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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현상학 주석 C 절 도덕성(15)-양심의 도덕적 확신이 지닌 문제점
이병창 2020.03.20 28
정신 현상학 주석 C 절 도덕성(15)-양심의 도덕적 확신이 지닌 문제점

1) 양심의 문제점

앞에서 헤겔은 양심의 문제점을 폭로하면서 우선 인식의 문제를 제시했습니다. 사건을 인식하는 데서, 또한 적용할 일반 법칙을 선택하는 데서 양심은 직관적으로 분명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양심이 무엇을 인식하는지 정확하게 말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사건에 대한 일면적인 인식을 포괄적인 인식으로 주장하든가, 주관적으로 선택한 법칙을 객관적이라고 확신합니다.


이런 문제점은 도덕성의 문제에도 발생합니다. 양심은 자기 확신에서 도덕성 즉 도덕적 느낌을 확인합니다. 하지만 양심이 확신하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불분명합니다. 구체적 도덕일까요? 그렇다면 각자는 서로 대립된 관점을 양심적 도덕이라 주장합니다. 일반적 법칙일까요? 하지만 일반적이라는 것 자체가 모호합니다.


2) 법칙에서 자아에로

이상의 문제를 이어서 헤겔은 양심의 또 하나의 문제점을 제시합니다. 한편으로 양심은 도덕법칙을 자아에서 끌어내면서 이를 확신합니다. 양심은 이를 직관적으로 파악합니다. 그러나 이런 도덕 법칙 자체는 앞에서 보았듯이 그 자체로 도덕적일 수 없습니다. 그것은 양심이 자기 확신이 있었기에 도덕적으로 된 거죠.


하지만 이런 양심의 자기 확신이 지닌 혼란은 앞에서도 말했습니다. 그러므로 양심은 자신은 이런 구체적 도덕을 선택하는 데서 “절대적인 전제를 행하는 권력 Die Majestaet der absoluen Autarkie”으로 간주하면서 이런 자아만이 진정으로 도덕적인 존재로 간주합니다.


“자기를 규정하는 것이어야말로 그러므로 직접적으로 말해서 단적으로 합의무적인 것이다. 그러므로 인식 자체가 의무다. 이 단순한 자아의 본성[Selbstheit]이 진정한 것[An sich ]이다. 왜냐하면 진정한 것[An sich ]은 순수한 자기 동일성[자기 확신]을 지닌 것인데, 이런 자기동일성은 이런 의식[자아]에 있기 때문이다.”


3) 양심의 자아와 타아

이렇게 자아가 어떤 도덕 법칙을 선택하여 이에 대해 자기 확신을 지니게 되면서, 이제 그런 법칙은 객관적인 법칙으로 따라서 누구나 인정해야 하는 법칙으로 선언됩니다.


“이런 순수한 인식이 직접적으로 대타존재가 된다. 왜냐하면 순수한 자기 동일성으로서 순수 인식은 직접적인 것거나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존재는 동시에 순수하게 일반적인 것이며, 모든 사람의 자아의 본성에 해당된다. 또는 행위는 인정을 받고 따라서 실제적으로 된다.”


그러나 헤겔은 양심의 이런 단정이 지닌 문제점을 정말 날카롭게 파악합니다. 우선 양심이 확신하는 것이 일단 수행되면, 그것은 현실적으로 존재하면서 특정한 존재가 됩니다. 그것은 확신 속에 있을 때는 누구나 인정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실제로 그것이 수행되는 순간 타인은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인정할 수 없는 것이 되죠.


“그러나 수행된 다음에는... 이런 자기 동일성은 더는 인식[자기 확신]으로 또는 구별이 직접적으로 지양된 구별로 머무르지 않는다. ... 존재 속에 이런 구별[구체적 도덕법칙]은 지속적으로 정립되면서 그 행위는 일정한 것이 된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자기의식을 갖는 지반과 부등하게 되며, 필연적으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게 된다.”


더구나 이렇게 구체적인 존재를 획득하게 되면, 양심은 스스로 그런 것이 자기가 확신한 것과 다른 것이 되었다고 생각하면서 이제 자신의 행위를 스스로 부정하게 됩니다. 그에게는 그의 자아가 지닌 확신만이 진정한 것이죠.


“행위 하는 의식이나 일반적으로... 인정하는 의식이나 공통적으로 이 행위의 규정성으로부터 자유롭게 된다. 이런 자유 때문에 상호 연관의 공동적 지반[행위, 존재] 속에 존재하는 관계는 오히려 완전한 부등성의 관계로 된다. 그 때문에 이 행위를 바라보는 의식은 자기를 확신하는 행위 하는 정신에 관해 완전한 불확실성에 빠진다.”


“그는 그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곳에서 벗어나 있다. ... 왜냐하면 그에게 진정한 것은 바깥에 투사된 의무와 규정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절대적으로 확신하는 속에서 갖고 있었던 것이기 때문이다.”


4) 양심과 양심의 대립

그러므로 타인은 양심을 믿지 못하게 됩니다. 심지어 그런 양심을 기만으로 간주하죠. 그것은 양심이 자기가 행위 한 것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왜냐하면 양심은 의무의 규정성에 대해 또 즉자적으로 존재하는 것으로서 의무에 대해 자유롭다고 느끼듯이 타인들 역시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양심 자신이 자기를 전치하여 자기가 행한 것과 다른 것을 제시듯이 다른 사람들 역시 그의 행위를 전치하게 됩니다.


“양심이 타인에게 제시한 것을 타인은 스스로 전치할 줄을 한다. 그것은 곧 그들과 다른 자의 자아가 표현된 것이며, 그들 자신의 자아가 표현된 것이 아니다. 그들은 그것으로부터 자유롭다는 것을 알뿐만 아니라 그것을 그들 자신의 의식 속에서 제거해야 하며 판단과 설명을 통해 무화 해야 그들의 자아를 유지할 수 있다.”


이렇게 어떤 행위가 타인의 양심이 인정하는 것이 못된다면, 그것은 이제 양심의 행위가 아니라 그저 비천한 현실에 불과하게 됩니다. 즉 그런 행위는 양심적 행위가 아니라 그저 어떤 쾌락과 욕망을 수행한 것에 지나지 않게 되죠.


“의무로 여겨지고 인정되어야 하는 것은 그것이 의무라는 인식이나 확신을 통해 행위 속에 그의 자아가 인식되는 것을 통해서만 그렇게 된다. 행위가 이런 자아를 그 자체에서 갖기를 중지하는 때 행위는 행위의 본질이 되는 것을 중지한다. 이런 의식이 떠나간 행위의 현존은 비천한 현실이며, 그 행위는 그의 쾌락과 욕망의 실행으로 우리에게 나타난다.”


5) 양심의 언어

헤겔은 자아와 타자, 행위 사이의 관계를 언어에 비추어서 설명합니다. 언어는 내가 부여한 의미가 있어야 언어가 됩니다. 그 의미는 물론 내가 부여했지만 그것은 타인도 이해해야 하는 겁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의미이죠.


마찬가지로 양심의 행위도 그렇습니다. 행위는 양심이 확신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 확신은 양심이 주관적으로 확신하는 겁니다만 타인도 마찬가지로 확신해야 하는 것이죠. 그것은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확신입니다.


헤겔은 이를 ‘양심의 언어’라고 말합니다. 이는 한편으로 양심이 언어에 비유한 것이면서 동시에 양심이 언어적인 것에 그친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사실 많은 양심 주의자는 자기를 언어적으로 호소하죠. 나의 양심을 믿어달라고 말이죠.


양심의 언어는 이런 점에서 그 이전에 나타난 여러 정신적 언어와 대비됩니다. 인륜적 정신에서 등장한 언어는 관습의 명령이었습니다. 교양에서 등장한 ‘분열된 언어’는 항상 자기의 반대로 전도되는 언어였습니다. 도덕적 세계관에서는 도덕 법칙은 실제 자아와 대립하면서 항상 사유에 머무릅니다. 그러므로 헤겔은 도덕적 의식은 차라리 ‘침묵적’이었다고 말합니다.


양심의 언어는 곧 개체의 확신이지만 모두에 의해 인정되는 것이죠. 그러나 언어와 양심은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습니다. 언어의 의미는 누구나 실제로 인정하는 겁니다. 그러나 양심의 확신은 타인의 인정을 요청하지만 실제 타인이 인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확신 속에서만 행위는 의무가 된다. 그 행위는 단지 확신이 언표 됨을 통해서 의무로 여겨진다. 왜냐하면 일반적 자기의식은 다만 존재할 뿐인 특정한 행위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이다. 현존으로서 행위는 일반적 자기의식이 볼 때 아무것도 아니고, 그것이 의무라는 확신이 중요한 것이며, 이것이 언어를 통해 현실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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