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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헤겔로 22 상품교환과 사상 자체
이병창 2016.01.14 110
다시 헤겔로 22 교환과 사상 자체
1)교환의 현실
이상에서 상품교환의 관계를 모델로 한 개인들의 관계가 설명되었습니다. 헤겔은 이를 이번에는 ‘개채성과 존재의 절대적인 상호 침투absoluter Durchdringund der Indicidualiaet und des Seins’라는 개념으로 규정합니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여기서 ‘개체성’이란 사용가치를 생산하는 개인의 특수한 노동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존재’란 교환의 행위를 통해 확정되는 사회적 가치를 의미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여기서부터 헤겔은 이런 상품교환을 모델로 한 상호관계가 어떤 결과에 이르게 될지를 설명하기 시작합니다. 헤겔의 설명을 제가 순서대로 정리해보았습니다.

?우선 앞에서 설명했듯이 특수한 노동의 산물 즉 작품은 교환을 통해 타인에게 필요한 것이 되면서, 내재하는 교환가치를 실현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교환 관계는 작품이 존재할 수 있는 지반, 토대가 됩니다. 작품이 규정적인 것이므로, 이런 지반, 토대는 ‘무규정적인 공간’이라고 규정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특수한 노동 산물이 교환 관계 속에서 그 가치를 항상 인정받을 수 있는가는 의문입니다. 노동하는 자 자신은 누가 그것을 필요로 하는 지를 미리부터 알 수가 없는 채로 노동하기 때문입니다. 그의 예상이 어긋나면 그의 노동 산물은 교환되지 않은 채로 머무르게 됩니다. 그러므로 헤겔은 ‘무규정적인 공간’은 ‘작품’과 대립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작품으로부터 물러난 의식은 사실상 일반적인 의식[교환의 관계]이다. 그러나 특수한 것이라 할 그의 작품에 대립하는 일반적인 것이다. 그런데 일반적인 이유는 그 의식은 이런 대립속에서도 절대적인 부정성[부정의 부정, 상호 교환]이거나 행위이기 때문이다.”(220쪽)

?그러므로 작품이 교환 속에서 실현되는 것은 당위로서의 요구이지 필연적인 현실은 아니라 하겠습니다. 그러므로 헤겔은 “작품은 존재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할 뿐입니다. 이런 당위의 측면에서 본다면 작품의 교환은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작품은 존립Bestehen하도록 내던져진다. 이 속에서 근원적인 본성이 지닌 규정성은 다른 규정된 본성들과 대립하여 서로 부딪히며, 다른 규정으로 넘어 들어가며 또한 다른 규정이 이 규정으로 넘어 들어오며, 이런 일반적 운동 속에서 자신을 상실하여 소멸하는 계기로 된다.”(221쪽)

그러나 현실의 측면에서 본다면, 이런 교환관계는 특정한 상황에 구속된 것이므로, 작품과 대립되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즉 작품은 어떤 시장에서는 판매될 수 있지만 다른 시장에서는 판매되지 않아요. 그게 어떤 시장인지는 시장의 상황에 제약되어 있으며, 작품을 생산하는 자 자신은 알 수가 없지요. 이렇게 특정한 상황에 구속된 교환관계이므로 헤겔은 이를 “개념으로부터 벗어나서 다만 눈앞에서 발견되는 낯선 현실”이라 합니다. 헤겔은 이에 대해서 이렇게 말합니다.

“그러나 규정성은 현실[교환관계]의 내용일 뿐만 아니라, 동시에 현실의 형식이기도 하다. 달리 말하자면 일반적으로 현실 그 자체는 자기의식에 대립하여 존재한다는 규정성을 마찬가지로 지닌다.”(221쪽)

?이렇게 특수한 작품의 실현이 교환에 의해 제한되어 있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작품의 교환은 작품에 대해 ‘낯선 현실’이 되며, 작품은 그 자체로서 실현되지 못하고 외적인 것에 의존하는 것, 그래서 소멸적인 것으로서만 의미를 지니게 됩니다.

“작품은 다른 힘들이나 관심들이 그것에 대해 반작용함을 통해 해소되는 것 즉 소멸하는 것이며, 개체성의 실재를 수행된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소멸하는 것으로서 표현하는 것이다.”(221쪽)

2)작품의 대립; 주관적 측면과 객관적 측면
작품의 생산과 소비의 대립, 작품의 특수한 노동(사용가치)과 사회적 가치(교환가치)의 대립을 헤겔은 ‘행위와 존재의 대립’이라고 규정합니다. 여기서 ‘존재’의 측면이 생산, 특수한 노동의 측면을 말하며, ‘행위’의 측면이 소비, 사회적 가치의 측면을 말합니다. 전체적으로 우리는 이 두 측면을 주관적(즉자적) 측면과 객관적(대자적) 측면으로 구분할 수 있을 겁니다.

주관적인 측면과 객관적 측면의 대립은 그 이전의 자기의식의 여러 형태들에서도 나타났지요. 예를 들어 ‘도덕의 의식’에서는 ‘도덕’과 ‘세속’ 사이의 대립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그런 형태들의 경우 양자의 대립은 행위의 출발점에서부터 전제되어 있었습니다. 즉 예를 들어 ‘도덕’은 출발점에서부터 자신의 대립물이 무엇인지 알며, 그 대립물로 밝혀진 ‘세속’을 비판합니다.

그런데 상품교환의 모델에서 주관적인 측면과 객관적인 측면의 대립은 처음 출발점에서는 전혀 나타나지 않고 실제 교환이 이루어진 결과 밝혀진다고 합니다. 즉 생산의 단계에서는 주관적 측면이 그대로 객관적으로 실현된다는 믿음 속에 있지만 교환 속에 들어가면서 양자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 밝혀지게 된다는 거죠. .

이런 대립은 두 가지 상반된 관점에서 살펴 볼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 상품의 사용가치의 교환을 통해 사회적 가치가 실현되는 과정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교환가치를 얻으려 상품을 판매하는 사람의 입장입니다. 거꾸로 본다면 사용가치가 그것이 지닌 교환의 과정을 통해서 실현되는 과정으로 볼 수도 있지요. 이것은 교환을 통해서 자기에게 필요한 상품을 구입해서 사용하는 소비자의 관점입니다. 그 어느 편에서나 주관적인 측면과 객관적인 측면, ‘개념’과 ‘실재성’의 대립이 발생하게 됩니다.

“근원적 본성을 아직 사유에 머무르는 것이거나 행위에 대립하는 즉자적인 것으로 간주한다면, 이 근원적 본성은 행위 속에서 자신의 실재성을 비로소 얻을 것이다. 또는 근원적 본성이 개체성 자체가 지닌 또한 개체성의 작품이 지닌 단순한 존재의 측면이라 본다면, 행위가 근원적 개념이 된다. 행위는 절대적인 이행이며 생성으로 간주된다.”(221쪽)

지금까지 주로 작품에서 나타나는 대립의 측면을 살펴보았습니다. 여기서 주요 대립은 생산과 소비, 사용가치와 교환가치, 주관적 측면과 객관적 측면 사이의 대립이었습니다. 그런데 대립은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상품교환의 모델이 지닌 다양한 계기들(목적, 수단, 현실)의 내부로 그리고 상호 관계로 확산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목적도 주관적인 목적(‘즉자적인 것’ 즉 사용가치)과 객관적인 목적(‘진정한 본질’ 교환가치)으로 대립되며, 이런 목적)과 그것을 실현하는 이행도 대립합니다. 그리고 이 ‘목적을 표현하는 수단의 선택’도(특수한 노동과 일반적 노동) 우연적이 됩니다. 또한 행위가 현실에 대립합니다. 그리고 이 현실에서도 두 측면이 대립하게 되죠. 즉 “나쁜 목적이나 나쁜 수단에 대해 행복이 내려지던가, 아니면 불행이 내려질 수도 있죠.”(222쪽) 헤겔의 이런 설명은 마치 마르크스가 상품의 물화로부터 시작하여 화폐의 물화, 자본의 물화 등으로 전개하는 주장과 닮은 것으로 생각됩니다.

3)사회적 실체
이상에서 보듯이 작품에서 “소망과 실현, 목적과 수단이 대립하며, 나아가서 이런 내적인 계기들과 현실이 대립”합니다. 이런 대립은 다시 모아보면 궁극적으로는 현실 속에서 교환의 행위를 통해 사회적 가치가 실현되는가 아니면 실현되지 않는가로 모아질 수 있습니다. 전자의 측면을 실현의 필연성의 측면이라 한다면 후자의 측면은 실현의 우연적 측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본다면 교환의 필연성이 교환의 우연성을 능가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헤겔은 이런 점에서 “[교환] 행위의 우연성의 경험 자체가 우연적인 것”이라 말합니다. 또는 아래에서 보듯이 교환의 우연성이 ‘소멸적인 것’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우연성의 경험 내용을 온전하게 살펴본다면, 이 경험의 내용은 소멸하는 산물Werke이다. 소멸이 계속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소멸이 그 자체 현실적인 것이기 때문에 작품과 결부되어서 이 작품과 함께 소멸하고 만다. 부정적인 것은 자기가 부정하는 긍정적인 것과 함께 몰락한다.”(222쪽)
이는 마치 마르크스가 주장한 것처럼 시장에서 공황이 일시적이고 항상 다시 회복된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이 왜 이런 자율적으로 회복하는 힘을 가질 수 있는 걸까요? 공황은 시장에서 수급의 불균형 때문에 일어나는데, 이런 공황을 통해 불균형 자체가 소멸되기 때문이죠. 마찬가지로 교환의 우연성은 특수한 노동의 산물이 타인이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인데, 이 결과 이런 노동 산물이 소멸되어 버리죠. 그러면 교환의 우연성 자체도 사라지고 다시 교환의 필연성이 회복되게 됩니다.

그렇다면 교환에서 나타나는 이런 <우연성에 대해 필연성의 우위>라는 것을 헤겔 자신은 어떻게 설명하는가 알아보죠.

“이런 ‘소멸의 소멸’은 ‘즉자적으로 실재적인 개체성’[상품교환 속의 개체성]의 개념 속에 근거한다. 왜냐하면 ...경험에게... 개념을 압도하는 힘을 주는 것은 대상화된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대상화된 현실은 이런 의식 자체 속에서 그 스스로로서는 어떤 진리도 갖지 않으며, 이런 진리는 다만 이 의식이 행위와 통일을 이루는 것에서만 존재한다. 그리고 진정한 작품은 행위와 존재, 소망과 수행의 통일일 뿐이다. ”(222쪽)

여기서 헤겔은 실현의 필연성이 본질, 개념에 해당된다고 하면서 그 이유로 우연성이란 대상적인 것(‘대상화된 현실’)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이런 대상성은 헤겔에서는 의식에 대한 것으로서 항상 의식에 대해 부정되는 것으로서만 의미를 지니고 있을 뿐입니다. 그런 점에서 우연성은 부정적인 것으로서만 의미가 있는 것이라는 뜻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어서 헤겔은 다음과 같이 덧붙여 설명합니다.

“의식으로 볼 때는, 그 자신의 행위의 근저에 놓여 있는 확신 때문에 그런 확신과 대립하는 현실 자체는 단지 의식에 대해 대상이(fuer es) 되는 현실이다. 이런 의식을 자기내로 복귀하여 모든 대립이 사라지는 자기의식으로 간주한다면, 그런 자기의식으로 볼 때는, 이런 대립은 더 이상 현실에 대립하는 대자존재(fuersichsein)의 형식으로 생성되지 않는다. 오히려 작품에서 출현하는 대립과 부정성은 작품의 내용과는 무관하며, 현실 자체와 관계한다. 따라서 현실을 통해서 그리고 현실에서만 현현하는 대립 그리고 작품의 소멸과 관계한다.”(223쪽)

여기서도 헤겔은 필연성(통일)이 개념이고 반면 우연성(대립)은 교환이 일어나는 현실 자체가 지니는 제한에 기인한다고 말합니다. 즉 작품의 본질 자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거죠. 이런 설명은 마지막으로 다음과 같이 이어집니다.

“의식은 이런 행위 속에서 자기의 개념을 경험하며, 이런 개념으로 본다면, 현실은 다만 계기이고, 의식에 마주 대해 존재하는 것이며, 즉자 대자적인 것은 아니다. 의식은 그런 현실을 소멸하는 계기로 경험하며, 따라서 이런 의식에게 현실은 다만 존재 일반으로 간주될 뿐이며, 그것의 일반성은 행위와 동일한 것이다. 이런 통일이 진정한 작품이며, 사상 자체이다.”(223쪽)

여기서도 우연성이 출현하는 현실은 의식의 대상에 불과하며, 그 자체 자립적인 것 즉 즉자대자적인 것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이상의 설명에서 헤겔은 동일한 말을 되풀이 합니다. 교환의 필연성이 본질, 개념에 해당되며, 반면 교환의 우연성은 의식에 대해 존재하는 것, 의식에 의해 부정되는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이죠.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교환의 행위에 교환의 필연성이 속한다는 주장이지요. 헤겔에게서 항상 이중부정, 자기관계가 진리이며, 일반성이고 스스로 자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라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개념적으로는 쉽게 이해됩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마르크스적인 설명이 더 쉽게 이해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므로 이런 교환의 관계는 자기 스스로 존재하는 실체라는 개념과 연결된다고 하겠습니다. 헤겔은 이를 ‘사상 자체’라는 개념으로 규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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