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학사상연구회

자유게시판
짧은 소견 하나 올립니다.
서도식 2009.09.29 1146
어떤 선배님으로부터 홈페이지에 한번 들어가보라는 귀띔을 받고 들어와보았습니다.
제가 그간 여러 일에 치이기도 했거니와, 개인적으로는 모친의 위중한 병환 때문에 한동안 홈페이지를 방문하지 못했습니다.
아무튼, 들어오고 보니 참으로 만감이 교차하는군요.

우선 이병창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 편집위원장이 아니라 회원의 한 사람으로 100% 공감합니다. 사실 \학진 평가 제도에 길들여진 학회의 학술지\는 여러모로 창의적인 생각을 담아내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이병창 선생님께서 잘 지적하신대로 현행 제도권 학술논문 심사시스템에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 역시 우리 한철연 회원 모두가 <시대와 철학>이 학진 평가 제도로부터 \해방\되기를 원한다면, 그래서 <시대와 철학>이 한철연 본연의 시대적 과제와 임무를 수행하기에 적합한 형식으로 거듭나기를 원한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앞장서겠습니다. 저는 이 점을 예전 오프라인 모임에서 밝힌 적이 있습니다.

다음으로, 편집위원장의 자격으로 한 말씀 드릴까 합니다. 지금의 <시대와 철학>은 어쨌든 학진의 등재지, 다시 말해 이병창 선생님의 우려를 담아 제 식으로 표현하면, \학진의 노예지\입니다. 좌우간 노예 상태에 있는 덕분(?)으로 <시대와 철학>은 제작, 발간비를 보조받고 있으며, 더욱 중요하게는 우리 회원들의 취직, 재임용, 승진 등에 적잖은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제도권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채 어쨌든 바로 그 제도권으로부터 우리 연구회와 회원 개개인은 연명(?)의 자원을 공급받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이처럼 먹고 살기 위한 방편으로 학진 등재 논문이 요구되는 현실을 아예 무시하지 못한다면, 그리고 지금의 <시대와 철학>이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는 비교적 적절한 대책 중의 하나라면, 현재로서는 비록 못마땅하지만 학진의 학술논문 심사시스템을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물론 투고자의 입장에선 엄청난 공을 들인, 그래서 마치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혹 훗날 대작 중의 대작으로 역사적 평가가 내려질 수도 있는 그런 논문이 학진의 잘못된 심사 시스템에 길들여진 심사자의 지독한 근시(近視), 난시(亂視), 사시(斜視) 등으로 인해 안좋은 판정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이병창 선생님이 잘 말씀하셨듯이, 랜덤으로 3인의 심사자를 정한다는 것 자체가 투고자에게는 간단히 말하면 복불복(福不福)이죠. 따라서 현재의 학진 심사 시스템을 전면 부정할 수 없다면, 가장 중요한 문제는 어떻게 제대로 \눈이 박힌\ 심사자들을 구하느냐일 것입니다. 비록 완전무결한 해결책은 아니더라도 지금의 <시대와 철학>이 편집위원 12인 개개인의 책임편집제를 실시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점 때문입니다.
또 하나, 심사 결과에 대한 이의 제기는 당연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편집위원회도 이러한 이의제기에 대해서는 언제나 개방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심의와 최종 판정은 편집위원회가 합니다. 물론 우려하다시피, 편집위원들부터가 학진에 길들여진 눈을 갖고 있다면, 이 또한 현 시스템 하에서는 어쩔 수가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끝으로, 개인적으로 이병창 선생님께서 제안하신, 학진으로부터 해방된 학술 매체(<시대와 철학>의 변모든, 새로운 오프라인 학술지든, 아니면 온라인 웹진이든)의 설립 및 운영을 적극 지지합니다. 아마 이러한 비슷한 움직임이 연구협력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줄 알고 있습니다만...요 밑에 올라와 있는 이병창 선생님의 글들도 이러한 매우 구체적인 취지에 방점이 찍혀 있으리라 희망합니다.
다만 편집위원장의 입장에서 저는 이병창 선생님께서 댓글에 \공개적으로\ 올리신, 탈락된 논문의 심사평과 이에 대한 반론만은 읽지 않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어쨌든 저로서는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여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심사자 3인을 책임 추천해주신 편집위원 1인과 심사위원 3인의 결정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심사평과 반론이 나중에 편집위원회에서 공식적으로 논의될 기회가 있다면, 그 때 가서야 신중히 읽어볼 요량입니다.

손을 꼽아보니 편집위원장으로서의 저의 임기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아무쪼록 회원님들께서 믿고 맡겨주신 이상 그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편집위원장 또는 서도식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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