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학사상연구회

자유게시판
모순으로서의 삶
이병창 2009.09.30 1147
심사위원장의 고충을 잘 이해합니다.

시대와 철학이 학진의 등재지로서 지위를 지키기 위한
노력도 이해합니다.
어려운 현실에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 아픔이 있으리라 짐작합니다.

그래서 시대와 철학과 다른 새로운 논문발표지를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그건 앞으로 제가 추진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렇지만 현재 시대와 철학의 심사시스템에 한계가 있습니다.
우선 심사기준이 너무 과도합니다.
일정한 조건 이상을 채우면 됩니다. 그러나 현재 심사기준은 논문 수상작을 선택하는 기준과 같습니다.

그리고 심사기준이 너무 아카데믹합니다. 여러 기준이 있지만 너무 전거나 논증만 강조합니다. 논문을 쓰는 사람의 고뇌와 열정을 담는 기준이 더 필요합니다.

철학은 모든 것을 포괄합니다. 문학 예술 과학 종교 사회 등등.... 철학인지 아닌지 구분 자체가 철학의 주요한 문제입니다. 철학적이 아니라는 심사 기준은 없어져야 합니다. 나 개인으로서는 이 기준에 너무나 많은 고통을 당했습니다. 앞으로 철학이 아니라는 평가는 일체 무시해야 마땅합니다.

그리고 책임편집제는 장점도 있습니다. 그러나 책임편집자의 개인적인 취향이 개입할 여지가 너무 많아요. 만일 조금이라도 악의가 들어가게 되면 이건 심각한 문제가 되죠. 특히 외부 심사자의 경우, 우리 한철연의 이상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러면 다른 학회와 한철연의 차이가 없어집니다.

심사위원의 평가에 대하여 재논하는 절차가 있어야 합니다. 논문을 쓴 사람은 일 이년 걸려 썼지만 심사위원은 하루 몇 시간 , 제대로 읽지도 않고 평가하는데, 거기에 전혀 항의할 절차가 없다는 것은 너무 일방적인 구조이죠.

학회지의 발표는 표절이나 교과서 수준의 논문이 아니라면 , 또는 학회의 이념을 위해하는 논문이 아니라면 대부분 자격이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학진의 요구를 완화시켜서 받아들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어차피 저는 이제 결심한 게 있어서, 더 이상 아카데믹한 논문을 쓰고 싶지는 않아요. 그렇지만 학진의 심사 시스템으로 새로이 철학하는 젊은 세대들의 성장을 가로막아서는 안된다는 뜻에서 이번에 이렇게 많은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한철연은 저항하면서 성장해온 학회입니다.
저항의 정신이 빠진 한철연이라면, 더이상 한철연이 아니라도 저는 생각합니다.

삶은 모순입니다.
즉 모순 된 것을 팽팽하게 긴장키면서 유지해야 합니다.
한철연은 학회입니다. 동시에 반학회입니다. 운동단체이며, 대중주의를 표방하며, 철학 자체를 넘어가기를 추구합니다.
이런 모순을 모순으로서 유지하지 않고
현실이 어렵다 하고 먹고 산다는 명목으로 아카데미즘이나 학진의 품으로 일방적으로
떨어진다면, 굳이 한철연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그것은 너무 안이한 삶의 태도가 아니겠습니까?
학진이 지배하는 현실은 이해합니다. 물론 그 필요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만큼 그것을 넘어서려는 진정성이 필요합니다.


편집위원장의 임기가 얼마 안남았다고 하니, 그만두시더라도 이번에 심사시스템을 결정적으로 치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늦게 나마 답장을 해 주어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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