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학사상연구회

자유게시판
왜 논문을 쓰는가?
이병창 2009.10.05 1152
생각해 보면 논문을 왜 쓰는지부터가 문제이다.
아카데미즘은 논문을 자신의 완성된 연구의 표현으로 간주한다.
아카데미즘은 논문을 오직 심사할 뿐이다.

이런 아카데미즘에서 논문은 이미 완성된 것이므로
더이상의 토론은 불필요하다.
때로 논쟁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논쟁은 그야말로 진검 승부를 가리는 것이다.
그건 전쟁이고
여기서 죽고 사는 문제가 걸려있다.
그러니 결코 논쟁이 쉽게 일어날 수는 없다.

논문은 오히려 서로 토론하자고 쓰는 것이 아닐까?
이런 토론을 위해서는
서로가 자신의 논문이 아직은 불확실하고
완전하지 못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지 않으면 안된다.
오히려 토론을 통해서
서로에게 미진한 것을 알려주고
그럼으로써 더욱 좋은 논문이 나오도록 유도하는 것이
논문을 발표하는 의미가 아닐까?

어떤 사람은 불완전한 것은 마음 속에 담고 있다가
완전하게 되면 발표하라고 한다.
하지만 글을 또는 논문을 써본 사람이라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
사실 논문을 쓰다가 보면 방향이 많이 바뀌어지고
토론하다 보면 다른 생각이 더 떠오른다.
그러니 일단 써보아야 한다.

지금 아카데미즘의 논문발표 체계는
완성된 논문을 쓰는 것이다.
물론 세미나 발표가 있고
월례발표회도 있으나
전혀 활성화되지 않으며 참여에 제한이 있다.

결국 논문을 써서 발표해야 토론이 되는데
아카데니즘은 완성된 논문을 발표하라고 하니
토론이 없는 논문
이미 불필요한 토론이
아카데미즘의 기본형식이다.

다시 말한다.
불완전하더라도, 어떤 토론 거리가 되면
발표할 자격이 된다.
논문은 토론을 위해 쓰는 것이다.


이런 심사제도가
학진의 지원비를 타내기 위해 진입장벽을 세우는데는
유효할지 몰라도
과연 학문의 발전을 위해 무슨 기여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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