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학사상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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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창 선생님의 전문대학원 제안에 관해
이순웅 2013.02.27 411
선생님의 애정 어린 비판과 제안 잘 새겨두겠습니다.

3월 2일 확대연구협력위원회에서도 의제로 다룰 예정입니다만 그 전에 몇 가지 느낀 점을 말씀드립니다.



1. 미국식과 독일식을 비교해주셨는데, 저는 독일식의 단점이 눈에 띄네요.

“독일식 교육은 창의적인 연구를 가능하게 한다. 물론 교수 중심이고, 학생들은 알아서 공부하라는 식으로 방임된다. 그러기에 독일 식 교육에 대해 독일 학생들은 불만이 많다.”



물론 선생님의 주장이 ‘독일식 100% 모방’은 아니겠지요.



2. 다음과 같은 내용은 오해의 여지가 있습니다.



“예비적인 시도 중의 하나가 한철연 학술 3부였으나 지난 해 시도는 실패로 판단된다. 이유야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 자리에서 그런 비판은 생략하고 싶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이 일 때문에 고생을 마다하지 않은 학술부장에게 미안하기 때문이다. 고생은 정말 많이 했는데 !!!”



우선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전문 대학원 체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감지하기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해 학술 3부의 시도가 전문 대학원 체제의 예비적인 시도 중 하나였는지도 분명하게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학술 3부의 시도가 ‘한철연의 정체성에 맞는, 또는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는 젊은 감각의 수혈’이었다는 정도는 말할 수 있습니다. ‘전문연구자의 길을 가고자 하는 자를 중심으로 한 회원 재생산’이었습니다.



그렇다면 학술 3부의 시도를 실패로 단정하기도 어렵습니다.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처음부터 목표를 그리 크게 잡지도 않았다는 점을 우선 밝히고 싶습니다. 한두 명, 두세 명이라도 제대로 된 ‘수혈’이 이뤄진다면 그것으로도 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더 많은 숫자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은 건 아니지요.

교육부도 마찬가지지만 학술 3부 운영과 관련한 문제는 연구협력위원회에서도 매달 열리는 회의에서 점검, 평가하고 개인적으로도 만나 논의하는 등 늘 고민을 해왔습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실패’라는 단어가 오해를 불러일으키거나 사기를 떨어뜨리지는 않을까 염려되어 간단하게나마 제 생각을 말씀드렸습니다.



3. 다음과 같은 말씀에 대해서는 죄송하기도 하고 더 논의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1) 제발 한철연 운영위가 강의제목을 정해서 내리먹이지 말자. 정말 억압적이라고 느낀다. (2) 교수를 우선 임명해서 그가 원하는대로 교육하도록 하자. (3) 기본적으로 학생 모집만을 한철연이 대행하면 된다.”



(1)에 대해서는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억압적이라고 느끼실 줄은 몰랐습니다. 원래 계획했던 순서대로 해달라고 하는 바람에 선생님께서는 원하시는 강의를 못하셨지요. 그 강의는 다음번에 해달라고 했던 건데, 어쨌든 굳이 변명하자면 선생님은 어떤 강의를 언제 부탁드려도 되는 ‘전천후 강사’라고 생각해 편안한 마음으로 말씀드린 거라는 점은 밝히고 싶습니다. 앞으로는 주의하겠습니다.

(2), (3)은 학술 3부 또는 연구협력위원회 전체 기조와 연관되는 문제인데요, 지금 뭐라고 말씀드리긴 곤란하고 3월 2일 회의 때 논의했으면 합니다. 선생님께서도 참석하실 거죠?



4. 동의할 수 없는 내용이 일부 있습니다.

“무료 강의를 기꺼이 하겠다는 교수들이라면 퇴직한 교수이든 자발적으로 지원하는 강사들이든 누구라도 모셔오자.”



죄송하지만 누구라도 모셔올 수는 없습니다. ‘지원하는 누구든 모신다’는 걸로 읽히는데요, 학술 3부든 교육부든 이 공간은 어떤 개인의 카타르시스를 위한 배출구로 이용되어서는 안 될 겁니다. 선생님의 제안은 대단히 자유로워 보이긴 합니다만 그렇게 되면 조직이든 이념이든 정체성이든 그런 거는 필요 없는 거 아닌가요. 어쨌든 저로서는 동의하기 어렵네요.



극단적인 예이고, 또 그런 일이 발생하진 않겠지만, 선생님 말씀대로 할 경우, 만일에 어떤 ‘영~ 아니다 싶은 분’이 지원한다면 그것을 막을 방법이 없어 보입니다.



5. 다음과 같은 부분은 저희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제제 자체는 한국의 대학원 체제를 닮을 필요가 있다. 16주 강의, 방학 등등.”



6. 가능하면 평일에 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철연에서 할 경우 공간이 문제인데요, 분과 세미나가 대개 평일에 있기 때문에 공간이 모자라 진행이 안 되는 일이 없도록 잘 조정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7. 정암학당, 민의연과 공동으로 전문대학원을 만드는 것은 우리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므로 그쪽 의견을 들어보고 판단할 문제겠습니다.



다만 전문대학원이든 뭐든 그걸 왜 하는가,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논의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철학의 대중화’라는 것은 사실상 좀 막연한 규정이고요, 더 구체적인 무엇인가에 관해 합의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서유석 선생님 역시 선생님과 마찬가지로 학술 3부의 기획 중 하나였던 독일어를 가르쳐주셨는데요, 서 선생님은 ‘회원 재생산’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지도해주셨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다시피 학술 3부의 운영 목적 역시 그것이었습니다.

회원 재생산이 목적이라면 회원 규정, 자격, 절차 등 연구협력위원회에서 논의해야 할 것들이 많이 있고 지도 선생님들께는 이런저런 요청 사항을 말씀드릴 필요가 있습니다. 억압으로 느껴지지 않도록 요청했어야 했는데, 이런 부분에서 제가 실수를 하기도 했습니다.



따지고 보면 선생님마다 학술 3부에 임하는 목적의식이 다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전문대학원을 만들어도 마찬가지고요.

무엇을 만들고 운영하든지 간에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하고 원만하게 합의해가는 과정을 만들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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