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학사상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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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 나라라는 꿈을 위해 -진보정당 강화론
이병창 2013.01.09 401
이제 결론을 내릴 때다. 평소 나는 직접적인 정치 현실에 대해서는 거리를 두어 왔다. 정치적 현실을 한 걸음 떨어져서 철학적인 차원에서 파악하는 것이 나의 직분이라고 믿어왔다. 하지만 작년 통합진보당 사태에서 최근 대선에서 패배에 이르기까지 몇 번에 걸쳐 당파적인 정치적 평론을 써왔다.



솔직히 철학자로서는 부끄러운 일이다. 안타까운 마음에 뛰어들기는 했지만, 직분에도 맞지 않고 글의 수준도 수준이하라는 점은 스스로 잘 알고 있다. 나는 이제 다시 나의 직분이라고 할 철학적인 글로 돌아가야 할 것으로 본다. 아마 앞으로 다시 이런 글, 별로 나의 취향에도 맞지 않는 이런 직접적인 정치적 평론을 쓰지 않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나 마무리를 위해서라도 몇 가지 이야기를 더 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글을 쓴 목적이 이제 거의 드러났겠지만 이번에는 과거의 관점이 아닌 미래의 관점에서 정리하여 보자. 즉 ‘그럼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겠는가’ 하는 물음에 대한 답이다. 먼저 지금까지 친노를 비판했지만 나 역시 친노였고 그런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말한다.



단순명료하게 말하자. 이제 보수야당(또는 중도)을 비판적으로 지지하는 일을 그만두자. 이제 민중의 바다 위에 독자적인 정당을 강화하자.



친노의 뿌리나 지금 독자정당 세력의 뿌리는 사실 같다. 그것은 민중의 바다이다. 다만 현실적인 참여의 길과 더 먼 미래를 준비하자는 길 사이의 차이에 불과했다. 현실 참여파는 비판적 지지에서 친노에 이르기까지 적지 않은 역할을 해왔다. 그런 가운데 그들의 뿌리였던 민중의 바다를 망각했다. 그러나 이제 그들 앞에 반전의 기회가 왔다. 지금이 우리 모두의 뿌리인 민중의 바다로 돌아갈 때이다.



그렇다고 중산층에 바탕을 둔 국민정당(말이 국민이지, 실은 중산층 정당)의 역할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앞에서도 거듭 말했지만 두 개의 전선이 필요하다. 중산층과 민중이 결합된 한 개의 정당, 한개의 전선이 아니라 각기 자기의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투쟁하면서 협력하는 두 개의 정당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국민정당이야 안철수가 하든 현재 민주당이 담당하든 누군가는 하도록 되어 있고 상당기간 동안 여전히 강력한 힘을 가질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또 하나의 전선을 맡을 민중의 진보정당은 지난 해 철저하게 파괴되었다. 그러니 우리가 할 일은 진보정당을 강화하는 일이 아니겠는가?



많은 비판적지지, 친노 세력은 이미 현실에 참여했고 이미 현실 정치인으로서 다시 민중의 바다로 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좋다. 자신이 이제 현실에 안주하고 싶다면, 계속 현실에 참여해서 그런 속에서나마 가능한 한 양심적이고 정력적으로 활동하기를 바란다. 그게 안철수의 신당이든, 민주당이든 무엇이 되든 그런 국민정당 속에서 중심이 되기를 바란다. 나는 또 한 번 말하지만 친노는 양심적이고 유능하므로 그런 중심이 되기에 결코 부족하지 않다.



물론 비판적지지 또는 친노 세력 가운데 아직도 젊었을 때 가졌던 민중의 나라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라면 나는 호소하고 싶다. 정말 잘 생각했다. 우리가 원래 그 자리에 서려했던 민중의 바다로 돌아가자. 그리고 민중을 바탕으로 하는 독자적인 진보정당을 강화하자. 그게 언제일지, 우리가 아니라 다음 세대에 의해서 가능할지도 모를 민중의 나라를 지금부터라도 준비하자.



민중의 독자적 정당을 강화한다 하더라도 그 정당이 직접 정권교체의 주역이 되기는 아직 멀었을 것이다. 그러기에 이 길은 배고프고 무기력한 고통스러운 길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민중의 독자정당이 성장하여 확고한 뿌리를 내리는 것이 곧 국민정당을 통해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길이 된다. 민중의 정당이 파괴되면 국민정당이 아무리 통합에 통합을 거듭하더라도, 결국 선거에서 패배할 것이라는 것이 이번 대선이 보여주었다.



안타깝게도 진보정당은 지난 해 보수 집권 세력에 의해 철저하게 파괴되었다. 사분오열된 진보 세력의 모습은 참담하다. 그러나 아직도 남아있는 힘들이 있으니 절망할 일은 아니다. 아직도 간난한 투쟁을 통해서 민중의 바다에 진보정당의 씨앗을 뿌려왔던 사람들이 있다. 우리로서는 그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한다. 그것이 비판적 지지로부터 친노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한다고 말해 놓고는 결국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우리의 죄를 갚는 유일한 길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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