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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의 문제를 멍하니 바라보는 진보
이병창 2013.01.21 432
통일의 문제를 멍하니 바라보는 진보



언제부터인가 진보는 남북의 통일에 대해 침묵한다. 이명박 정부 5년간 남북은 답답한 대결을 이어갔고 그 사이에 단 한 번의 대화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진보 운동 가운데 이런 답답함을 뚫어 보려는 어떤 적극적인 시도도 없었다.



이명박 정부에게야 남북 간의 긴장된 대결이 그 자신의 생존 조건이니 사사건건 일을 비틀어 남북 간의 관계를 악화시키고 대결을 조장하는 게 자기들로서는 당연하다고 하겠다. 그런데 이 때문에 고통당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진보가 기초하고 있는 바로 그 민중이 아닌가?



그런데도 진보는 지난 5년 동안 이 답답한 국면을 해소하려는 어떤 시도도 하지 않았다. 정말 이상한 일이 아닌가? 진보는 마치 남북의 통일 문제를 다루는 것은 정권의 특권인 것처럼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고 그저 정권이 교체되기만 목 빼고 기다리고 있었다. 왜 진보가 이 모양인가? 생각해보자. 과연 이렇게 손 놓고 멍하니 바라보는 것이 진보가 할 일인가?



남북의 통일 문제를 다루는 것은 정말 정부의 특권인가? 과거 통일의 물꼬를 트기 위해 임수경 의원이나, 고 문익환 목사가 벌였던 대담한 행동을 생각해보자. 그때는 남북의 통일을 위해 진보가 정부보다 한 걸음 앞서 달려 나가지 않았던가? 그때 정부가 어떤 역할도 하려 하지 않기에 진보가 스스로 통일 운동에 뛰어들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통일의 문제를 진보 운동이 다루는 것이 효율적이 아니기 때문인가? 사실 진보 중 일부는 그런 효율성을 들어서 차라리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 통일 문제를 다루자 할 것이다. 물론 정권이 움직인다면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고 그것이 훨씬 더 효율적일 것이다. 과거 김대중 정권이나 노무현 정권이 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그렇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금 효율성만을 따질 일은 아니지 않는가? 도대체 정권이 대결국면만을 조장할 뿐이고 남북의 관계는 더욱 악화될 뿐이니 누구라도 이렇게 굴러 떨어지는 돌멩이를 막아야 할 것이 아닌가? 그러니 진보운동이 나서서 민간차원에서 물꼬를 틀어야 하지 않을까? 다시 한 번 과거 임수경, 문익환의 결단을 생각해 보자. 진보가 의지를 가진다면 정권의 방해나 억압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는 일이 전혀 없지는 않았을 것이 아닐까?



결국 생각해보면 결국 의지의 문제이다. 진보가 통일 문제에 대해 5년 내내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던 것은 진보의 의지가 죽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진보로서 발목이 묶인 점도 없지 않다. 언제부터인가 같은 진보 세력 내부에서부터 종북이라는 악의적인 비난이 악성종양처럼 자라났으니, 통일을 지향하는 진보세력은 감히 숨조차 제대로 못 쉴 지경이었다. 우선 몸이라도 챙기기 위해서 일단 오해를 불러일으킬 일을 피했어야 했으니, 결과적으로는 남북의 대결이 악화됨에도 불구하고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을 뿐이다.



심지어 이런 종북이라는 비난이 때려잡은 것은 통일 지향 세력만이 아니었다. 심지어 통일 문제에 적극적인 개혁적 세력조차도 이런 비난이 두려워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번 대선에서 안철수, 문재인 후보의 정책을 보라. 남북의 통일 문제는 그들의 정책에서 있으나마나 한 정책이 되고 말았다. 그들은 차라리 남북 통일에 대한 그들의 정책이 주목받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처럼 보였다. 얼마나 종북이라는 비난이 두려웠으면 그렇게 했을까?



사실 남북 통일에 관한 적극적인 정책은 어떻게 보면 보수 세력과 차별화하고 중도세력까지도 끌어들일 수 있는 좋은 정책이다. 그것은 역사적으로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 이루었던 자랑거리가 아닌가? 그런데도 불구하고 안철수, 문재인 후보는 자기들의 자랑거리를 이렇게 감추기에 급급했다. 반통일 보수 세력이야 이런 종북이라는 비난을 시작한 일부 진보세력이 얼마나 고마웠겠는가?



진보와 개혁 모두를 묶어서 때려잡아준 일부 반통일 진보세력의 이적행위는 정말 말로 다할 수 없는 분노를 일으킨다. 선거 후반에 반통일 진보 세력이 안철수, 문재인 후보들과 연대했다는 것을 생각해 보자. 이들은 자기들이 연대했던 세력을 등 뒤에서 찌르고 있었으니 자가당착도 이만한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진보를 파괴시켰던 출발점이 종북이라는 비난이었다. 그렇다면 진보를 다시 세울 출발점 역시 여기에 있을 것이다. 반통일 진보라는 악성종양을 회피하려 한다면 영원이 이 악성종양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여기에 종북이라는 비난의 목덜미를 물어뜯는 적극적인 행위가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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