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학사상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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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절망>
이관형 2012.12.20 417
절망



김수영



풍경이 풍경을 반성하지 않는 것 처럼

곰팡이 곰팡을 반성하지 않는 것 처럼

여름이 여름을 반성하지 않는 것 처럼

속도가 속도를 반성하지 않는 것 처럼

졸렬과 수치가 그들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 것 처럼

바람은 딴 데서 오고

구원은 예기치 않은 순간에 오고

절망은 끝까지 그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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