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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상학 토론을 이어가기 위해
이병창 2019.12.23 40
형이상학 토론을 이어가기 위해

한국의 철학계에서 형이상학에 관해 너무 무지하다는 생각이 든다. 윤구병 선생과 형이상학에 관한 토론에서 그런 걸을 느꼈다. 형이상학은 과학의 기초인데 과학을 부정하면서 형이상학을 세우려 한다.

플라톤은 형상eidos이라 했는데 아리스토텔레스는 본질esse이라 했다. 한국의 형이상학자는 사물의 형상이라는 개념과 본질이라는 개념을 구분하지 못한다. 그러나 중요한 차이가 이다.

예를 들어 사람의 형상은 다양한 것이 될 수 있다. 자주 말하는 것이지만 플라톤의 형상 개념에 따르면 직립 보행과 사유는 동시에 형상이 된다. 그 가운데 어느 것이 진짜 사람을 사람으로 만드는 것인가? 그러면 본질이라는 개념이 나온다.

또한 사물이 사물로 되는 원인과 자연이 계층성을 이루는 원인을 구분하지 못한다. 전자는 개체의 문제이다. 후자는 진화의 문제이다. 마치 지구의 자전과 공전이 다른 것이듯 양자는 달라진다.

개체의 문제는 플라톤주의자가 데미우르고스를 상정해 해결하려 했다. 반면 헤라클레이토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를 상호작용과 균형(로고스) 개념으로 설명했다. 결국 원자론자가 원자의 이합집산을 통해 해결의 기초를 놓았다. 현대 과학은 그 후예이다.

계층적 진화의 문제에 관해, 아리토텔레스는 부동의 원동자를 상정했다. 베르그송은 이를 내재화하여, 엘랑 비탈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들뢰즈는 그에 더해서 탈 영토화하는 힘을 상정했다. 그게 엘랑 드모르일 것이다. 그러나 그 어느 것도 다윈의 자연 진화라는 개념에서 무너졌다. 다만 맹목적 진화론은 자연의 계층적 구조를 설명하지 못한다.

자연 진화론과 원자론을 부정하고 무슨 형이상학이 세워질 수 있겠는가? 원자론과 자연 진화 개념을 인정하면서 사물의 개체성과 자연의 계층성을 설명하는 길은 없을까? 나는 그것이 헤겔의 변증법이라 생각한다. 변증법은 마르크스가 상품 장에서 가장 잘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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