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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 정신현상학 정신장 주석7- 그리스 예술의 고요
이병창 2019.08.01 30
정신장 주석7-폴리스 국가의 모순

1)
이상 헤겔은 그리스 시대정신의 두 세계, 신의 법칙과 인간의 법칙을 설명했습니다. 하나는 국가와 시민의 관계로 이루어진 세계이고, 다른 하나는 가족 성원과 공동체의 관계로 이루어진 세계입니다. 헤겔은 이제 두 세계가 어떻게 내적인 모순에 이르게 되는가를 설명합니다.

우선 인간의 법칙을 보죠. 여기서 국가는 자신을 집행하는 정부를 가집니다. 국가가 일반적 목적의 개념에 해당된다면 정부는 그것을 실행하는 의지가 되죠.

그런데 국가는 또한 자립적 개인으로 이루어집니다. 이 개인은 개인적 목적을 우선적으로 실행하는 개인적 의지를 가지고 있죠. 국가는 여기서 개인적 목적을 실행하는 데 기초가 되는 수단에 불과합니다.

“이 공공의 단체[Gemeinwesen: 국가]는 한편으로는 인격적 자립성, 소유와 인격적이고 사물적인 권리의 체계 속에서 조직된다.”

그러나 국가는 동시에 일반적 목적을 수행하는 독립적인 의지 즉 정보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의지는 개인의 자립적 의지를 넘어서 하나의 단일체로 통일하는 의지입니다.

“일반적 집합체의 정신[정부]은 단순성이며, 스스로를 고립하는 체계[체계의 구성 마디, 개인]를 부정하는 본질이다.”

2)
여기서 개인의 자립성과 정부의 단일성이 대립합니다. 이 관계를 좀 더 면밀하게 본다면, 개인은 정부에 대해 이중적으로 관계하죠.

한편으로 국가가 추구하는 일반적 목적은 개인의 삶이 기초하는 토대가 됩니다. 그러므로 개인은 이런 국가의 의지에 자신을 종속시키죠. 하지만 이런 종속은 자각적인 방식으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개인은 그런 종속을 그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일 뿐입니다. 그것은 누구에게나 태어나면서 자연적으로 주어지는 의무로 간주할 뿐이죠.

이런 고대인의 모습은 그리스 조각상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프리드리히 슐레겔은 그리스 조각상에서 고요함과 충만함을 보았다고 합니다. 이 고요함과 충만함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요? 당연한 것, 자연적 의무를 수행한다는 의식에서 나온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개인이 자립적 존재인 한, 도를 넘어 국가의 의지에 저항할 수 있습니다. 외적이 침입해 들어오는 전쟁은(또는 내부에서 노예의 반란도 같은 경우이지만) 개인의 자립성을 파괴해 국가의 의지에 복종하게 하는 계기가 됩니다.

“고립된 체계가 이런 고립 속에 뿌리내리고 지속하며, 이를 통해 전체를 분열하고 정신을 비산시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정부는 그것을[고립된 체계, 개인] 때때로 전쟁을 통해 뒤흔들어야 한다...그래서 ....해칠 수 없는 대자존재, 인격의 확실성을 추구하는 개인에게 부과된 노동[전쟁} 속에서 그의 주인 즉 죽음을 느끼도록 만들어야 한다.”

3)
그러나 이런 식으로 전쟁을 통해 개인의 자립성을 부정하는 것으로 한계가 있습니다. 전쟁의 시기가 지나면 다시 개인은 자립적으로 개인적 목적을 추구하는 가운데 전체 국가를 갈기갈기 찢어버릴 것이니까요.

따라서 국가가 단일한 의지를 유지할 수 있기 위해서는 정부는 자기와 대립된 가족의 원리 즉 신의 법칙에서 도움을 받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신의 법칙은 가족적 공동체[씨족/부족] 속에서 하나의 단일성을 유지해왔습니다. 이 단일성은 자연적인 혈연을 통한 통일성입니다.
이런 가족적 단일성 개념은 국가가 하나의 단일한 의지를 유지하기 위해 불가피한 요구이죠.

“부정적 본질은 공공 단체의 본래적 권력으로, 그것이 자신을 유지하기 위한 힘으로 나타난다. 공동 잔체는 자신의 권력이 지닌 진리와 뒷받침을 신적 법칙의 본질에서 지하의 왕국에서 얻는다.”

이는 다시 말하자면 고대 국가가 하나의 혈연국가일 수밖에 없었던 필연성을 헤겔이 설명하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이런 혈연성 때문에 고대 국가는 결국 노예국가가 됩니다. 혈연과 노예라는 개념은 동전의 양면이죠. 고대인은 혈연과는 연합하고 혈연을 넘어선 자는 노예로 삼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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