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학사상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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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된 역사적 현실과 야권연대
이병창 2013.01.04 298
변화된 역사적 현실



친노에게 책임이 있다고 했는데, 이제 더 분명하게 말하자면 비판적 지지라는 전략에 책임이 있다고 해야 하겠다. 그러니 친노의 책임이라 해도 친노의 개인적인 문제점에서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밝혀둔다.



더구나 비판적 지지라는 전략 자체는 87년 민주화,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를 실현하는 데 성공적이었다. 그러니 그 자체로서 잘못이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이제 비판적 지지라는 전략의 토대가 되는 역사적 현실이 지나가 버렸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전략에 고착되어 있었다는 것이 잘못이라는 것이다.



역사적 현실의 변화를 상세하게 규명하는 것은 이 글의 한계를 넘는다. 그것은 나의 능력으로 감당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므로 비판적 지지라는 전략과 관련해서 이 문제를 간단하게 살펴보자.



비판적 지지는 다시 말해서 한 정당 안에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려는 전략이다. 보수와 진보가 서로 어울리는 것은 단순한 야합은 결코 아니다. 그럴만한 역사적 현실이 토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토대 위에서 중산층과 민중 세력의 이해가 공통될 수 있었고, 그러기에 통합당이 제시하는 정책들에 대해 중산층과 민중이 모두 만족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산층이나 민중이 이것만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고집하는 정책은 없었다. 그러기에 약간의 불협화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몸을 기대어서 공동으로 싸울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IMF 이후 신 자유주의적인 경제정책에 의해서 사회의 양극화가 일어나게 되었다. 이런 양극화 가운데 중산층과 민중의 이해들도 서로 대립하게 되었다. 그런 대립이 이제 심각하게 되었다는 것은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사실이라 하겠다.



이런 중산층과 민중의 이해의 대립 속에서 비판적 지지를 통해 구성된 민주당은 이쪽 저쪽에서 한계에 부딪히지 않을 수 없었다. 민주당이 진보 쪽으로 좌 클릭하게 되면 중산층이 떨어져 나가게 된다. 민주당이 보수 쪽으로 우클릭하게 되면 이번에는 진보층이 떨어져 나가게 된다. 노무현 정부 이후 민주당이 우왕 좌왕하는 사이에 중산층도 진보도 모두 떨어져 나갔다. 그 결과 이번 대선이 시작되기 전에 민주당의 지지 세력은 거의 15-20 퍼센트 정도로 위축되어 있었다.



이렇게 역사적 토대가 변화되었으므로 두 집안 즉 중산층을 기반으로 하는 보수 야당과 민중을 지반으로 하는 진보적 지식인이 한 개의 정당 안에 있을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렇게 역사적 토대가 변화했다면 두 개의 정당이 조직되어야 했다. 중산층의 자유주의적 정당과 민중의 진보정당이다. 그런 다음에 두 개의 정당이 공동으로 연합전선을 세우는 것이 적절한 전략이었다고 하겠다. 역사는 이런 경우를 위하여 인민전선이라는 개념을 이미 마련해 두었다.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야권 연대이다.



어떤 사람들은 비판적 지지도 연합이고 연합전선도 연합인데, 뭐가 다르냐? 이렇게 물을 것이다. 그런데 양자를 결코 혼동해서는 안된다. 전자에서 진보적 지식인들은 당적인 지반이 없다. 반면 후자에서 진보는 당적 토대를 갖는 것이다. 이 양자가 현실적으로 얼마나 엄청난 차이를 갖는가 하는 것은 차라리 나처럼 이론적으로 머무르는 사람은 모르고 오히려 현실에 이미 참여한 친노라면 더욱 절절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비판적 지지라는 전략에 도취해 있던 친노는 여전히 한 개의 정당 안에 두 세력을 묶으려는 시도를 하였다. 그런 시도의 끝에 이름도 통합을 강조한 ‘통합민주당’이 세워졌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친노가 벌인 역사적 희극의 출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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