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학사상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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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노조, 민교협, 학단협 등 교수 3단체 주최 발제문
박종성 2012.08.21 525
안녕하세요. 대외협력부장 박종성입니다.



20일에 이었던 교수노조, 민교협, 학단협 등 교수 3단체 주최



18대 대선 집담회에 관련 발제문을 올립니다.



장마철 건강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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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대 대통령 선거 과정, 이래도 좋은가?

-안철수 문제를 중심으로-



정해구(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







1. 제18대 대통령선거의 의미와 민주진보진영의 무기력



2012년 제18대 대통령선거가 갖는 시대적 의미는 무엇일까? 나는 제18대 대선이 1987년 민주화 과정에서 치러진 제13대 대선 이래 가장 중요한 대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1987년 제13대 대선이 권위주의체제의 민주화에 있어 결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었던데 이어, 그로부터 25년이 흐른 2012년의 제18대 대선 역시 우리 사회의 사회경제적 민주화의 진전에 결정적인 계기로서 작용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6월민주항쟁을 통해 민주화의 공간이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제13대 대선에서 민주세력이 패배한 경험과 그것이 이후에 미친 부정적 영향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즉 1987년 당시 대통령 직선제가 받아들여졌음에도 권위주의세력의 대선 승리는 이후 민주개혁의 추진에 커다란 장애를 드리웠던 것이다. 이에 비추어 볼 때 사회적 양극화의 심화에 의해 사회경제적 민주화의 동력이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2012년 올해의 대선에서 민주진보세력이 패배할 경우, 그것은 이후 우리 사회의 사회경제적 민주화의 진전에 커다란 제약을 드리울 것이라는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사태가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제18대 대통령선거를 맞는 민주진보진영의 분위기는 그리 활발치 않다. 1987년 6월민주항쟁이 보여주었던 열정은 고사하고서라도, 올해 대선의 분위는 과거 통상적인 대선 분위기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왜 이런 무기력한 사태가 야기되고 있나? 우선 예상 외의 패배라 할 수 있는 4-11 총선 결과가 민주진보진영의 분위기를 위축시켰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민주진보진영의 정당이라 할 수 있는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또 다른 원인이다.



그 밖에도, 안철수 문제 역시 민주진보진영의 대선 분위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즉 안철수 교수가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에게 대적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대항 후보로서 부상하고 있지만, 그가 아직 출마 여부도 밝히지 않음으로써 민주진보진영은 민주통합당의 대선 후보와 안철수 사이에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올해 대선을 불과 4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민주진보진영은 현재 엉거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2. 대통령선거 경쟁 과정



이 글을 발표하는 8월 20일 오늘을 기점으로 해서 12월 19일 대선 투표일까지의 과정은 다음과 같이 세 과정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제1과정은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대선 후보가 확정되는 기간으로, 8월 20일 오늘로부터 민주통합당의 경선이 마무리되는 9월 16일 또는 23일(민주통합당 결선투표의 경우)까지의 약 1달에 걸친 과정임.

제2과정은 각 정당의 대선 후보가 결정됨으로써 본격적인 대선 경쟁이 시작되는 9월 16일 또는 9월 23일 이후로부터 대선 후보자 등록이 이루어지는 11월 25일까지의 약 2달에 걸친 과정임.

제3과정은 대선 후보자 등록 이후 최종적인 대선 경쟁이 펼쳐질 기간으로, 11월 26일 이후부터 대선 투표일인 12월 19일까지 약 25일 정도의 과정임.



(1) 제1과정(8월 20일-9월 16일 또는 23일)



각 주요 정당의 대선 후보가 결정되는 제1과정에서 새누리당의 후보가 박근혜 의원으로 결정되리라는 점은 분명하다. 반면 이제 곧 본선 경쟁이 시작되는 민주통합당의 경우 경선의 최종 승자가 누가 될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현재의 지지율만으로 볼 경우 최종 승자는 문재인 후보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유감스럽게도, 현재 당내 갈등으로 인해 분당 상황에 있는 통합진보당의 경우 그리고 여타 진보세력의 경우 앞으로 대선 후보가 어떻게 결정되고 누구로 결정될지는 현재로서 짐작하기 어렵다) 그러나 각 정당의 대선 후보가 결정되는 이 제1과정에서 안철수 교수가 공식적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할지는 분명치 않다.



안철수 교수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든, 선언하지 않든 이 기간 동안 가장 중요한 대선 일정은 누가 민주통합당의 대선 후보가 결정되느냐 하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야권의 가장 강력한 후보로 인식되고 있는 안철수 교수의 존재로 인해 민주통합당의 경선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는 분명치 않다. 다시 말해, 그 출마의 공식 선언 여부를 떠나 야권의 가장 강력한 대선 후보로서 인식되고 있는 안철수 교수의 존재 자체가 민주통합당의 지지 확대를 상당 정도 제약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이러한 조건에서 경선 과정을 통해 유권자들의 관심을 가능한 한 끌어들이는 한편 그럼으로써 자당 후보의 지지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 현재 민주통합당이 직면한 가장 긴급한 문제라 할 수 있겠다.



(2) 제2과정(9월 16일 또는 23일-11월 25일)



대선 경쟁의 제2과정이 될 이 기간 동안 가장 중대한 문제는 야권 후보 단일화의 문제이다. 이 경우 야권 후보 단일화의 결과는 다음과 같은 경우로 구분해볼 수 있을 것이다.

안철수 교수가 공식적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그럼으로써 이 기간 동안 안철수 교수와 민주통합당 후보 사이에 후보 단일화가 시도되는 경우. 이 경우 야권의 단일 후보로는 안철수 후보나 민주통합당 후보로 결정될 것이다.

안철수 교수가 민주통합당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천명하며 대선 출마를 포기하는 경우. 이 경우 야권의 단일 후보는 민주통합당 후보로 결정될 것이다.

야권 후보 단일화에 실패함으로써 새누리당 후보, 안철수 후보, 그리고 민주통합당 후보 간의 3자 구도의 대선 경쟁이 이루어지는 경우.



여기에서 우리가 무엇보다도 가장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할 문제는 야권 후보 단일화의 의 경우이다. 이 경우는 다시 야권의 단일 후보가 민주통합당 후보로 결정되는 경우와, 그것이 안철수 교수로 결정되는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이다. 야권의 단일 후보가 민주통합당 후보로 결정되는 전자의 경우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후보 단일화의 결과 단일 후보가 안철수 후보에게 돌아가고 그럼으로써 안철수 단일 후보가 시민후보 또는 국민후보로서 대선에 나설 후자의 경우, 민주통합당은 그것을 잘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는 생각처럼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선거 중 가장 중요한 선거인 대통령선거에서 자신의 후보를 내지 못한다는 것은 제1야당인 민주통합당의 존재 가치까지 의문을 불러일으키는, 정당으로서는 치명적인 약점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것은 민주통합당의 분열을 가져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즉 민주통합당 내에서는 시민후보 또는 국민후보로서의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는 세력과 민주통합당 후보로서의 안철수 후보를 주장하는 세력 사이에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민주통합당은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안철수 후보에게 민주통합당 입당을 강하게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경우 안철수 후보가 민주통합당 입당을 쉽게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당선 후 입당의 밀약은 가능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것은 시민후보 또는 국민후보로서의 그의 출마 명분을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자신에 대한 지지자들의 지지조차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우리가 유의할 것은 쉽게 이루어질 것 같은 후보 단일화 문제 역시 그 실제 성사에 우여곡절이 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다른 한편, 안철수 교수가 자신의 출마를 포기하고 민주통합당 후보에게 그 지지를 천명하며 양보하는 의 선택을 한다면, 안철수 교수는 이후 어떻게 행동해야 하나? 이 경우 안철수 교수의 행동은 다음과 같이 예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안철수 교수는 상당 기간 동안 자신의 출마 여부를 밝히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결정적인 시점을 택해 후보 양보의 결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교수가 대선 출마를 포기한다 해도 그것은 ‘명예로운 포기’, 나아가 ‘영웅적인 포기’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3) 제3과정(11월 26-12월 19일)



대선 경쟁의 마지막 과정인 제3과정에서 그 경쟁 구도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야권 단일 후보의 양자 구도로 정리될 경우, 그것은 어느 한 측의 일방적 승리를 예측하기 어려운 박빙의 승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경우 대선 경쟁은 민주진보진영으로서도 한 번 해볼 만한 경쟁이 될 것이다. 그러나 안철수 후보와 민주통합당 후보 사이에 단일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그럼으로써 3자 구도의 대선 경쟁이 이루어질 위의 의 경우, 그것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일방적인 승리로 귀결될 것임이 분명하다.



3. 안철수 문제, 어떻게 판단해야 하나?



이상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현재 민주진보진영의 대선 전략은 안철수 문제에 직면하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교착상태에 머물러 있다. 마치 ‘안철수 마법’에 걸려 있는 듯한 그러한 모습이다. 그럼에도 안철수 교수는 대선 출마에 대한 자신의 결정을 계속 미루고 있다. 물론 민주진보진영으로서는 그가 출마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안철수 카드를 잘만 활용한다면, 그 카드는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의 승리를 막고 민주진보진영의 승리를 가져올 수 있는 회심의 카드일 수 있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안철수 카드의 활용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들에 대한 민주진보진영의 사려 깊은 판단과 검증이 필요하다.



(1) 대선 후보로서의 안철수의 자질과 능력은?



안철수 현상이 존재한다는 것은 익히 증명된 바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이 같은 현상은 왜 만들어지고 있나? 첫째는 끝 모를 경제 위기와 극복될 것 같지 않은 사회적 양극화의 상황이 만들어내고 있는 깊은 불안감 때문인 듯하다. 즉 일부 기득권층을 빼놓고는 어느 누구도 자신의 안정적인 삶과 미래를 전망하기 어려운 그 불안감이 문제를 일거에 해결해줄 것 같은 ‘정치적 메시아주의’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둘째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실망이다. 기득권층의 이해에서 벗어날 것 같지 않은 새누리당에 대한 불신, 수많은 언질과 약속에도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는 민주통합당, 내부 싸움으로 시종하는 통합진보당 등에 대한 실망이 그것이다. 개인들의 삶이 벼랑으로 몰리는 가운데 국민들은 기존의 정치권에서 그 희망을 찾지 못하니, 정치권 밖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안철수 현상이 곧 안철수의 대통령 자질을 의미하는 것일까? 다시 말해, 안철수에 대한 지지가 높다는 것이 그가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대통령으로서의 능력을 가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물론 그가 살아왔던 궤적을 살펴보았을 때, 안철수 교수가 개인적으로는 매우 훌륭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가 훌륭한 사람이라는 것과 위에서 언급한 바의 안철수 현상이 대통령으로서의 그의 자질과 능력을 보증해주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12월 대선이 몇 달도 남지 않은 지금, 민주진보진영이 새삼 확인하고 검증해야 할 것은 안철수 현상이 아니라 과연 그가 정치적 측면에서 그리고 정책적 측면에서 대통령으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의 문제이다.



(2) 안철수 정치세력의 성격은?



정당에 버금할 수 있는 안철수의 정치세력이 있나? 현재 보도되는 바에 따르면 정당에 버금할 수 있는 안철수의 정치세력이 존재하는 것 같지는 않다. 주변에서 조언을 해주는 다수의 인사들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은 많아봤자 수십 명에 그치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렇다면 조직화된 정치세력 없이 유권자들만의 막연한 지지만으로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는지, 그리고 설사 대통령에 당선된다 할지라도 그 국정운영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는 매우 의문스럽다.



물론 출마선언을 할 경우 안철수 후보를 지지해줄 정치세력이 조직화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갑작스럽게 조직된 그 세력이 오합지졸을 넘어 정당에 버금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렇다면 안철수가 출마할 경우 그리고 민주통합당 후보와 단일화를 통해 야권의 단일 후보로서 등장할 경우 그를 지원해줄 정치세력은 사실상 민주통합당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그는 정당과 거리를 두는 것으로서 자신의 지지를 유지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정당의 지원을 받아야 되나, 동시에 정당과 거리를 두어야 하는 것이 안철수의 모순적인 입장이다.



(3) 안철수 지지자는 충성스러운가?



안철수의 대선 출마 문제는 민주화 이후의 우리 정치의 맥락에서 보면 일종의 무당파 지지의 제3후보 현상이다. 이를테면 민주화 과정에서 구축된 지역주의 정치는 시간이 흐를수록 이에 비판적인 비지역주의 유권자들을 증대시켰는데, 무당파 성향으로 가진 이러한 유권자들은 대선 때마다 제3후보 현상을 만들어왔다. 이를테면, 1992년 제14대 대선의 정주영 후보, 1997년 제15대 대선의 이인제 후보, 2002년 제16대 대선의 정몽준 후보, 2007년 제17대 대선의 문국현 후보 등의 등장이 바로 그것이다. 문제는 대선이 거듭될수록 제3후보 현상이 강화되었다는 점인데, 그 배경에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기성 정당과 정치에 대한 젊은층 등 비지역주의 유권자들의 강한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안철수 교수에 대한 지지는 무당파 성향이 많은 중도층과 다소 진보적인 층에 주로 많이 분포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교수에 대한 지지가 젊은층에서 많은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와 관련하여 우리가 확인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안철수 지지층의 충성도가 강한가 하는 점이다. 통상 무당파층의 지지는 한편으로 강할 수도, 다른 한편으로 약할 수도 있다. 만일 안철수 지지자의 충성도가 후자에 가깝다면 그것은 여론조사에서는 지지를 표명했다 할지라도, 안철수 후보에 대한 본격적인 검증이 전개되어 그 지지가 흔들릴 때 그리고 대체 후보가 부상할 때 그 지지가 급속히 빠질 수도 있다.



(4) 안철수 대통령의 국정운영은 성공할 수 있나?



야권의 단일 후보로서 안철수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그 국정운영은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나? 이와 관련하여 안철수 후보가 시민후보 또는 국민후보로서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그것은 안팎의 정당정치사에서 보기 드문 현상이 될 것이다. 그러나 집권여당이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쉽지 않으리라는 점은 분명하다. 첫째는 자신의 정치세력을 갖지 못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임명할 국정의 수많은 인사들을 어떻게 충원할 것인지, 그리고 그들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가 의문이다. 둘째는 집권여당이 없는 국정운영이 과연 가능할 것인지는 더욱 의문이다.



물론 박원순이 서울시장에 당선된 이후 그러했듯, 안철수는 대통령 취임 이후 민주통합당에 가입함으로써 집권여당이 된 민주통합당의 지원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철수 대통령과 민주통합당의 관계는 그리 긴밀할 것 같지는 않다. 원래 그 뿌리가 같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높은 정권 초반기는 그런대로 원활한 국정운영을 수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대통령에 대한 신비감과 기대감도 점차 사라지고 경제 등 구체적인 정책 실패의 상황이 나타날 경우, 그 지지도는 급속히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그 경우 대통령의 국정운영은 결국 기존의 관료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것은 과거에 항용 그러했듯 정책의 보수화로 나타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5) 안철수 대통령 당선은 정당정치의 발전에, 나아가 민주주의 발전에 긍정적인가?



대통령제이든 내각책임제이든 대의민주주의 정부는 그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정당정부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시민후보 또는 국민후보로서의 안철수 후보의 당선과 그 정부의 등장은 사실상 정당정치를 약화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정당을 우회하여 시민후보 또는 국민후보 대통령이 등장할 경우 그것은 이후 대선에서도 그러한 경향을 조장할 것이며, 따라서 시민후보 또는 국민후보 대통령 현상은 이후 대선 때마다 대두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이러한 현상은 보다 장기적인 차원에서 그렇지 않아도 허약하기 짝이 없는 우리 정당정치의 기반을 심각하게 침식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기존의 지역주의 정당과 정치를 혐오한다 하여 정당정치 자체를 부정하는 정치(최근 그러한 경향이 부지불식간에 ‘시민정치’의 이름으로 확산되고 있다)가 급속히 등장한다면, 그것이 장기적으로 민주주의 발전에 진정 도움이 될지 매우 의문스럽다. 오히려 기존의 지역주의 정당과 정치에 대한 비판과 혐오가 크다면, 그 대안은 정당 개혁을 통해 새로운 정당 및 정당체제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전개되고 있는 현실은 대안적인 정당 및 정당체제를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새로운 정당정부를 만들어내는 상황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시민정치’의 이름을 빌어 정당과 정당체제 자체를 약화시키고 붕괴시키는 일종의 무정당주의가 아닌가 한다. 따라서 그러한 시도는 매우 급진적인 것 같으나 실은 정당정치 허무주의를 만들어내는 무책임한 처사일 수도 있다.



4. 글을 마치며



필자가 보기에, 현재 우리의 정당정치는 때이른 약화와 해체의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지역주의 정당정치가 구축되어 약 4반세기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지역주의는 지속적으로 약화되는 가운데 기존의 정당들은 정당 개혁에 게을렀을 뿐만 아니라 자신을 지탱해줄 새로운 기반을 구축하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성 정당정치의 위기는 대선을 앞둔 현재 새로운 정보환경 속에서 그 정치 참여를 증대시키고 있는 젊은층 등 무당파 주도의 제3후보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듯하다. 안철수 현상은 그러한 현상의 한 드라마틱한 모습일 뿐이다.



그렇다면 정치적인 차원에서 안철수 현상은 다음과 같이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즉 그것은 기성의 지역주의 정당정치가 약화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 사회가 새로운 정당정치의 대안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보환경의 급속한 진전에 힘입어 그 정치 참여를 증대시키고 있는 젊은층 등 무당파층이 주도하는 제3후보 현상인 것이다. 더구나 안철수 현상은 사회 양극화의 절박한 현실에서 그 삶의 정치적 돌파구가 열리길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의 정치적 메시아주의에 의해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그러나 안철수 현상으로 우리 사회의 제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고 기성 정당정치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나? 유감스럽게도 그 점은 장담할 수 없다. 안철수 현상은 현재 우리 사회가 처한 현실, 특히 우리의 정당정치가 처한 위기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주고 것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그러한 문제들을 해결해주는 해결책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 사회와 정치의 문제를 드러내주는 안철수 현상을 그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처방과 혼동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대선을 겨우 4개월을 앞두고 있는 지금 그 모두가 출마 선언도 하지 않은 안철수를 바라보면서 아무 것도 할 수없는 마법, 즉 ‘안철수의 마법’에 걸려 있는 것은 아닌가?



그런 점에서 우리는 지금의 사태를 보다 직시할 필요가 있다. 사회경제적 민주화의 진전에 결정적 계기가 될 이번 대선에서 안철수 현상을 이해하면서도 그것을 문제에 대한 처방으로 혼동하지 않는 그러한 태도가 바로 그것이다. 우리는 안철수의 마법에서 깨어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안철수 현상을 보다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신중함과 지혜를 가질 필요가 있다. 어쩌면 그것이 우리 사회와 정치를 발전시키는 한편 자신조차도 마법에 걸린 듯한 안철수를 위한 길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안철수 문제는 보다 숙고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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