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학사상연구회

자유게시판
이해해 주기 바란다.
이병창 2014.01.21 273
사람들은 내가 왜 e-시철에 글을 쓰지 않는가 의아해 하는 것 같다. 한철연 이사장님께서는 내가 왕따 당한 거냐고 묻는다. 후배들이? 그럴 리가 있겠는가? 아마 이사장님은 내게 무슨 감정이 있는 거냐고 묻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아니다.



사정이 있었다. 나는 한때 열심히 e 시철에 글을 썼다. 그런데 나는 글의 시간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하지만 당시 e 시철 담당자가 내 글을 지연하여 한달이나 올리지 않았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으리라, 그걸 묻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나는 내 글을 내가 직접 올릴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했다. 글의 지연의 문제도 해결할 겸, 또 고정된 글의 형식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나는 ‘자거라투스트라’라는 글을 연재하고 있었는데, 대화체라는 글의 형식상 다룰 수 있는 한계가 있었다. 그렇다고 그걸 버리기도 아까워서, 이런 저런 다양한 글의 형식을 모색해 보았으면 했다. 그런데 이렇게 바꿀 때마다 담당자에게 부탁해서 바꿔 달라 하는 것은 너무 번거롭게 보였기 때문이다.



내가 너무 가볍게 생각한 것이 탈이었다. 이번에는 e 시철 담당자가 반대했다. 이유는 여러 가지였을 것이다. 어쩌면 이는 편집권을 침해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교정이나 교열을 볼 필요도 있을 것이고, 다른 사람에 비해 특혜를 베푸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을 것이고, 등등 내가 생각하지 못하는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나는 담당자의 말에 수긍했다. 그런데 자거라투스투라라는 글의 형식에 맞는 내용을 찾는데 시간이 걸려 글을 쓰지 못하던 가운데, 정치적 사건이 터졌다.



당시 어떤 정치적 세력에 대한 사회 전체적인, 거의 모든 지식인들의 일반적인 박해가 가해졌다. 나는 이런 박해가 부당하다고 보았고, 소위 진보 지식인들이 그런 박해에 가담하는 것에 대해 참을 수 없었다.



그런 박해가 지금까지도 계속된다. 나는 그 때문에 시간이 다급하게 수많은 글을 올렸는데, 이때 문제가 생겼다. 이런 글은 워낙 당파적인 글이라서 개인적인 의견을 마음대로 올릴 수 있는 자유게시판 외에는 올릴 수가 없었다.



만일 내가 그때 e 시철에 내 글을 실어주기를 요구했더라면 아마도 한철연 내부에서 엄청난 분란이 생겼을 것이다. 나는 한철연 내부의 회원들 사이의 정치적 입장들을 대충 알고 있기 때문이다. 상당수는 그런 박해에 심정적으로 동조하는 사람들이엇다. 그런 분란을 피하고 싶었다. 아마 내가 요구했다면 분명 거부됐을 것이고 그러면 나는 한철연을 탈퇴해야 하는 외통수로 몰리게 될 것이었다. 그러므로 나는 그런 내부 싸움을 포기한 것이다.



더구나 자유게시판이니까 내가 마음대로 올리듯이 다른 사람도 마음대로 나를 비판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니 자유게시판 외에는 달리 길이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싸우고 싸웠다. 나는 e 시철은 다른 사람들이 잘 하리라 생각했다. 내가 하나 빠져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았다. 나는 지금도 그러리라 믿는다.



이제 와서 두 가지를 병행할 수도 없었다. 여기도 올리고 저기도 올리는 것은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하고 더구나 생각해보니 자유게시판이 내게 더 어울렸다. 나는 글을 가지고 먹고 사는 사람은 아니다. 글이란 나 자신의 인격을 수양하는 도구와 비슷하다. 그러니 애써 다듬고 멋지고 화려하게 만들 하등의 이유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누가 내 글을 읽든 말든 신경쓰지 않는다. 누가 내 글에 대해 답변을 했을 때 거의 대부분 그 답변을 보지도 않는다. 그러니 왕따니 아니니 이런 말에도 신경쓰지 않는다. 이해해 주기 바란다. 나는 누구한테도 감정이 없다. 다만 나는 그저 내가 할 일을 하고 싶을 뿐이다. 그리고 e 시철은 자기 나름대로 길을 찾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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