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학사상연구회

자유게시판
노무현 가는 날
전호근 2009.05.29 1350
지난 토요일 아침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경찰 노무현 전대통령 사망확인’이라는 기사를 보고
처음에는 “이 천박한 자들이 이젠 사람의 목숨을 놓고 장난을 치는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또 무슨 낚시 글인가 싶어서 클릭했더니.
“아!”

좌절했습니다.
저 짐승 같은 검찰에 대항하면 전직 대통령도 죽는구나.
또 좌절했습니다.
이명박 치하에서 경찰이 광장을 버스로 막아 놓으니 할 수 있는 게 없구나.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더니
‘결코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성공할 수 있다는 증거를 꼭꼭 남겨드리겠다’더니
결국 이렇게 되고 말았구나.

이렇게 큰 좌절을 느낀 적은 없었습니다.
그러다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울었습니다.
누구는 저리 불쌍하게 죽었는데 나는 살아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이렇게 밥이나 먹는구나!

욕 많이 했지요.
국가보안법도 폐지 못하고
사학법도 제대로 개정 못하고
정간법도 못 고치고
뭐 제대로 하는 게 없네!

그리고
이라크 파병하고
FTA추진하고...
같은 편인 줄 알았더니 아니네.
엄청나게 실망했지요.

그리곤 타협했지요.
아, 노무현이 잘한 게 있다.
그가 대통령이 된 것, 그것만으로 커다란 의미가 있다.
이렇게 맘 편히 먹었지요.

그리곤 마음 속으로 ‘노무현 굿바이’ 하고 말했지요.
하지만 그가 다시 나를 광장으로 불러냈어요.
그는 죽음으로써 내 마음에 다시 살아났어요.

죽어도 죽지 않는
죽어서 다시 살아나는 당신,
노무현!

편안히 가시기 바랍니다.
당신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가장 오래 사는 대통령이 될 것입니다.
오늘 당신을 위해 상록수를 부르겠습니다.
0 개의 댓글
(댓글을 남기시려면 사이트에 로그인 해주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