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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현상학 근대정신 장 B 절 주석(19)-판단 표
이병창 2019.10.01 40
판단표.hwp (10 KB)
정신현상학 근대정신 장 B 절 주석(19)-판단 표

1) 국가 권력과 부

앞에서 헤겔은 권력과 부의 대립을 바로크 비애극인 레오 아르메니우스에 기초를 두고 설명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비애극은 후일 발터 베야민이 독일 비애극의 원천이라는 박사논문을 작성할 때 기본 자료가 되었던 글이죠.

이 극작을 분석하기 위해 우선 헤겔은 고귀한 의식과 비천한 의식이라는 개념을 구성합니다. 이 개념은 특정한 조합에 의해 구성되는데, 이 조합의 구성 요소는 두 개의 개념 쌍입니다.

그중 하나의 개념 쌍은 국가권력과 권력이라는 개념 쌍입니다. 국가권력은 그 자체로 본다면(an sich) 사회 전체의 목적을 실현하는 의지이며, 이것은 모든 사람이 자기 목적을 실행하는 토대입니다. 이런 점에서 보편성을 개념으로 하지요. 그것은 개인을 넘어서 개인을 지배하는 힘이 됩니다.

반면 부는 다른 것을 위한 수단[Sein fuer Anders]이고, 따라서 그 자체로서는 무실한 것[nichtig]에 불과하지요. 그것은 개인이 자기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이용하다가 버리고 마는 것이죠. 헤겔은 이런 점에서 국가권력은 자기 동일적인 것, 선이고 반면 부는 자기 부정적인 것, 악이라 규정합니다.

“단순성의 형식에서, 최초의 것[국가권력] 즉 자기 동일적인 것은 모든 의식의 직접적이며 불변하는 본질, 선이다. 즉자 존재의 독립적인 정신적 본질이며....”

“그에 반해서 타자[부]는 즉 수동적인 정신적 본질이다. 그것은 보편 자이지만 자기를 희생하여 개인이 개체성의 의식을 그 자체 이서 취하게 되는 보편 자이다. 이는 무실한[nichtige] 본질이며 악이다.”

2) 표면과 이면

그러나 사실 국가권력이나 부은 모두 하나의 실체가 가진 이중적인 측면입니다. 즉 시장에서 보듯이 상호 관계 속에서 각자의 의지와 대립된 전체 의지가 형성되는 것이죠. 그러므로 국가권력의 이면은 부이고, 부의 이면은 국가권력입니다.

다시 말해 전체 의지라 할 국가 권력의 이면에는 각 개인이 이 국가권력을 자기의 목적을 위해 이용하는 측면이 존재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국가권력은 부와 동일한 의미를 지닙니다.

이미 말했듯이 헤겔은 국가권력이 보편적 실체, 개인의 토대라는 점을 밝힙니다. 그것은 개인의 소외의 결과이므로 개인을 넘어 개인을 지배하는 힘으로 나타납니다. 그러나 이어서 헤겔은 이렇게 말합니다.

“개인적 삶의 단순한 에테르적인 실체였던 것이 자신의 불변적 자기동일성이라는 규정을 통해 존재로 따라서 다만 대타존재가 된다. 국가권력은 그 자체에서 직접적으로 자기 자신의 대립물이 된다. 그러므로 국가권력은 부이다.”

여기서 대타존재라는 말이 중요합니다. 이 때문에 국가는 수단으로 전락하죠. 국가권력이 다시 개인의 수단[대타존재]로 전락한다는 것은 곧 국가권력을 이용해 부를 쌓는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이런 전환은 부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는 본래 다른 것을 위한 수단입니다만 시장에서 보듯이 다른 것의 수단이 되는 것을 통해 자기의 목적이 실행됩니다. 그런 점에서 부의 이면은 곧 국가권력이 되는 거죠.

“부는 사실 수동적 또는 무실적인 것이더라도, 부 역시 일반적인 정신적 본질이다. 즉 모든 사람의 노동과 활동을 통해 지속적으로 형성되는 결과이다. 이것은 다시 모든 사람의 향락을 위해 사라진다. 향락 속에서 개인은 대자 존재 또는 개별 적 존재로서 형성된다. 이런 향락 자체는 일반적인 활동의 결과이다.”

결국 부와 국가권력은 실체가 가진 이중적 측면 가운데 한 측면만 말하는 것에 지나지 않고 그 이면에서 양자는 서로 다른 것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이행의 측면에서는 국가권력은 자기 부정적인 것이고, 악한 것이고 반면 부는 자기 동일적인 것이며 선한 것입니다.

3) 직접적 판단과 매개적 판단

위에서 자기 동일성과 자기 부정성은 국가권력과 부를 그 자체로서 파악할 때 나타나는 규정입니다. 그 자체로서 각각은 이미 이중적인 존재이죠.

국가권력과 부를 그 자체에서 판단한다는 것은 이런 것들에 관계하는 개인이 순수하게 객관적인 차원에서 판단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실제적 개인이 이런 대상들에 관계할 때는 단순히 순수하게 판단하기보다는 오히려 자기 이익을 관계시켜 판단하게 되죠. 이는 곧 주관적 판단으로 볼 수 있습니다.

국가권력과 부가 표면과 이면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런 자기 이익과 관계된 개인의 판단조차 전환합니다. 한 번은 표면과 관련해 내리는 판단이고 다른 한 번은 이면과 관련해 내리는 판단이지요. 헤겔은 전자를 ‘직접적 판단’ 후자는 ‘정신적 또는 매개적 판단’이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양자는 정신적인 본질로서 본다면 두 가지 계기의 상호 침투이므로, 각각의 규정에서 만족하지 않는다. 양자에 관계하는 자기의식은 그 자체에서 관계하거나 대자적으로 관계하니, 각각에 대해서 이중적인 방식으로 관계한다. 이를 통해서 스스로가 자기 소외된 규정이라는 그 규정의 본성이 숨김없이 나타난다.”

4) 판단 표

그렇다면 이제 현실적 개인이 자기 이익과 관련해 국가권력과 부에 대해 어떻게 판단을 내리는지 살펴보기로 하죠.

우선 현실적 개인은 이런 국가 속에서 자신의 목적을 수행하므로 이런 측면에서는 국가는 자기 동일적인 것이고 선이 됩니다. 그러나 여기서 실현되는 것은 주관적인 목적이나 가치가 아니라 객관적인 목적이나 가치입니다. 따라서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국가권력은 개인에게서 자기 부정적인 것 즉 악한 것으로 등장하죠.

“개인은 이런 힘 앞에서 자기 내부로 물러나니, 그에게 국가권력은 억압적인 존재 즉 악이다.”

반면 부의 경우를 보면, 부는 수단적인 것입니다. 그러나 부는 자기의 목적을 수행하는 것이니,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부는 개인에게 선, 자기 동일적인 것이 되죠.

“그에 반해서 부는 선이다. 부는 일반적인 향락을 지향하며, 자기를 희생해서 모두에게 자기의 의식을 마련해 준다.”

여기서 앞의 실체의 그 자체에서의 판단과 자기 이익이 개입해서 나온 개인의 판단은 유사하면서도 차이를 보여줍니다. 국가권력은 그 자체에서 본다면[객관적 판단], 국가의 표면은 모두의 목적이 실현되는 기반이므로 선이고, 국가의 이면이 타인의 수단이 되면서 악이 되죠. 반면 현실적 개인으로서 본다면 국가의 표면이 개인의 주관적 가치를 거부하므로 악이 됩니다. 이런 후자의 관점에서 국가의 이면은 국가가 개인의 수단이 되는 것인데 따라서 선이 됩니다.

이것은 부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는 그 자체에서 본다면[객관적 판단] 표면은 무실한 것이니 악이지만 이면은 모두를 위한 수단이니 선으로 됩니다. 반면 현실적 개인으로서 본다면 부의 표면은 자기의 수단이 되므로 선이 된다는 거죠. 반면 부의 이면은 모두의 이익이 되므로 이는 자기에게는 악이 됩니다.

우리는 이런 판단의 관계를 아래와 같은 판단 표를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표가 이 속에 안들어가는 군요. 첨부한 것을 보세요)

이러한 표는 곧 이어지는 비열한 의식과 고귀한 의식의 구분을 위해 아주 긴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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