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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현상학 주석 C 절 도덕성(6) 칸트 도덕적 세계관의 결론
이병창 2020.03.07 27
정신 현상학 주석 C 절 도덕성(6) 칸트 도덕적 세계관의 결론


1) 세 가지 요청

앞에서 칸트의 도덕적 세계관, 의무 개념이 세 가지를 요청한다는 사실을 알아보았습니다. 한편으로 도덕 법칙은 현실의 법칙과 대립합니다. 양자가 합치하여 도덕이 실현되고 행복을 얻는 것(완전선)은 하나의 요청으로 이는 현실이 아니라 피안(이상) 세계에서야 도달할 수 있습니다.


다른 한편 도덕 법칙을 실현하는 순수 의지는 욕망의 방해를 넘어서야 합니다. 순수 의지가 욕망을 넘어서려면(최상선) 끝없는 욕망의 순화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인간 영혼의 불멸을 요청합니다.


헤겔은 이어서 세 번째 요청을 제시합니다. 그것은 도덕 법칙이 추상적이지 않고 구체적인 것을 말합니다. 이런 구체적 도덕 법칙은 그 자체로서는 도덕적이지 못하니, 신적인 존재의 보장을 받아서 성스럽게 됩니다. 하지만 그런 구체적 도덕 법칙이 과연 신의 명령인가는 의심스럽습니다.


2) 도덕과 행동의 충돌

이제 헤겔은 칸트의 의무론에 관해 종합적으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립니다.


“도덕적 의식에서 도덕적 세계관은 그 개념이 발전된다는 의미를 갖지 않는다... 도덕의식은 형식의 대립을 의식하지도 못하며 내용의 대립도 의식하지 못한다. .. 그 대립하는 부분들은 계기를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개념이 되지 못하고 그저 전전할 뿐이다.”


여기서 전전한다는 것은 두 가지 즉 행동과 도덕법칙이 서로 충돌하기 때문입니다. 의무는 무조건적 행동을 강조합니다. 그런데 행동을 하려 한다면 욕망과 현실을 고려해야 하고 도덕성을 상실하죠. 거꾸로 도덕성을 강조하다 보면 행동이 나오지 않고 도덕성은 그저 사유에 머무르고 맙니다.


의무는 개념상 도덕성과 행동의 통일입니다. 하지만 그런 개념은 실제로 실현되지는 않죠. 따라서 헤겔은 의무는 다만 사유 속에 머무른다고 합니다. 의무의 실현은 다만 사유 속에서 존재하는 것에 불과하죠.


“왜냐하면 도덕적 의식은 순수한 본질[의무]만을 .... 순수한 지로, 자기 자신으로 안다. 도덕의식은 개념적으로 파악하면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사유하면서 행동한다. .. 그의 자유는 순수한 사유의 자유이다... 그의 대상은 존재하는 것이지만 그것은 동시에 다만 사유된 것에 불과하다.”


도덕 법칙을 실현하는 의지는 욕망이 아니라 자유의지입니다. 하지만 이런 자유의지는 실제로 나타나기보다 생각 속에서 “내가 하려 한다면 할 수 있다"라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하지만 그는 마음뿐입니다. 그는 결코 하려 하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하는 순간 그의 의지는 자유의지가 아니라 욕망에 의해 지배되지요. 그러므로 헤겔은 이렇게 발합니다.


“그러나 그의 자유는 순수한 사유의 자유이다. 자연[욕망]은 마찬가지로 자유롭게 생겨나는 것으로서 이런 자유에 대립한다.”


3) 도덕 법칙의 변증법

도덕적 의식의 출발점은 “현실적인 도덕적 자기의식이 존재한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의무는 무조건적으로 행동하는 것이니까요. 여기서 그가 인식하는 도덕적 법칙은 그의 직접적으로 실제 자아와 통일되어 있습니다. 이때 자아란 곧 자유의지를 말합니다.


그런데 도덕적 의식에서 이 자유의지는 마음뿐입니다. 그의 실제 의식에서는 욕망이 지배하고 있으며, 따라서 이런 도덕법칙의 실현은 무한히 뒤로 미루어지고 맙니다. 그것은 영원과 피안에서만 실현되는 것이지요.


“그러나 도덕적 의식은 이런 통일을 대상으로서 표상하며, 대상을 지배하는 힘을 갖는 개념이 아직 아니므로, 이런 통일은 그에게 그의 자기의식을 부정하는 것이다. 또는 이런 통일은 그의 밖에, 그의 현실의 피안에 속한다. 그렇더라도 이 통일은 동시에 또한 존재한다고 하지만 다만 사유되는 것으로 존재할 뿐이다.”


이런 도덕적 의식이 현실에서 만나게 되는 것은 도덕적 의식과 현실 또는 욕망의 불일치입니다. 그러므로 그는 이제 “도덕적으로 완성된 현실적 자기의식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죠. 그는 자기의 출발점과 정반대되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4) 도덕적 세계관의 결론

이제 도덕적 의식은 자신의 출발점과 자신의 결론을 종합하려 합니다. 이런 종합을 위해서는 자유의지와 욕망, 도덕법칙과 현실의 통일이 필요하죠. 이런 통일을 위해서 각 계기는 하나의 지양된 계기로서 설정됩니다.

도덕과 현실을 통일하는 것이 구체적 도덕 법칙입니다. 여기서 자유의지와 욕망의 통일이 양심으로 나타나죠. 일단 헤겔은 여기서 양심에 대한 얘기는 뒤로 미루고 우선 구체적 도덕 법칙을 살펴보았습니다.


일단 구체적 도덕 법칙에 이르면 서로 무차별하게 존재하던 계기들은 이제는 통일 속에서 들어오면서 더는 무차별하게 존재하지 않고, 지양된 계기로서 존재하게 됩니다.


“두 계기는 내용적으로 본다면 각 계기는 다른 계기로 간주되며 형식상으로는 두 계기의 교환은 다만 표상된 것이 된다.”


하지만 이런 구체적 도덕 법칙에서, 분열은 다만 다른 데로 이전될 뿐입니다. 이제 순수한 도덕적 의식과 신적 존재 사이에 분열이 일어납니다. 구체적 도덕 앞에서 도덕적 의식은 도덕성을 느끼지 못하며, 심지어 신적 존재의 성스러운 명령이라 하더라도, 인정할 수 없습니다. 도덕적 의식은 거꾸로 신적 존재에게 추상적인 도덕 법칙을 요구하게 되죠.


“또는 현실적으로 비도덕적인 것[구체적 도덕 법칙]은 추상적 도덕법칙과 마찬가지로 순수한 사유이며 그의 현실을 넘어선 것이므로[신의 명령], 표상 속에서 도덕적이며, 완전한 것으로 간주된다.”


이제 이런 구체적 도덕에서 세 번째 원리가 등장합니다.


“어떤 개별적 도덕적 법칙이 있으나 다만 관념 속에서만 있다. 아니면 사실 어떤 도덕적 법칙도 없으나, 다른 도덕적 의식[신]에 의해 그런 것으로 간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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