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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현상학 정신 장 2절 계몽주의 주석(12)- 프랑스 혁명 비판
이병창 2020.02.07 31
정신현상학 정신 장 2절 계몽주의 주석(12)- 프랑스 혁명 비판


1) 절대적 자유의 세계

앞에서 유용성의 세계가 절대적 자유로 변화하는 과정이 설명되었습니다. 유용성의 세계는 목적과 수단이 끊임없이 교체되는 세계입니다. 절대적 자유는 개념의 부정적 활동이 개별 대상의 자립성을 제거하면서 세워지는 세계입니다.


이런 절대적 자유와 더불어 정신이나 물질의 모든 구별, 체계가 사라지고 맙니다. 개념의 “부정성이 모든 계기를 침투하면서”, 모든 것 속에서 이런 개념의 부정성이 활동하게 됩니다. 이 부정성은 곧 개인의 부정성이 아니라 보편적 개념의 부정성입니다.


“각 개인의 자아를 곧 의지의 개념[이 표현되는 것]으로 파악하며, 모든 집단을 이 의지의 본질[이 표현되는 것]로 파악한다. 따라서 다만 전체적인 노동인 하나의 노동에서 자기를 실현할 수 있다.“


여기서 ‘전체적인 노동인 하나의 노동’이란 결국 정치적 활동을 의미할 겁니다. 헤겔의 이 말은 프랑스 혁명 중 모든 집단이 본업을 제쳐 두고 정치적 투쟁에 나섰던 사실을 시사하는 말로 보입니다.


2) 최고 존재

그 결과는 대상의 “자립성이 사라진 시체들 위에 ‘최고 존재’가 떠돌아다니는” 세계죠. 이 ‘최고 존재[Etre Supreme]’란 곧 부정성을 휘두르는 주체인 개념, 즉 보편적 자아입니다. 이런 표현 자체는 루소가 말한 일반 의지를 상기합니다. 헤겔은 루소의 이 최고 존재를 절대적 자유를 상징하는 말로 이해합니다.


그는 이 최고 존재의 모습이 “김빠진 가스가 얇게 퍼진 것”과 같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이 개념의 부정적 활동 앞에서 모든 것은 자신의 고유성을 상실하고 그 앞에서 자립성을 상실하기 때문입니다.


자립성이 사라진 대상은 이미 최고 존재, 개념의 부정적 활동의 지배 아래 있으므로 양자의 대립은 이미 더 이상 대립이 아닌, 가상적인 대립에 불과하죠. 따라서 양자의 관계는 “자기의식이 자기 내에서 운동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이 최고 존재는 개별적 자아가 자신 속에서 일반적 자아를 발견하고 스스로 일반적 자아로 규정하는 것이니, 계몽의 출발점인 데카르트적 자아가 여기 다시 등장합니다.


“일반 의지는 자기 내부로 물러난다. 그리고 일반적 법칙과 일반적 작품이 개별 의지에 대립한다. 그러나 이런 개별 의식은 자기를 직접적으로 일반 의지로 의식한다. 개별 의식은 자기를 의식하지만 자기를 의식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즉 그의 대상은 그 자신에 제시한 법칙이며 그 자신이 수행한 작품이다.”


3) 민주주의 비판

헤겔은 만일 이런 관점에서 프랑스 혁명 중의 민주주의에 대해 비판적으로 말합니다.


① 여기서 대상은 “의식에 대립하는 자유로운 대상”이라는 의미를 지니지 못합니다. 그 결과 어떤 “긍정적 작품도” 세워지지 않죠.


이것은 혁명 정부가 불안정하게 요동치는 것을 말합니다. 혁명 정부는 세워졌다가 무너지기를 반복했거든요.


② 그런 것이라면, 지속적 존재일 것이고, 차이를 지닌 것이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차이는 “입법, 사법, 행정이라는 권력”으로 구분될 것이며, “교양 세계에서 생겨난 여러 실재하는 본질(이데올로기]”이거나 “노동활동의 특수한 집단[신분]”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은 혁명정부가 권력 분산 없이 입법부 산하에 삼권을 통일적으로 장악하여, 하나의 통일체로 움직였던 것에 대한 비판으로 보입니다.


③“일반적 자기의식은 자기가 입법한 것에 복종한다는 표상을 통해서, 또는 입법과 일반적 활동에서 그 자신이 대변한다는 것을 통해 기만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 “왜냐하면 자아가 단지 대변되고 표상되는 곳에서는 자아는 현실적이지 않으며, 대리되는 것에서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은 혁명정부가 말로는 법에 복종하고, 일반적 이익을 위해 일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바로 이런 상황이 혁명 정부의 상황입니다. 헤겔은 이런 비판을 통해 혁명 정부가 아직 진정한 의미에서 정부로서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주장합니다.


4) 진정한 일반 의지

헤겔은 진정한 의미에서 혁명 정부가 세워지기 위해서는 프랑스 혁명에서처럼 일반 의지가 개별 의지 속에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일반 의지가 고유한 개별 의지로 출현해야 한다고 봅니다.


즉 일반 의지를 구현하는 개인이 출현하고 나머지 개인은 그런 일반 의지의 현신인 개인의 의지에 종속하는 방식입니다. 이것은 헤겔이 왕이나 영웅에 복종하는 독재를 지지하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이런 복종은 오히려 이 왕이나 영웅이 일반 의지를 구현하는 한에서 일어나는 것입니다.


“일반자가 행위에 이르기 위해서는 일반자는 개체성이라는 일자 속에서 집중되어야 하며 개별적 자기의식을 그 정점에 세워야 한다. 왜냐하면 일반적 의지는 단지 일자인 하나의 자아 속에서만 실제 의지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체제에서는 모든 타인은 이 전체에서 배제되고, 제한된 몫만 인정되니, 이 개인의 행위는 더는 “실제적인 일반적 자기의식의 행위는 아니게 될 것”이라 합니다.


그러므로 헤겔은 절대적 자유의 체제 속에서는 어떤 긍정적인 결과도 나오지 않고 다만 “소멸의 공포”만이 지배한다고 말합니다.


5) 공포 정치

헤겔은 절대적 자유가 두 극단으로 나누어진다고 합니다. 하나의 극단은 “단순한 무자비한 보편성[혁명 정부]”이며 다른 극단은 “분산된 점이며 절대적으로 단단해 쉽게 깨어지고, 자만에 가득 찬 실제 자기의식[개인]“입니다. 양자는 각자 절대적으로 고립하죠.


보편성은 이 개인의 현존을 부정하는 활동입니다. 이 개인에게 남아 있는 것은 다만 “추상적 현존”일 뿐이며, 만일 그 현존에 어떤 구체적 내용이 들어가는 순간 그 현존은 곧 부정됩니다. 그 결과 남는 것은 죽음, 그것도 “어떤 내적인 외면이나 충족도 갖지 않는 죽음”입니다.


“이 죽음은 가장 냉혹하고 가장 흔한 죽음이며, 양배추를 써는 것이나 한 잔의 물을 마시는 것 이상의 의미가 없는 것이다.”


6) 분파와 정부

또한 혁명 정부 역시 순수한 부정성의 활동이므로 결국 그 자신조차 부정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혁명 정부는 순수한 일반성이며 추상적이므로 어떤 구체적 내용을 가지게 됩니다. 그 순간 혁명 정부는 일반 의지로서 인정을 받지 못하게 되죠.


“혁명 정부는 하나의 점으로부터 나오는 의욕이며 실행이므로, 일정한 질서나 행위를 수행하고자 하고 실행한다. 혁명 정부는 한편으로는 다른 개인들을 자신의 행위로부터 배제하지만 다른 한편 자신을 일정한 의지를 지닌 개체로서 구성하니, 이는 일반 의지에 대립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혁명 정부는 하나의 분파 외에 다른 어떤 것으로도 나타날 수 없다.”


정부가 하나의 분파라는 점에서 이 정부는 일반 의지 자체에 의해 다시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7)혐의법

모든 혁명 정부가 결국 일정한 의지를 실행할 수밖에 없으므로 그것은 존재하는 순간 이미 일반 의지에 대립하는 죄를 저지르는 가능성을 지니게 됩니다. 여기서 소위 협의법이라는 것이 제정됩니다.


“실제적 일반 의지로서 혁명 정부에 대립하는 것은 다만 비실제적인 순수한 의지 즉 의도이다. 따라서 혐의가 있으면 그것으로 책임이란 의미와 영향을 갖게 된다.”


이런 혐의는 다만 내면적인 것이며 아직 실행된 것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혐의만 가지고 처벌할 때는 그 실제 행위를 통해 얻은 이익을 뺏을 수는 없으니 그 존재 자체를 뺏을 수밖에 없게 됩니다. 이것이 프랑스 혁명 중에 혐의만으로 사형시켰던 이유가 된다고 헤겔은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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