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학사상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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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이병창 선생님의 전문대학원 제안에 관해
이병창 2013.02.27 397
우리의 생각 차이가 아주 크군요.



우선 나는 전천후 강사가 아닙니다. 내가 모르는 것도 많고, 그러기에 이 나이에 여전히 분과에 나와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만들어 놓은 많은 일 때문에 바쁘기도 해서 선택과 집중을 해야할 처지입니다.



나는 지난 일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습니다. 이번 학술3부의 계획에서 내가 관련된 부분은 원래 나의 의도와는 다른 것입니다. 나는 영화철학을 하겠다고 했고 다만 그 텍스트를 들뢰즈 시네마를 사용하겠다고 했어요. 왜냐하면 그 텍스트가 가장 논의할 내용이 풍부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 계획은 들뢰즈 철학으로 바꾸었습니다. 아마도 운영위에서 회원 재생산을 위해 들뢰즈 철학을 가르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에 나의 계획을 비틀어 놓은 것으로 봅니다.



비단 내게 관련된 부분만 아니라 마르크스 관련 강의까지 보면 전체적으로 대중강좌 스타일이고, 어떻게 보면 마치 과거 운동권이 회원을 재생산하는 방식을 답습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때 한철연이 그런 식의 회원재생산 강좌가 있었습니다. 나는 그런 강좌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사람입니다.



한철연은 지금 많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철연의 기본이라면 무엇입니까? 그것은 역시 학습과 연구입니다. 이 학습과 연구를 담당해 온 것이 분과 세미나였어요. 동시에 이 분과 세미나를 통해 새로운 회원들이 참여하여 왔습니다. 그런데 지금 보세요. 한철연에서 분과 세미나 활동이 제대로 되고 있나요? 물론 몇 개 분과가 있지만 다들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철연에서 회원의 새로운 가입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학술3부의 역할에 대해 내가 일찍부터 주목했던 것은 이것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즉 기왕의 분과가 장기적으로 약간 산만하게 지속되었던 것에 반해 만일 16주나 일년 24주 정도 기간을 줄여서 타이트하게 운영한다면 이것이 기존의 분과가 가진 난점을 극복할 수 있다고 본 거죠. 이렇게 타이트하게 하기 위해 교수가 중심이 될 필요가 있었습니다. 내가 기대했던 것은 그런 것입니다. 나는 이런 것을 전문대학원 체제라고 이름붙였습니다.



지난 해 학술3부의 활동에 대해서 실패했다는 평가는 사실 나도 조심스럽습니다. 왜냐하면 당시 학술3부장이 엄청 고생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본다면 그런 식의 회원 재생산 프로그램은 회원 재생산이라는 목적에 비추어 투자된 노력에 비해 성과가 많았던 것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즉 전략적 실패라는 것이지 결코 관련자의 사기를 저하하거나 그 활동을 폄하하기 위한 것은 아닙니다.



한철연은 전문학술 단체이기도 합니다. 은퇴한 교수님들이나 원하시는 분들 중의 어떤 분이라도 모시지 못할 이유는 없습니다. 영 아닌지 긴지는 참여자들이 판단할 것입니다. 영 아니다 싶으면 저절로 없어지겠죠. 16주나 무료로 강의를 담당하실 분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철학에 관해 엄청난 열의를 가진 분이 아니면 그런 일을 해주시지 않을 것이니, 미리부터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강의 또는 세미나의 주제가 예를 들어 타자의 문제에 관해서 라든가, 지젝의 영화철학에 관해서라든가 등등 연구적 성격을 지니는 것이 필요합니다. 독일식 대학이 물론 학생들에게 모든 것을 떠먹여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계는 있지만 그럼에도 창조적 연구를 한다는 점에서는 국내 대학원 교육에서 결코 찾아보지 못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나는 한철연이 대중 교육에 나서고, 사회 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적극 지지합니다. 그러나 역시 기본은 학습과 연구입니다. 그리고 분과할동이지요. 나는 한철연이 이름이야 어떻든(세미나, 분과, 강의 등), 자발적이든 교수 중심이든, 길게 지속되든 아니면 16주로 끝나든, 수많은 다양한 창의적인 주제를 가지고 여러 사람들이 함께 참여해서 학습하고 연구하는 모임들로 가득차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것을 통해 새로운 회원이 재생산되기를 바랍니다.



과거 운동권적인 사고방식을 바꾸기 바랍니다.



우리의 생각 차이는 큽니다. 내가 운영위에서 나가서 나의 생각을 설득할 자신이 없습니다. 언젠가 내 생각이 이해될 것으로 나는 믿습니다. 그때까지는 기다리기로 하죠. 그리고 앞에서 말한 대로 이번 학술3부의 계획 중의 내가 관여된 부분은 나의 의도가 아닙니다. 만일 들뢰즈 철학을 강의하고 싶다면 더 적합한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이순웅님]의 글입니다. (2013-02-27 09: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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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의 애정 어린 비판과 제안 잘 새겨두겠습니다.

> 3월 2일 확대연구협력위원회에서도 의제로 다룰 예정입니다만 그 전에 몇 가지 느낀 점을 말씀드립니다.

>

> 1. 미국식과 독일식을 비교해주셨는데, 저는 독일식의 단점이 눈에 띄네요.

> “독일식 교육은 창의적인 연구를 가능하게 한다. 물론 교수 중심이고, 학생들은 알아서 공부하라는 식으로 방임된다. 그러기에 독일 식 교육에 대해 독일 학생들은 불만이 많다.”

>

> 물론 선생님의 주장이 ‘독일식 100% 모방’은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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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다음과 같은 내용은 오해의 여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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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비적인 시도 중의 하나가 한철연 학술 3부였으나 지난 해 시도는 실패로 판단된다. 이유야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 자리에서 그런 비판은 생략하고 싶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이 일 때문에 고생을 마다하지 않은 학술부장에게 미안하기 때문이다. 고생은 정말 많이 했는데 !!!”

>

> 우선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전문 대학원 체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감지하기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해 학술 3부의 시도가 전문 대학원 체제의 예비적인 시도 중 하나였는지도 분명하게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학술 3부의 시도가 ‘한철연의 정체성에 맞는, 또는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는 젊은 감각의 수혈’이었다는 정도는 말할 수 있습니다. ‘전문연구자의 길을 가고자 하는 자를 중심으로 한 회원 재생산’이었습니다.

>

> 그렇다면 학술 3부의 시도를 실패로 단정하기도 어렵습니다.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처음부터 목표를 그리 크게 잡지도 않았다는 점을 우선 밝히고 싶습니다. 한두 명, 두세 명이라도 제대로 된 ‘수혈’이 이뤄진다면 그것으로도 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더 많은 숫자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은 건 아니지요.

> 교육부도 마찬가지지만 학술 3부 운영과 관련한 문제는 연구협력위원회에서도 매달 열리는 회의에서 점검, 평가하고 개인적으로도 만나 논의하는 등 늘 고민을 해왔습니다.

>

>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실패’라는 단어가 오해를 불러일으키거나 사기를 떨어뜨리지는 않을까 염려되어 간단하게나마 제 생각을 말씀드렸습니다.

>

> 3. 다음과 같은 말씀에 대해서는 죄송하기도 하고 더 논의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 “(1) 제발 한철연 운영위가 강의제목을 정해서 내리먹이지 말자. 정말 억압적이라고 느낀다. (2) 교수를 우선 임명해서 그가 원하는대로 교육하도록 하자. (3) 기본적으로 학생 모집만을 한철연이 대행하면 된다.”

>

> (1)에 대해서는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억압적이라고 느끼실 줄은 몰랐습니다. 원래 계획했던 순서대로 해달라고 하는 바람에 선생님께서는 원하시는 강의를 못하셨지요. 그 강의는 다음번에 해달라고 했던 건데, 어쨌든 굳이 변명하자면 선생님은 어떤 강의를 언제 부탁드려도 되는 ‘전천후 강사’라고 생각해 편안한 마음으로 말씀드린 거라는 점은 밝히고 싶습니다. 앞으로는 주의하겠습니다.

> (2), (3)은 학술 3부 또는 연구협력위원회 전체 기조와 연관되는 문제인데요, 지금 뭐라고 말씀드리긴 곤란하고 3월 2일 회의 때 논의했으면 합니다. 선생님께서도 참석하실 거죠?

>

> 4. 동의할 수 없는 내용이 일부 있습니다.

> “무료 강의를 기꺼이 하겠다는 교수들이라면 퇴직한 교수이든 자발적으로 지원하는 강사들이든 누구라도 모셔오자.”

>

> 죄송하지만 누구라도 모셔올 수는 없습니다. ‘지원하는 누구든 모신다’는 걸로 읽히는데요, 학술 3부든 교육부든 이 공간은 어떤 개인의 카타르시스를 위한 배출구로 이용되어서는 안 될 겁니다. 선생님의 제안은 대단히 자유로워 보이긴 합니다만 그렇게 되면 조직이든 이념이든 정체성이든 그런 거는 필요 없는 거 아닌가요. 어쨌든 저로서는 동의하기 어렵네요.

>

> 극단적인 예이고, 또 그런 일이 발생하진 않겠지만, 선생님 말씀대로 할 경우, 만일에 어떤 ‘영~ 아니다 싶은 분’이 지원한다면 그것을 막을 방법이 없어 보입니다.

>

> 5. 다음과 같은 부분은 저희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 “제제 자체는 한국의 대학원 체제를 닮을 필요가 있다. 16주 강의, 방학 등등.”

>

> 6. 가능하면 평일에 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철연에서 할 경우 공간이 문제인데요, 분과 세미나가 대개 평일에 있기 때문에 공간이 모자라 진행이 안 되는 일이 없도록 잘 조정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

> 7. 정암학당, 민의연과 공동으로 전문대학원을 만드는 것은 우리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므로 그쪽 의견을 들어보고 판단할 문제겠습니다.

>

> 다만 전문대학원이든 뭐든 그걸 왜 하는가,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논의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철학의 대중화’라는 것은 사실상 좀 막연한 규정이고요, 더 구체적인 무엇인가에 관해 합의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 서유석 선생님 역시 선생님과 마찬가지로 학술 3부의 기획 중 하나였던 독일어를 가르쳐주셨는데요, 서 선생님은 ‘회원 재생산’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지도해주셨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다시피 학술 3부의 운영 목적 역시 그것이었습니다.

> 회원 재생산이 목적이라면 회원 규정, 자격, 절차 등 연구협력위원회에서 논의해야 할 것들이 많이 있고 지도 선생님들께는 이런저런 요청 사항을 말씀드릴 필요가 있습니다. 억압으로 느껴지지 않도록 요청했어야 했는데, 이런 부분에서 제가 실수를 하기도 했습니다.

>

> 따지고 보면 선생님마다 학술 3부에 임하는 목적의식이 다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전문대학원을 만들어도 마찬가지고요.

> 무엇을 만들고 운영하든지 간에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하고 원만하게 합의해가는 과정을 만들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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