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학사상연구회

자유게시판
제2의 종북공세
이병창 2013.06.25 442
제2의 종북 공세를 막자. 나는 친노이다.



국정원이 남북 정상의 정상회담 어록을 공개했다. 국정원의 습성대로 전격적으로 공개했다. 아무리 국회의원들이 이구동성으로 요구했다고 하나 그 과정은 분명 불법적인 것이다. 민주주의는 과정, 절차의 민주주의이다. 이를 간과한다면 아무리 목적이 선하더라도 반민주적인 행위이다. 국정원의 이번 행위는 과거 박정희 시대 중앙정보부의 행위를 연상시킨다. 이번 행위를 방치했다가는 앞으로 과거 중앙정보부가 저지른 온갖 불법 구금과 고문들이 다시 부활할 지도 모른다.



국정원의 이번 공개는 단순한 불법을 넘어서 국가의 외교적 이익을 절대적으로 해친 반국가적인 행위이다. 정상회담에서 했던 정상들의 발언은 상대적인 것이다. 그 발언은 회담을 통해 최종적인 목적을 얻기 위한 방편이며 상대의 성격에 따라 전략적으로 발언된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과의 회담에서 했던 발언과 미국의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했던 발언을 비교해 보면 나의 말을 충분히 이해할 것이다.



정상회담에서의 정상들의 발언은 일반적으로 밝혀지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더구나 국내의 정치적 목적에 따라서 해석되면 걷잡을 수 없는 문제가 야기된다. 거기에는 상대방 정상의 발언도 들어있다. 따라서 이쪽 나라에서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상대 쪽 나라에서도 문제가 된다. 따라서 어느 나라이고 정상회담의 발언은 수십 년간 묻어둔다. 따라서 국정원이 이번에 남북 정상회담 어록을 공개한 일은 단순한 불법을 넘어서 외교상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대가는 앞으로 혹독하게 다가올 것이다. 아마 앞으로 어떤 나라의 정상도 한국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자 하지 않을 것이다. 국정원은 국가의 이해를 결정적으로 해쳤으니 해체되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국정원이 정상회담 어록을 공개한 이유가 무엇인가? 국정원은 NLL 문제에 대한 고 고 노무현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에서 했던 발언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고 노무현 대통령이 NLL이라는 영토 선을 양보했는지를 판정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고 노무현 대통령이 NLL과 관련된 발언은 모두 서해 평화협력 지대라는 구상과 맞물려 있다. 군사적 작전이 아니라 외교적 담판이므로 서로 주고받아야 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NLL을 양보했다면 그것은 그가 그 대가로 받는 서해평화 협력 지대와 비교되어야 한다. 그 이익이 상호 비교되면서 고 노무현 대통령의 외교적인 업적이 평가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호 비교가 아니라 단순히 NLL을 양보했는가 하는 사실을 밝힌다고 한다면 그것은 가능한 일인가?



고 노무현 대통령은 가정법을 사용했다. 서해평화협력 지대를 설치한다면 NLL은 양보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전제를 빼버린다면 결론만은 성립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은 논리를 아는 사람이라면 너무나 분명한 일이 아닌가? 예를 들어 내가 ‘새누리당 의원들이 사퇴한다면 나는 죽어도 좋다’고 말했다 하자. 그런데 결론만을 떼어내어 당신이 ‘죽어도 좋다’고 했으니, 이제 죽으라고 말한다면 어떻겠는가? 논리적 상식을 모르는 미친 사람이 아니고서야 그렇게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국정원이 이런 논리적 상식조차 없이 정상회담의 어록을 공개한 것으로는 절대 생각할 수 없다. 그렇다면 국정원의 진정한 의도는 무엇인가? 그것은 국정원 발표 이후 어제 조선일보의 논조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조선일보는 이미 고 노무현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발언을 전체적으로 문제 삼기 시작했다. 그 논조는 분명 고 노무현 대통령을 종북으로 몰고 가고 있다. 제2의 종북 공세가 시작되었다. 그렇게 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 지난번에는 통합진보당이 목표였다. 이번에는 고 노무현 대통령이다.



다시 촛불을 들어야 한다. 아니 촛불이 아니라 횃불을 들어야 한다. 남북의 평화를 염원하는 모든 세력은 또 다시 시작된 종북 공세를 막아야 한다. 나는 이번 남북 정상회담의 어록을 보고 고 노무현 대통령이 가졌던 고민이 이해되었다. 정상회담 어록은 고 노무현 대통령이 남북관계에서 보수와 미국의 포위 아래 어떻게 가시밭길을 헤쳐 가며 한 발자국이라도 앞으로 나가려 했던가를 여실하게 보여준다. 고 노무현 대통령은 지금 평화의 전선 전방에서 고립되어 있다. 우리는 그의 진실을 따라야 한다. 나는 친노이다.

0 개의 댓글
(댓글을 남기시려면 사이트에 로그인 해주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