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학사상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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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의 심사위원 진중권 교수에게
이병창 2012.05.28 727
사상의 심사위원 진중권 교수에게 .



지금 낡은 진보를 척결하고 새로운 진보를 세우는 작업이 혁신이라는 미명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 혁신의 흐름에 자발적으로 참가하지 않는 자가 있다면 그에게는 몽둥이가 기다리고 있다. 지금 곳곳에서 낡은 진보를 고백하고 참회하라는 사상전향의 공작이 진행되고 있다.

그 선두에 선 자, 그가 바로 진중권 교수이다.

진중권 교수는 이제 국회의원의 사상을 검증하자고 한다. 북한에 대해서, 북핵과 천안함과 삼대세습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라는 것이다. 그것을 밝힌다면 그에 따라서 그가 종북파인지 아닌지를 판단하여 주겠다는 것이다.

나는 모르겠다. 공직자의 의무에 이웃나라의 내정에 대해서도 자기 입장을 고백해야 하는 것인지. 그러면 공직자는 의무적으로 일본의 자민당에 대한 입장과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략에 관한 입장과 중국의 인권문제에 대한 입장도 고백해야 하는 것인지?

그런데 그렇게 고백한다면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되는가? 누가 이렇게 물을 지도 모른다. 진중권 교수의 대답은 간단하다. 그건 나는 모른다. 내가 맡은 임무는 그저 판단하는 것일 뿐이라고. 하기야 그 다음은 진중권 교수가 맡은 일은 아니다.

그가 홀가분한 마음으로 그리고 아마 두둑한 찬사를 받으면서 심사석을 떠나간 다음에 그 자리로 찾아오는 자들이 있다. 그들은 누구인가? 아마도 먼저 조중동이 나타날 것이다. 조중동은 준엄하게 선언할 것이다. 여기는 대한민국이고 종북파인 당신이 있을 곳은 저기라고. 이 땅에서 떠날 때까지 우리는 나발을 불어 당신의 숙면을 방해할 것이라고. 그리고 조중동이 떠난 그 다음은?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한번이라도 안기부에 끌려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잘 알지 않을까?

70년대 초 박정희에 의해 자행된 사상전향 공작의 그 끔찍한 역사를 기억하는 사람은 물론 더 잘 알것이다.

물론 오늘 진중권 교수가 심사하는 대상은 국회의원이라는 공직자에 제한될지 모른다. 참으로 심사 대상을 공직자로 제한하는 진중권 교수의 너그러움에 감사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 나는 공직자가 아니기 때문에 고백을 하지 않아도 되는 모양이다. 그러나 과거 미국에서 일어난 매카시 선풍의 역사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 심사받는 사람이 국회의원이라면 내일은 공무원과 교사들일 것이며 모래는 노동자이며 그 다음에 온 국민일 것이라는 것을.

그러기에 나는 진중권 교수에게 이렇게 묻고 싶다.



진중권 교수, 어떻게 생각하시오. 당신은 지금 새누리당 국회의원에게 물어 볼 생각은 없소? 그들도 공직자 아니요? 그들에게 제발 한 번 물어 보시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했는데, 소고기를 계속 수입해도 아무 문제없는가를. 그러면 당신이 그가 한국에서 넘치고 넘친다는 종미파인지를 아니 한국에서 암약하는 미 CIA 에이전트인지를 판단해 주겠다고. 아마도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대답하지 못할 것이요. 그때도 당신은 이렇게 말하겠소? 양심을 고백하지 못하는 떳떳하지 못한 인간이라고.

진중권 교수, 당신은 자랑스러울 것이요. 당신의 양심을 항상 떳떳하게 밝힐 수 있어서 말이요. 당신이야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 내에서 자유와 민주만 보면 되니까. 그러나 한국의 자유민주주의의 이면이 조중동이고, 안기부이라는 것은 아시오? 이 땅에 비비린내 나는 억압을 보지 않아도 되는 당신은 정말 행복하겠소.

그러나 이 땅에는 남북 간의 긴장해소를 위해 북한을 하나의 공인된 국가로 인정해야 하며 상대를 해치지 않는 한 서로의 입장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소. 그 사람들은 자신의 평화주의 때문에 종북파로 몰리고 종내는 감옥에 가야할까를 두려워하고 거꾸로 자신의 침묵 때문에 남북의 긴장이 강화되고 종내는 전쟁이 터지지 않을까도 두려워 하고 있소. 그들은 침묵이냐 감옥이냐 이 선택 때문에 잠들지 못한다는 것을. 당신이 두둑한 찬사로 배부르게 잠들 때, 이렇게 잠들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당신은 알기나 하는 것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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