망덕 등과 같은 정신의 본질에 어울리지 않는 현실도 아니다.”

장난, 배신, 배은 등은 모두 인간 세상에 우연적으로 일어나는 일입니다. 그러나 정의의 힘은 필연적인 것이고 이미 내적으로 예정된 결과입니다.

3)
가족을 처벌하는 자는 정부입니다. 그 정부는 ‘일반적 본질이 자기 앞에 개체성으로 현현한 것’이며 ‘고유하게 자기를 의식한 일반 의지’입니다. 이런 정부는 가족이 정도를 넘어서 국가의 일반성을 침해하면 처벌하게 되죠.

그리스 비극 안티고네에서 정부를 대표하는 클레온은 국법을 침해한 안티고네를 동굴에 가두어 굶어죽게 합니다.

국가를 처벌하여 정의를 회복하는 자는 ‘불법을 당한 개인의 단순한 정신’이죠. 이 단순한[einfach] 정신이란 곧 죽은 혼을 의미합니다. 죽은 혼, 그것이 곧 지하의 힘[Unterirdisch Macht]복수의 여신[Erinnye]이죠.

안티고네에서 국가는 두 형제 중 하나는 애국자로 다른 하나는 반역자로 규정하여 가족적 통일성을 파괴합니다. 바로 이것이 국가가 범한 불법입니다. 이를 처벌하기 위해 안티고네가 나선 것이죠. 안티고네는 죽은 자를 장사지내는 가족의 원리를 두 형제에게 공평하게 시행합니다.

안티고네의 행위에 대해 헤겔은 다음과 같이 서술합니다.

“개인의 혈연 의식은 이런 불법을 해소하니 이제 일어난 것[was geschehen ist]은 작품으로 되고, 따라서 존재, 최후의 존재는 의욕된 것 따라 기쁜 것이다.”


4)
헤겔은 이제 그리스 정신의 상호 대립 과정은 순수한 통일에 이른다고 하면서 A 절 진정한 정신 a항을 끝냅니다. 그런데 헤겔은 이런 대립과정을 상세하게는 b항에서 설명합니다. 이제 b항으로 넘어가기 전에 헤겔이 이 a항을 어떻게 끝내는지 그의 말을 직접 들어보죠.

“인륜의 왕국은 이런 방식으로 존립하는 가운데 어떤 오점도 없이, 어떤 분열로 더렵혀지지 않은 세계이다.”

사실 인륜의 왕국은 신적인 법칙과 인간의 법칙, 가족 공동체와 국가로 나누어졌습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세계는 통일되는데, 그 매개의 역할을 하는 것이 남자와 여자입니다.

인간의 법칙, 국가를 이루는 것은 남자입니다만, 그 남자는 가족으로부터 나오죠. 거꾸로 신의 법칙, 가족을 지키는 것은 여자입니다만, 그 아이 가운데 남자가 자라나면서 가족을 부정하게 되죠. 그래서 헤겔은 이렇게 말합니다.

“남자와 여자의 합일이 전체의 활동적인 매개와 지반을 이룬다. ...그와 같은 합일 속에서 대립된 운동이 하나로 결합한다. 즉 그 운동은 한편으로... 자립적인 구성원으로 유기적인 조직을 이룬 인간의 법칙이 죽음의 위험과 보존으로 전락하는 운동과 다른 한편으로는 지하의 법칙이 대낮의 현실, 의식된 현존으로 상승하는 운동이니, 전자는 남자에 속하고 후자는 여자 속한다.”

0 개의 댓글
(댓글을 남기시려면 사이트에 로그인 해주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