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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단상-진여
이병창 2019.06.07 40
철학적 단상-진여

인간이 아니라 신의 눈으로 보면 이 세상은 어떻게 보일까?

영화 아프리카 탈출에는 멋진 장면이 있다. 모차르트의 음악이 배경을 흐르는 사이, 카메라는 비행기 위에 하늘을 나는 새 떼를 촬영했다. 그 아래로는 푸른 대지와 강물이 흐른다. 배경을 흐르는 음악 때문에 마치 신의 눈으로 보는 듯하다.

내가 보기에 그건 진부한 모습이다. 차라리 이런 모습이 아닐까?

언젠가 북조선의 그림을 본 적이 있다. 사회주의 영웅을 그린 그림, 생동적인 감동을 주는 동물화나 산수화 사이에 이상한 그림이 하나 걸려 있었다. 계절은 여름이다. 그림 2/3 쯤 강이 흐르고, 원경으로 낚시하는 사람들이 조그맣게 그려져 있다. 그 아래는 강둑의 숲이다. 이름 모를 풀들이 헝클어져 있는 풀밭이다. 그 풀밭에 소나무 그림자와 소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빛이 비치고 있다. 그 풀밭뿐이다.

작가는 어쩌면 무의미한 그 풀잎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남쪽에서 유행하는 극사실주의에 가깝다. 작가는 한 오라기 풀이나 한 줄기 빛도 놓치지 않았다

전체적 분위기는 너무나도 고요하다. 화폭 사이로 매미 소리가 더욱 크게 들려온다. 작가는 매미 소리를 그려내려 했던가?

나는 이 그림을 보고 이렇게 느꼈다. 신이 눈으로 보면 세상은 이렇게 고요할 뿐이 아닐까? 이 세상에 인간이 이리저리 의미를 부여하는 것과 달리, 세상은 그저 있었고 앞으로도 있고 영원히 있을 것이다. 헝클어진 그대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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