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학사상연구회

자유게시판
선거에 대하여
문성원 2013.01.09 449

결과를 놓고 원인을 따진다는 것은 예측보다는 쉽습니다. 사후 설명의 적확성은 비슷한 사례의 예측이 얼마나 들어맞느냐에 따라서 검증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 이번 대선에서 나는 문재인이 이길 줄 알았습니다. 부족하나마 미래지향성을 대변한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박근혜는 여전히 과거의 방식에 무게중심을 둘 수밖에 없습니다. 이명박에 이어 박근혜를 선택하는 것은 사회발전이라는 견지에서 보면 난센스고 거듭되는 악수로 보입니다.

그 점에서 보면 안철수가 나았겠지요. 미래지향성이 강하니까요. 그것은 청년에 대한 호소력에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장년과 노년까지도 견인할 수 있는 발전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안고 있습니다. 주어진 것에 대한 분배의 변화만이 아니라 미래의 혜택을 기대하게 합니다. 더구나 신선한 도덕성도 갖추었습니다. 그러나 정말 기대할 수 있는가, 현실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볼 때, 그 점에 대한 판단이 반영된 투표 결과는 낙관적일 수만은 없었을 겁니다.

결과를 보면 일단 과거지향성이 이겼습니다. 보수(保守)란 과거지향적인 것이지요. (현상학의 Retention을 혹자는 과거지향으로 번역하던가요. 다시잡음이라는 풀이도 보수와 어울립니다.) 미래지향성이 현실을 끌고나갈 힘을 과시하지 못한 결과라고도 할 수 있을 겁니다. 안철수는 사태를 압도하지 못했습니다. 실질적인 위세로 연결되지 못했습니다.

활기 있든 침체되어 있든 동적인 연관에 주목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계급분석은 중요하지만 계급의 위치나 중요성, 역할이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민중과 중산층이라는 개념의 애매성은 무산계급과 유산계급, 노동계급과 기생계급라는 개념의 선명성이 사태를 선명하게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에 허용되는 것입니다.

썰렁한 농담으로 딱딱한 분위기를 좀 풀어볼까요. 보수의 전략은 이미 산아제한 정책 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악화된 양육환경과 교육환경으로 강제적 불임수술이 필요 없게 만듦으로써, 보수는 획기적으로 출산율을 줄이고 인구구성을 보수에 유리하도록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한국의 보수는 매우 장기적인 안목으로 미래를 계획했던 것입니다. (미리 썰렁하다고 그랬잖습니까.)

계급적 당은 부분적으로 유효합니다. 하지만 그런 당도 보수화할 수 있습니다. 노동계급도 분파와 분야에 따라 보수화할 수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더욱이 당은 만들어지기만 하면 제2의 생명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왜 당이 필요한지를 먼저 물어야 합니다. 어떤 당이 요구되는지를 따져보아야 합니다. 집단적 해결이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요구되며, 그 정치적 표현이 어떻게 표출될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나는 악화된 분배구조가 세계경제뿐 아니라 한국경제, 즉 한국 자본주의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생각에 동의합니다. 이참에 아예 넘어져 혼절하여 자본주의 아닌 새로움 몸뚱이로 다시 일어서리라는 생각에는(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만) 동의하지 않습니다. 결국 분배 상태를 조정하는 기간을 길게, 앞으로 5년에서 10년가량 겪게 될 거라는 생각에 찬동합니다.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기간은 변동될 것입니다.

문재인이 집권한다면 그래도 좀 나았을 겁니다만, 박근혜가 지나치게 거꾸로 가지 않고 작게라도 분배 불균등 완화에 기여하기를 바랍니다. 고통의 격화는 막아야 합니다. 그렇더라도 아마 5년 후면 우리가 이제는 정말 다른 선택을 하여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겁니다. 그때 우리에게는 어떤 선택지가 놓여 있어야 하겠습니까?

노인들의 문제로 다시 돌아가 봅시다. 2002년의 사십대가 지금 오십대가 되었듯이, 지금의 40대도 곧 오십대가 됩니다. 항아리형 인구구조는 급속히 통일이 되지 않는 한 당분간 변하기 어렵습니다. (그게 걱정인 분은 지금이라도 애를 낳기 위해 애쓰시기 바랍니다. 이민허용과 무엇보다 통일이 인구구조에 활력을 불어넣는 현실적인 길이라는 분석은 재경부에서도 내놓고 있습니다.) 지금 3,4십대 이하는 자산 없는 노인들의 삶이 일반적으로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희생하여야 할 겁니다.

노인은 과거지향적입니다. 활력이 떨어지기에 과거의 방식에 안주하고 싶어 합니다. 우리의 사고는, 한철연은 어떻습니까? 저것은 노인들을 위한 단체가 아니다. 그렇습니까? 어떤 의미에서 그렇습니까?

부록으로 예이츠의 시를 찾아 올립니다. 운의 울림이 읽는 맛을 더해주는 멋진 시입니다.



비잔티움으로의 항해

저것은 노인들의 나라가 아니다.
팔짱 낀 젊은이들, 나무 위의 새들,
노래하고 있는 저 죽어가는 세대
연어 폭포, 고등어 우글대는 바다
물고기, 짐승, 새들이 여름 내내
잉태되어 태어나 죽는 모든 것을 찬양한다.
모두가 관능의 음악에 사로잡혀
늙지 않는 지성의 기념비엔 관심이 없다.

늙은이란 하찮은 것
막대기에 걸친 누더기일 뿐이리라
육신의 옷이 너덜너덜해지는 것을
영혼이 좋아 손뼉치고 크게 노래하지 않는다면
영혼의 장엄한 기념비를 배우지 않는다면
노래를 배울 곳은 아무데도 없다.
그래서 나는 바다를 항해하여 왔다
거룩한 도시 비잔티움으로

아 벽의 황금 모자이크 그림 속에 있는 듯
신의 거룩한 불 속에 서 있는 성현들이시여,
그 성화에서 원을 그리며 내려오셔서
내 영혼의 노래 스승이 되어 주시라.
내 심장을 다 태워버려 주시라, 욕정에 병들고
죽어갈 동물성에 매어
제 자신을 알지 못하는 그 심장을—그리고 나를 거두어 주시라
영원히 죽지 않은 예술품 안으로

자연을 벗어나기만 하면 나는 다시는
어떤 자연물에서도 내 육신을 취하지 않으련다.
대신 그리스의 금 세공인들이 망치질한 금과
황금 유약을 발라 만든 형체를 취하여
졸고 있는 황제를 깨우련다.
아니면 황금 가지 위에 앉아
비잔티움의 귀족과 부인들에게 노래해주련다.
지나간 것과 지나가는 것들, 그리고 다가올 것에 대해.

Sailing to Bizantium

That is no country for old men. The young
In one another\s arms, birds in the trees
—Those dying generation—at their song,
The salmon-falls, the mackerei-crowded seas,
Fish, flesh, or fowl, commend all summer long
Whatever is begotten, born, and dies.
Caught in that sensual music all neglect
Monuments of unaging intellect.

An aged man is but a paltry thing.
A tattered coat upon a stick, unless
Soul clap its hands and sing, and louder sing
For every tatter in its mortal dress,
Nor is there singing school but studying
Monuments of its own magnificence;
And therefore I have sailed the seas and come
To the holy city of Byzantium.

O sages standing in God\s holy fire
As in the gold mosaic of a wall,
Come from the holy fire, perne in a gyre,
And be the singing-master of my soul.
Consume my heart away; sick with desire
And fastened to dying animal
It know not what it is; and gather me
Into the artifice of eternity.

Once out of nature I shall never take
My bodily form from any natural thing.
But such a form as Grecian goldsmiths make
Of hammered gold and gold enamelling
To keep a drowsy Emperor awake;
Or set upon a golden bough to sing
To lords and ladies of Byzantium
Of what is past, or passing, or to c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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