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학사상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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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찰2: 지금 서울에 비가 내린다
이병창 2012.08.19 409
저는 지금 자신을 되돌아 보면서 과거에 쓴 이런 저런 글을 다시 읽어 보았습니다. 그러다가 아래와 같은 글을 발견했지요. 이건 제가 쓴 글입니다. 당시 정확한 날자는 모르지만 오마이 뉴스에 실렸던 글입니다.







저는 현실에 관심을 가지면서도 결코 철학적인 경계를 넘어서지 않는 글을 쓰려고 했습니다. 저의 글들은 거의 대부분 한국철학사상 연구회 게시판에 실려 있지요. 그런데 제가 단 한번 외도를 했던 적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거의 정치적인 선언문에 가까운 글을 썼던 모양이에요. 이게 최근 통합진보당 문제로 인해서 썼던 글을 제외하고는 제가 지금까지 썼던 유일한 정치적인 글이었습니다.







이 글은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으로 위기에 처했을 때 썼던 글이지요. 이 글을 보시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저의 기대와 더불어 그의 정책에 대한 실망감, 그러면서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저버릴 수 없는 애정이 드러나 있습니다.







이 글을 잘 읽어 보시면 제가 왜 노무현 대통령이 물러난 이후 노무현 일파들과 함께 행동하지 않고 홀로 민주노동당에 가입했는지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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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서울에는 비가 내린다’







지난 일년간 필자도 속이 많이 쓰렸다. 물론 심적 공황상태에 빠져 자기들의 패배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한나라당 사람들과는 다르지만, 나도 왜 이런 사람 찍었나 하고 후회하기도 했다. 그 이유는 노무현 대통령 취임 이후 도대체 무어 하나 제대로 개혁되는 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지난 연말 이라크에 전투병을 파병하겠다는 결정을 듣고는 이제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 생각하고 아예 포기상태에 빠져 버렸다. 그 후 무관심한 상태에서 몇 달이 지났는데, 갑자기 탄핵발의가 통과되었다는 소식을 3월 12일 12시 5분 학교식당에서 점심을 시켜놓고서 들었다.







도대체 대통령의 탄핵을 통해 그들이 노리는 것은 무얼까? 그저 감정적 한풀이를 하는 걸까? 한나라당은 자기들의 패배를 아직까지도 인정하지 못했고, 민주당이야 배신당했다 생각하니까 그것도 그럴 것 같았다. 자기들 한풀이를 위해서 이렇게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켜도 되는 걸까? 지금 약간 풀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북핵 문제로 긴장 상태에 있는데, 어쩌면 저런 철없는 짓을 국회의원이란 자들이 하는 걸까? 그 정도는 아니겠지? 그들이 노리는 더 큰 게 있을 텐데.







그때 불쑥 필자에게 얼핏 소문으로 들은 저쪽의 어느 이론가 의 말이 떠올랐다. 일단 탄핵으로 대통령을 묶어 놓고, 이어서 권한대행 체제 하에서 내각제 개헌을 추진하고, 선거를 통해 한-민 합작으로 지역 구도를 고착시켜 놓는 거야. 그러면 일본 자민당처럼 영구 집권할 수 있는 거지. 그럼 이건 피 흘리지 않는 쿠데타 즉 명예 쿠데타라 할 수 있지. 그의 웃음과 더불어 떠오르는 이 말을 필자는 처음 들었을 때 웃고 말았지만, 어 그런데 그러면 이게 쿠데타의 서곡이란 말인가?







이 때 이 말의 충격과 더불어 섬광처럼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그것은 칠레 아옌데 정권의 몰락을 다룬 ‘산티아고에는 비가 내린다’의 영화 장면들이었다. 영화의 제목이 된 이 말은 쿠데타가 일어나면 이 말을 신호로 집결하여 쿠데타를 막자는 민중들 사이의 암호이었다. 그러나 쿠데타가 터진 날, 이 암호가 TV를 통해 거듭 반복되었지만 민중들은 아옌데 정권을 지키기 위해 모여들지 않았다. 아옌데 정권 탄생 이후 비록 우파의 완강한 방해 때문이었기는 하지만 개혁 자체가 비틀거리는 것에 대해 민중들이 너무나 실망하였기 때문이다. 결국 아옌데 대통령은 소수의 지지자를 끌고 대통령 궁을 최후 거점으로 저항하였지만 다가오는 탱크의 포격으로 무참히 살해되고 말았다. 그렇게 민주적 선거에 의해 탄생된 세계 최초의 사회주의 정권이 몰락해 버렸다.







점심 식사를 먹을 생각도 하지 못하면서, 필자의 생각은 이어졌다. 그렇다면 역사가 되돌아 갈 수도 있는 것일까? 지금까지 우리 역사는 지지부진하지만 조금씩이나마 앞으로 갔다. 노태우 정권보다는 그래도 김영삼 정권이, 김영삼 정권 보다는 김대중 정권이, 그리고 이제 노무현 정권이 이처럼 한 발자국씩 앞으로 갔다. 때로 속이 터질 때도 있었지만 역사가 진전한다는 것처럼 희망적인 것은 없었다. 그래 이렇게 가면 언젠가 역사에 정의가 실현되리라. 역사가 인간이 만드는 것이고, 인간이 정의를 추구한다면, 왜 역사가 정의에 도달할 수 없다 말이냐? 이것은 삼척동자도 이해하는 간단한 삼단논법이다. 그런데 어 이게 뭔가, 그러면 우리 역사가 지금까지 앞으로 갔다는 것은 그저 환상에 지나지 않았던 것일까? 역사란 도대체 무언가?







여기서 필자는 비로소 상념에서 깨어났다. 사르트르는 인간이 자유롭다는 믿음을 가지면 인간은 자유롭게 된다 했는데, 마찬가지일거야. 역사도 인간이 움직일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진다면, 실제로 역사를 인간이 움직일 수 있을 거 아닌가? 이런 법칙을 무어라 하든가? 자연법칙은 아니고? 믿음의 법칙이라 할까? 그렇다면, 일어나야지. 우리가 일어난다면, 아직 그들을 막을 수 있어. 그렇다, 이제 다시 87년 민주항쟁 때처럼 거리로 나가려면 우선 든든히 먹어두어야 하지. 이렇게 생각하면서 필자는 점심을 서서히 남김없이 다 먹어치웠다. 믿음이 생기니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생각해보니 더 신나는 말도 떠올랐다. 마르크스가 말 했다지? 역사에 두 번 일어나는 일도 있는데, 한번은 비극이지만 또 한번은 희극이라고. 그러면 비록 그때 칠레에서 그들의 쿠데타는 엄청난 비극이 되었지만, 오늘 한국에서 한-민 합작 쿠데타 서곡은 세계사의 웃음거리로 끝나게 될게 아닌가? 그럴 수밖에 없다. 그들은 사라진 과거의 영광을 잊지 못한다. 그러기에 과거의 방식으로 지역감정에 기대면 모든 것이 풀려나가리라 희망으로 일을 저질렀다. 그러나 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게 있다. 아니 눈앞에 있어도 보지 못하는 게 있다. 그건 이미 그런 과거는 흘러갔다는 것이다. 저류로 흘러온 새로운 역사적 흐름이 마침내 현실의 기슭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의회 쿠데타가 일어난 이후 지난 닷새를 돌이켜 보면 다시금 마르크스의 이 말이 역사의 혜안이었음이 입증되는 것 같다. 지금 전국의 거리는 축제의 물결이 휩쓸고 있다. 이 축제는 웃음의 축제이다. 우리 민중은 세계사에 유래 없는 혁명을 만들었다. 그것은 웃음의 혁명이다. 이 축제, 이 혁명은 우리에게 또 다른 도약을 요구한다.







이제 역사는 과거의 개념틀로 더 이상 이해되지 않는다. 무언가 새로운 개념틀이 필요하다. 그들이 과거에 사로잡혀 이것을 이해하지 못했고 그러기에 이 역사적 흐름에 거슬렸다면, 우리는 다행스럽게도 이 역사적 흐름을 타고 있지만, 우리 역시 이 새로운 역사적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기에, 우리 역시 이 역사적 흐름을 가로 막고 나서는 게 아닐까? 자,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자고 누군가 외친다. 현명한 헌법재판소의 판관들에게 맡겨두자 한다. 또는 선거가 다가와있고, 이렇게 하면 오히려 표가 떨어진다고도 말한다. 저들이 바라는 게 혼란이므로 우리가 저들의 덫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이 역시 과거의 개념틀이 아닌가? 오히려 이 역사적 흐름을 소통시켜야 하지 않을까? 주요한 것은 그저 단순히 노무현 대통령이 복권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정당이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더 주요한 것은 우리가 새로운 개념틀, 새로운 사고와 새로운 감수성으로 이 역사적 흐름을 소통시키는 것이리라. 그것을 위해선 더욱 더 역사적 흐름이 흐르는 축제의 거리로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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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저의 기대와 달리 결국 노무현 대통령 세력은 탄핵을 추진했던 세력과 타협하고 말았죠. 그 최종적인 결과는 민중의 기대를 저버리고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면서 추진했던 한미 FTA이었습니다.







저는 그때 유시민을 비롯한 참여계는 무엇을 하였는지 알고 싶습니다. 한미 FTA를 선동하면서 국민을 교묘하게 농락했던 장본인이 유시민이 아니었던가요? 그런 그가 국민의 눈높이를 주장하다니 어불성설입니다. 그런 그가 통합진보당의 사망을 선고하다니 도대체 이해되지 않는 망발입니다. 이미 오래 전에 민중으로부터 그가 사망선고를 받았던 것이 아니었을까요? 흘러간 물로는 물레방아가 돌지 않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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