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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천 선생님께 1 / <노자> 사이비와 전문가의 책임
김상철 2009.06.30 2126
김시천 선생님께 1 / <노자> 사이비와 전문가의 책임


안녕하십니까?

먼저 약간이나마 제 소개를 드리는 게 순서일 것 같습니다. 저는 취미로 <노자>를 읽는 50대 중반의 개업 약사입니다. <노자>를 포함한 도가 책들은 대학 때 처음 읽기 시작했고, 제자백가 사상과 중국 선진 시대의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개인적으로 공부했습니다. 직업 상 한의학 책을 많이 보게 되어 나름대로 한문 공부를 한 것도 중국 고전을 원문과 함께 읽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는 제 자신을 도가라고 생각하고, 도가로서 살려고 합니다.

저는 1989년 도올 김용옥의 <노자 왕필 주> 강의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강의 직후 도올 김용옥의 <노자/ 길과 얻음>이 출간됐습니다. 저는 이 책이 그 때까지 나온 번역들 중 가장 낫다고 생각하여 열권 정도 구입해서 친구들에게 선물했습니다. 그리고 몇 개월 후 책을 읽어 보았는가 물으니 그 책을 다 읽어 본 친구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 때 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나는 어떤 종류의 인간들과 같이 살고 있는가? 이들은 이런 데에 전혀 관심이 없는가?” 그러나 제 생각이 잘 못된 것임을 곧바로 알았습니다. 아무리 취미라지만 그래도 10여 년 간 <노자>를 읽은 저도 읽을 때 마다 오리무중을 헤매는 데, 해설도 없는 <노자> 번역 책을 <노자>나 도가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이 그냥 읽는 것은 고문하는 거나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 때, 나라도 먼저 누가 <노자>에 대해 무엇을 물어 보건 간에 모든 가능한 대답을 해 줄 수 있을 정도로 공부를 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국내에서 출판된 <노자> 관계 책과 도가 사상, 제자백가 사상, 중국 고대사 책들을 거의 다 봤습니다. 그리고 중국 책도 조금 읽을 수 있어서 지금은 없어진 삼련서점에서, 그리고 지금은 화문서적에서 중국의 <노자>관계 책을 구입해 보고 있습니다.

저는 전에는 주로 진고응의 책 <노자주역급평개/ 중화서국, 1989>를 기준으로 <노자>를 읽었습니다. 물론 마왕퇴 백서와 곽점 죽간을 참고한 수정판인 <노자금주금역/ 상무인서관, 2003>이 나온 후로는 이 책을 읽습니다. 그렇지만 <노자>의 내용과 노자라는 사람에 대한 많은 부분에서 진선생과 의견을 달리 합니다. 요즘은 유소감의 <노자고금/ 중국사회과학출판사, 2006>을 다시 읽고 있습니다.

제가 이런 말씀을 구구하게 드리는 이유는 단 하나, 제가 <노자>에 대해 아주 문외한은 아니고, 지금은 나름대로 전문가들의 글도 평가할 정도가 된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 일겁니다. 그리고 제 판단으로는 현재 우리나라 학계에는 <노자> 전문가가 몇 명되지도 않고, 그 지식을 대중에게 제대로 알리는 사람은 더 적습니다. 단적인 예로 김선생님이 서평을 쓰신 <노자, 삶의 기술, 늙은이의 노래/ 김홍경, 2003>의 참고문헌 난에 중국, 일본과 미국 등 서구의 <노자> 관계 책은 거의 200종 정도가 실려 있는 데 우리나라 학자의 책은 한권도 없다는 것이 우리나라 학계의 현실을 말해주고 있다고 봅니다.

그나마 <노자>에 대한 소수 전문가들의 연구가 학계 내에서 만 소통되고 있고, 대중들에게는 기본적인 내용도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틈새에 김선생님도 아시리라고 보지만 이경숙의 <노자가 웃긴 남자, 2000>, <완역 이경숙 도덕경, 2004>, 기세춘의 <노자강의, 2008> 같은 책들을 중앙일간지의 서평 담당 기자들이나 문화평론가라는 사람들이 전문가 행세를 하면서 소개하여 <노자>에 대한 오해는 물론 동양학자들에 대한 불신까지 조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기자들의 대표가 중앙일보의 배영대, 문화일보의 김종락 등이고, 문화 평론가라는 조우석(전 중앙일보 기자)과 kbs \책을 말하다‘의 패널로 활약하던 김갑수 등입니다.

이런 사람들 덕으로 쓰레기같은 책을 쓴 이경숙이나 기세춘은 <노자>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 선생님으로 대우받고, 강의를 다니고 있습니다. 이경숙같은 경우는 그런 사람들을 데리고 사이비 종교 단체같은 것을 조직하여 다단계 판매, 기공같은 위험한 행위를 상업적 수입원으로 삼고 있습니다.

<노자>에 대한 오해와 <노자>를 이용한 이런 행위는 막아야 합니다.
  

김선생님의 책 <철학에서 이야기로-우리 시대의 노장 읽기>은 몇 년 전에 읽어 봤고 금년에도 한 번 더 읽었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쓰기 전에 제가 전에 인터넷에서 찾아 읽었던 김선생님의 논문과 글들을 다시 읽어 보았습니다. 저는 김선생님이 도가이며 <노자> 전문가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동안 우연히 이경숙이나 기세춘에 대한 비판 글을 몇 편 쓰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제 글은 사회적 영향력이라는 면에서 학자인 김선생님의 비판에 미치지 못합니다. 물론 전문 학자가 그런 사이비들의 책에 대한 비판을 하기에는 요즘 말로 쪽팔린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사회적 피해가 큰 경우 이런 문제를 회피하는 고고한 학문은 세상과 격리된 자기 위안과 만족을 위한 것일 뿐입니다.


여기에 이런 문제에 대해서 그동안 제가 쓴 몇 편의 글을 올리는 것은 저와 같은 일반인들도 <노자> 전문가로 행세하는 사이비들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이런 인간들이 적어도 중앙일간지 상이나 출판계 잡지의 서평에 실릴 때 제대로 된 비판을 해 주시기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

감사합니다.


2009.06.30. 김상철(노바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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