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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현상학 주석 C 절 도덕성(2) a 도덕적 세계관
이병창 2020.02.27 26
정신 현상학 주석 C 절 도덕성(2) a 도덕적 세계관


1) 헤겔과 칸트

서론에서 자기 확신하는 정신의 개념이 세 가지로 설명되었습니다. 그 개념은 일반적 규범, 즉각적 동기, 자유라는 동기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자기 확신하는 정신은 칸트의 의무 개념, 셸링의 양심 개념, 마지막으로 종교적 믿음 개념으로 발전합니다. 첫 번째가 의무 개념이 이제 C 절 a 항 도덕적 세계관에서 다루어집니다. 우선 의무 개념에 대해 헤겔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선 의무의 원리는 소위 일반적인 법칙입니다. 사실 칸트에게서 더 중요한 문제는 도덕의 일반적 법칙을 어떻게 발견하는가 하는 데 있습니다. 이런 법칙을 의무의 원리로 규정하는 것은 차후의 문제이죠. 즉 그것을 실천하는 방식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헤겔은 칸트가 어떻게 일반 법칙을 발견했는가에 관해서는 논의를 생략합니다. 그리도 대뜸 이 일반 법칙을 실현하는 의무의 문제로 들어가죠.


아마도 헤겔은 칸트가 일반 법칙을 발견하는 과정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보았을 겁니다. 그는 정신현상학에서 이미 이성의 과정을 통해서 도덕의 일반적 법칙이 출현한다고 보았습니다. 시장을 통해서 사회에서 객관적 가치가 규정되는 과정과 마찬가지로 도덕의 일반 법칙[실체]은 사회적인 상호작용을 통해서 형성한다고 보았습니다.


그 이후 헤겔에서는 이런 일반 법칙을 어떻게 실현하는가가 문제입니다. 그게 정신 장에서 전개되는 주 과제이죠. 이미 C 절에 이르면, 개인의 자아는 이런 일반 법칙을 자신의 목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것을 자각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 첫 번째 방식은 의무라는 방식으로 이를 수행하는 것인데, 그렇기에 여기서 헤겔은 칸트의 의무 개념을 불러내게 된 겁니다.


2) 칸트의 도덕 법칙

헤겔과 달리 우리로서는 칸트의 의무 개념이 어떻게 나오게 된 것인지 잠시 칸트로 돌아가서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칸트는 이런 도덕의 일반 법칙을 일반화의 원리를 통해서 발견하려 했습니다. 그 출발점은 어떤 준칙이죠. 그것은 욕망으로부터 출발합니다. 한 사회에서 경험적으로 어느 정도 일반화되는 욕망의 추구가 준칙으로 나타나죠.


칸트는 경험적으로 욕망 추구의 완전한 일반화는 불가능하다 봅니다. 만일 그게 가능하다면 거기서 도덕의 일반 법칙을 끌어낼 수 있겠죠. 하지만 경험은 경험인지라 개연성을 얻을 뿐 일반성을 얻을 가능성은 없죠.


따라서 여기서 칸트는 소위 사유의 모험을 감행하죠. 즉 사유의 일반적인 형식으로 이런 준칙을 시험하는 겁니다. 즉 이런 준칙을 누구나 어느 때나 실행한다고 가정하면서 그 결과가 모순이 아닌지를 확인하는 겁니다. 만일 모순이 아니라면 그 준칙은 이제 일반적 도덕법칙의 자격을 획득하게 됩니다.

이렇게 준칙을 검증하는 사유의 일반적 형식을 칸트는 도덕의 선험적 개념 즉 도덕의 일반 원리로 규정하죠.


그 결과 칸트의 도덕 법칙은 사실 형식적입니다. 물론 어느 정도 경험적으로 일반화된 준칙에서 출발합니다만 도덕 법칙 자체는 누구든지 어느 때든지 실현되는 것이니 현실을 넘어선 순수한 선험적 개념이 되죠.


3) 칸트에서 자유의지

칸트는 이런 도덕의 일반 법칙을 세운 다음, 과연 이런 법칙을 실현하는 인간의 의지가 있는가를 고민했습니다. 여기서도 칸트는 경험적으로 발견되는 의지인 욕망에서 출발합니다. 하지만 욕망은 이런 일반 법칙을 실현하려 하지 않습니다.


욕망은 쾌락을 지향하는 것이고 이 쾌락은 현실적으로 실현되는 데서 얻어지는데, 도덕 법칙은 현실을 넘어선 것이기에 욕망은 때로 이를 실현하려 하겠지만 거의 대부분 회피하려 들겠죠. 도덕 법칙은 순수한 개념으로 비현실성을 지니기 때문입니다.


칸트는 이제 이런 도덕 법칙을 실현하는 의지가 인간에게 있을 것으로 보았습니다. 여기서 그 유명한 가정이 제기되죠. 해야 하니까 할 수 있다는 가정이죠. 그래서 칸트는 인간에게 도덕 법칙을 실현하는 의지가 있다고 가정했고, 이것이 바로 자유의지입니다.


이 자유의지는 흔히 이야기하는 자유와는 구분됩니다. 흔히 이야기하는 자유는 욕망의 자유이죠. 내가 욕망하는 것은 무엇이든 추구할 수 있다는 것, 즉 욕망을 억제하는 사회적 또는 심리적 제약을 거부하는 자유입니다.


반면 칸트의 자유의지는 도덕법칙을 실행하는 것이고, 그것은 쾌락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도덕 법칙이 도덕 법칙이므로 실행하려는 의지입니다. 이를 칸트가 자유라고 했을 때 그것은 사유에서 의지가 아무런 중단 없이 저절로 발생한다는 측면을 말합니다. 간단히 말해서 즉각적으로 행동하게 된다는 것이죠. 누구나 도덕 법칙을 알면 그것을 행위 하지 않을 도리가 없습니다. 저절로 행위 하게 되니까요.


또한 칸트는 이것을 순수 의지라고 규정합니다. 동기의 순수성 때문입니다. 여기서 순수성이란 곧 욕망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의무라고 규정한 것은 이 의지가 나가서 결국 욕망과 대립하기 때문입니다. 이 의지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욕망하는 힘이 억제되고 배제되어야 합니다. 여기서 해야 한다는 당위, 의무의 요소가 등장하게 되죠.


4) 헤겔에서 의무의 개념

헤겔은 도덕적 세계관에서 칸트의 도덕론을 비판하면서 도덕 법칙 이야기는 뛰어넘고 바로 의무 개념에서 시작합니다. 칸트에 대한 언급은 없지만 내용상 칸트 의무론이라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자기의식은 의무를 절대적 본질로 안다. ... 이런 실체는 그 자신의 순수한 의식이다.”


그러고 나서 바로 헤겔은 이 의무 개념이 지닌 한계를 지적하기 시작합니다.


“의무는 자기의식에 대해 낯선 것이라는 형식을 가질 수 없다. 그러나 도덕적 자기의식은 자체 내에 폐쇄되어 있으므로 아직 의식으로 정립되지 않았고 고찰되지 않는다.”


이것은 의무가 지닌 자유의지의 측면을 말합니다. 의무는 도덕 법칙을 알면 바로 행동하기에 즉 즉각적 행동으로 나간다는 측면에서 자유로운 겁니다. 그러나 칸트에서 이런 의무는 타자적 존재에 제약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 도덕적 자기의식은 그 개념상 매개와 부정성 즉 타자적 존재에 대한 관계를 가지며 따라서 의식이다.”


헤겔은 의무를 제약하는 타자적 존재를 두 가지 차원에서 논의합니다. 하나는 현실이고 다른 하나는 욕망입니다. 우선 현실의 측면을 보죠.


5) 현실의 법칙

한편으로 의무는 추상적 선험적 법칙이고 따라서 구체적 현실에 대립합니다. 의무는 추상적 법칙을 본질로 여기고 현실은 무의미한 것으로 또 무차별한 것으로 간주하죠. 이런 현실은 그 자체 내에 고유한 법칙을 지니게 됩니다. 그런 법칙은 도덕 법칙과 무관한 것입니다.


“도덕적 자기의식이 완전하게 자기 내에 폐쇄되어 있으므로, 도덕적 자기의식은 이런 타자적 존재에 대립하여 완전하게 자유롭고 무차별하다.


....대상은 이를 통해 고유한 개체성으로 자기 내에 완성되는 세계가 된다. 이 세계는 고유한 법칙을 지닌 자립적인 전체이며 마찬가지로 자립적인 길을 가고 자유롭게 자기의 법칙을 실현한다.”


의무는 도덕 법칙을 본질로 여기고 이를 즉각적으로 행동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고유한 법칙을 가지고 있으니, 의무의 실행이 그 목적을 달성하게 될 것인가는 의문이 됩니다. 그의 목적과 그의 현실 사이의 통일은 전적으로 우연에 맡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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