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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현상학 주석 C 절 도덕성(3) - 칸트의 도덕적 요청
이병창 2020.02.28 33
정신 현상학 주석 C 절 도덕성(3) - 칸트의 도덕적 요청


1) 의무와 행복

앞에서 설명했듯이 의무는 도덕 법칙을 본질로 여기고 현실은 무의미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현실은 도덕 법칙과 다른 고유한 법칙에 따르니, 도덕 법칙의 실현이 현실 속에서 이루어질 것인가는 전적으로 우연에 맡겨져 있습니다. 이것은 칸트의 의무론이 추상적 법칙이라는 사실에서 나오는 한 불가피한 결론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도덕적 세계관은 행복을 포기하면 되는 것이 아닐까요? 도덕적 세계관 자체는 의무를 의무로 수행하는 것이니, 도덕의 실현 즉 행복과는 무관합니다. 또 도덕적 세계관이 양심으로 발전하면, 양심은 도덕적 행위 자체에서 즐거움을 얻습니다.


그러나 도덕적 세계관 즉 칸트의 의무론은 이런 행복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칸트주의자에게 도덕이 실현되지 않는 세상은 부정의한 세상이 됩니다.


“도덕적 의식은 오히려 그 자신과 현존의 불일치 즉 .. 자기가 실현되는 것을 보는 것을 단념하게 하는 부정의에 대해 한탄한다.”


그렇다면 도덕적 세계관, 의무론자는 의무를 의무로 수행하면서도 왜 행복을 즉 도덕의 실현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일까요?



2) 사드와 혁명가

헤겔은 이렇게 말합니다.


“도덕적 의식은 행복을 단념할 수 없다.” ....“순수한 의무로 언표 된 목적은 본질적으로 자기에게서 개별적인 자기의식을 포함한다는 측면을 갖는다. 개별적인 확신과 그것에 대한 지가 도덕의 절대적 계기를 이룬다.”


다시 말해 도덕적 의식이 분열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말입니다. 즉 도덕적 의식은 한편으로는 자유의지를 가지고 의무를 수행합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 도덕적 의식은 욕망하는 자아[즉 개별적인 자기의식]를 갖고 있습니다. 욕망은 행복을 얻기를 바랍니다. 이 두 자아가 교차하면서, 한편으로는 의무를 수행하면서 행복을 바라는 일이 생깁니다. 다른 한편에는 욕망을 자유 의지로 수행할 수도 있겠죠.


의무론자의 이런 이중적 성격은 예를 들어서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드는 칸트의 의무 개념을 비틀어서 소위 사드의 법칙을 만들었습니다. 그 법칙은 이렇습니다. “누구나 타인의 육체를 마음대로 사용하게 하자.” 이것은 칸트의 형식적 일반성의 원리라는 기준을 통과합니다. 그래서 도덕의 법칙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이 도덕의 법칙은 쾌락을 의무적으로 실현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문제가 되는 예는 즉 의무를 수행하면서도 행복을 포기하지 않는 자의 예로서는 민족 해방의 투사나 사회주의 투쟁에 참여한 혁명가를 들 수 있겠죠. 그들은 이것이 자신의 의무로 간주합니다. 그래도 다른 한편 이런 투쟁을 통해 마침내 그 실현된 결과를 포기하려 하지 않죠. 두 가지 마음이 미묘하게 함께 작동합니다.


3) 의무의 이중성

예를 들어 설명했습니다만 헤겔 자신의 추론을 들어 보죠.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목적이 대상으로 되는 것, 의무의 충족을 요구하는 이 계기는 자신이 실현된 대상이 되는 것을 직관하고자 하는 개별적 의식이며, 또는 행복이다. 이 행복은 신조로서 고찰되는 도덕의 개념에 직접적으로 놓여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도덕의 실현이라는 개념에 놓여 있다.”


즉 행복에의 요구는 도덕적 의식에 본래적으로가 아니라 부차적으로 들어있다는 겁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왜냐하면 이 신조는 행동과 대립하는 신조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고 자기를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기 때문이다.”


왜 도덕의 실현이 다시 행복을 요구하게 되는 것일까요? 신조가 행동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자유의지가 작동해야 합니다. 그러나 의무론자에게서 자유의지는 아직 충분한 힘을 갖지 않아요. 그래서 이 신조가 행동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욕망의 힘이 작동해야 합니다. 이런 어떤 의무를 즉 일반적 도덕 법칙을 욕망을 통해 수행한다는 기묘한 비틀림이 여기서 발생하니, 여기서 행복에 대한 요구가 발생하게 된다는 겁니다.


결국 의무의 행위는 이중적입니다. 한편으로 자유의지의 행위이고 다른 한편으로 욕망의 행위이죠.


“ 충족된 의무는 한편으로 순수한 도덕적 행위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개체성의 실현이다. 추상적 목적에 대립하는 개체성의 측면으로서 자연[자연적 욕망]은 이 추상적 목적과 하나가 되어 있다.”


4) 도덕적 요청

칸트는 도덕 법칙을 의무를 통해 수행한다고 하면서, 이 도덕법칙의 실현이 행복이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도록 요청합니다. 잘 알려진 대로 세 가지 요청이 있죠. 최상선과 완전선 그리고 신의 존재이죠.


여기서 최상선이란 자신의 욕망을 제거하고 완전히 순수한 의지가 되는 것이며, 완전선이란 도덕의 목적이 현실에 완전하게 실현되어 행복의 결과를 이루어내는 것이며 이런 최상선과 완전선은 지상에서는 이루어지기 힘드니 신의 세계가 있어서 이런 최상선과 완전선이 이루어지는 세계가 요구된다는 겁니다.

지금까지 말한 것에서 헤겔은 우선 도덕이 자연[지상]에서 실현되어 행복한 결과가 이루어지기를 요청합니다. 도덕과 자연의 통일이죠.


“도덕과 자연의 조화, ...도덕과 행복의 조화는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것으로 사유되거나 또는 요청된다..... 이런 요청된 존재는 우연적 의식의 표상에 속하는 것이 아니며, 도덕성의 개념 자체에 있다. 이 도덕성의 진정한 내용은 순수한 의식과 개별 의식의 통일이다.”


이런 요청은 도덕으로 행위 하는 개별 개인에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의무론의 개념에 본질적으로 속한다는 말입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의무론은 도덕의 실현을 자유의지[순수 의식]과 개별적 의식의 욕망에 이중적으로 맡기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현존을 요청하는 것, 즉 양자의 통일은 그러므로 소망과 같이 도달하는 것이 불확실한 것이 아니며, ... 이성의 요청이다.”


‘이성의 요청’이라는 말이 흥미롭습니다. 이 요청은 사실 요청하는 것인데, 이는 결코 실현되기를 바라지 않는 요청이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필연적으로 요구하는 것이죠. 그러므로 무한히 그 실현이 미루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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