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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현상학 주석 C 절 도덕성(13)-양심의 긍정적 계기들
이병창 2020.03.20 25
정신 현상학 주석 C 절 도덕성(13)-양심의 긍정적 계기들


1) 양심과 도덕적 의식의 차이

앞에서 헤겔은 양심의 개념을 설명한 다음, 계속해서 양심이 지닌 긍정적 계기를 설명합니다. 이때 양심은 도덕적 의식이나 성실한 의식과 비교되죠. 우선 도덕적 의식과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는지를 설명합니다.


도덕적 의식과 양심을 비교해 보면, 도덕적 의식에서는 대립된 계기들이 끊임없이 전치되었다고 한다면, 양심에서 대립된 계기는 자기를 지양하여 통일을 이루죠. 이런 가운데서 강조점을 본다면, 도덕적 의식은 순수 의무, 도덕법칙 즉 즉자를 강조합니다. 반면 양심은 행위, 이를 현실로 실행하는 것, 자아를 강조하죠.


이런 자아는 본질에 대한 개별자의 직관적 인식이며, 이런 인식은 추상적 법칙이 아니라 구체적 법칙의 인식이며, 자아는 개별적 자아이면서도 본질을 즉각적으로 수행하는 의지, 자아입니다.


①“단순한 자아, 그것은 순수한 인식이며 동시에 이런 순수의식은 개별적인 의식으로서 자기의 인식이다.”


②“따라서 이런 자아는 이전에 공허한 본질이었던 것의 내용을 구성한다. 왜냐하면 이 자아는 현실적인 자아이면서... 이 자아는 부정적인 자아이며 순수한 본질이 지닌 차이이다.”


③“양심은 이제 자아 때문에 정립된 존재가 되며, 그것 때문에 자아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2) 인정된 존재

양심이 인식하는 이런 본질은 구체적 내용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비록 개별자가 인식한 것이지만 그 자체로서 구체적 본질이기 때문에 누구나 인정하는 것이 됩니다.


그러므로 이런 양심이 인식하는 본질은 도덕적 의식이 인식하는 본질과 다릅니다. 도덕적 의식이 인식하는 것은 추상적 본질이며, 구체적 내용은 주관에 의해 채워지므로, 실제로는 타인에 의해 인정되지 못합니다.


“양심은 순수한 의무 또는 추상적 즉자를 포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순수 의무는 일반성으로 스스로 타자에 관계하는 본질적 계기로 된다. 그러므로 양심은 자기의식의 공동적 지반이며, 이 공동적 지반이 실체가 되어 그 속에서 행위는 존립하고 현실을 갖는다. 그것은 타자로부터 인정된 존재라는 계기가 된다.”


양심이 추구하는 의무가 이런 인정된 존재이기에 그것은 자아를 통해 현실적인 것으로 될 수 있습니다. 도덕적 의식이 지닌 추상적 본질이 인정되지 못하며 따라서 현실화될 수 없고 사유에 머무르는 것과 구별되죠.


“양심에서 존재하는 현실은 자아이면서 현실이다. 즉 현존은 자기의식적이며, 인정을 위한 정신적 지반이 된다.”


“이렇게 인정된다는 사실이 그 행위를 현실로 만든다. 행위는 인정되고 현실적이다. 왜냐하면 현존하는 현실은 직접적으로 확신 또는 인식과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며 또는 자신의 목적에 대한 인식은 직접적으로 현존의 지반, 일반적으로 인정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양심에서 본질과 현실, 자아가 통일을 이루므로 여기서는 이제 더는 “선한 의도가 성립하지 않는다”든가, “선한 자에게 악이 발생한다"라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의무적인 것은 모든 자기의식에 속하는 일반적인 것이며 이것은 인정된 것인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3) 양심의 충만성

앞에서 교양의 단계에서 성실한 의식이 등장했습니다. 이제 헤겔은 이런 성실한 의식과 양심을 비교합니다. 왜냐하면 이 두 의식은 모두 자기를 긍정하는 의식이기 때문입니다. 성실한 의식이 착한 의식이듯 양심도 자주 선량한 존재가 간주됩니다. 하지만 양자는 근본적으로 구별되죠.


이 성실한 의식은 국가권력이나 부가 추구하는 것이 그 자체로 좋은 것이라 믿는 의식입니다. 국가권력은 보편적인 것을 의지하는데, 성실한 의식은 이런 국가권력과 자기를 동일화하면서 이를 좋은 것으로 간주합니다. 부는 개별적인 행복을 추구하는데, 성실한 의식은 이것과 자기를 동일시하며 이것도 좋은 것으로 간주합니다. 무엇이든 긍정적으로 보면서 자기 자신이 그때마다 입장이 바뀐다는 사실은 망각하고 있죠.


헤겔은 양심을 이런 성실한 의식과 비교합니다. 양심에도 모든 계기가 즉 즉자와 자아, 본질과 현실이라는 대립된 계기가 동시에 존재합니다. 그런 점에서는 성실한 의식과 동일합니다. 하지만 헤겔은 이 두 가지는 구별된다고 합니다.


성실한 의식은 대상이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갖고 있죠. 자아는 그 대상과 자기를 동일시합니다. 반면 양심은 자아 자체에 대립된 요소가 모두 있죠. 그래서 헤겔은 이렇게 말합니다.


“사상 자체는 성실한 의식에서는 술어였다. 그러냐 양심에서 비로소 사상 자체는 주어가 된다. 이 주어는 의식의 모든 계기를 그 자체에서 정립했으며, 자기 자신에 대한 양심성 속에서는 모든 계기, 즉 실체성 일반, 외적 현존과 사유의 본질이 그 주어에 대하여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상 자체는 양면성을 동시에 갖습니다. 그것은 일반성과 개별성을 동전의 양면을 통해 갖추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 일반성이란 곧 개별성의 상호 작용을 통해서 동시에 소외를 통해서 출현하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일반성과 개별성은 동전의 이면, 즉 뫼비우스의 띠를 이루고 있죠.


따라서 성실한 의식이 국가권력과 동일시하면 그 순간 국가권력은 부로 전락합니다. 또 부와 동일시하면 이 부는 다시 일반성으로 전락하죠. 결국 성실한 의식은 아무것에도 머무르지 못하고 결국 분열된 의식으로 전락하게 되죠. 결국 성실한 의식은 현실을 긍정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아무런 내용이 없는 공허한 긍정에 불과합니다.


반면 양심에서는 자아가 이 대립된 계기를 통일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것은 동시에 충족할 수가 있죠.


“성실한 의식은 다만 항상 공허한 사상 자체만 파악하지만, 양심은 사상 자체를 그 충족 속에서 획득한다. 이 충족은 양심이 사상 자체에게 자기 자신을 통해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양심은 의식의 계기를 계기로서 인식하는 위력이며 이 계기를 부정하는 본질로서 그 계기를 지배하는 위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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