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학사상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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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만주 기행8
이병창 2013.07.22 266
오늘 하루 우리는 용정 주위 항일 유적지를 찾아보기로 했다. 어릴 때부터 역사책에 나오는 이름들을 나이 60이 되어서 비로소 확인하다니 감회가 새롭다. 용정에서 대성중학교를 거쳐, 간도 일본총영사관에 들어갔다. 다행히 안내자의 도움으로 우리는 총영사관 지하에 있는 고문실에도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런 다음 두만강을 건너서 간도 이민이 용정으로 오는 육도하의 길을 거슬러 올라가 명동촌에 들렀다. 윤동주 생가 그리고 명동학교를 보고 돌아왔다.



이런 유적들이야, 너무나 널리 알려져 다시 말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런데 우리는 남들이 안 가는 곳을 한군데 가보기로 했다. 우리 중에 동양 철학하시는 이규성 선생이 아주 강력하게 소망하였기 때문이다. 이곳이 다행히 청산리 대첩비가 있는 곳에서 용정으로 돌아오는 길가에 있기에 모두들 선뜻 동의했다. 그곳은 바로 대종교 3세 교주들의 무덤이 있는 곳이다.



언젠가 나는 이규성 선생과 더불어 대종교 종사인 나철 선생의 생가를 찾아가 본 적이 있다. 전남 벌교에 선생의 생가가 있다. 이번에 나철 선생을 포함한 3세 교주의 무덤을 찾았으니 선생을 기리는 우리의 도리는 다한 셈인가?



돌아오는 길에 버스에서 이규성 선생으로부터 나철 선생과 대종교에 대해 강의를 들었다. 우선 대종교가 기반이 되어 북로군정서가 만들어지고 김좌진 장군의 청산리 대첩이 가능했다는 것은 익히 아는 일일 것이다. 수많은 항일 민족주의자들을 길러낸 대종교, 그런데 대종교가 어떤 종교이기에 그런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인가?



단순히 단군을 숭배했다고 해서 그 수많은 항일 민족주의자들이 대종교를 믿지는 않았을 텐데? 무언가 종교로서 생명력을 지닌 것이 아닐까? 이슬람이 현존하는 종교 가운데 가장 큰 생명력을 지닌 것은 이슬람이 철저한 평등주의적인 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 한다. 그런 것처럼 대종교에도 무언가 있었을 것이다. 그게 무얼까? 무척이나 궁금했지만 강의를 들어도 쉽게 의문은 풀리지 않는다.



강의의 내용 가운데 지금 기억나는 것은 두 가지이다. 나철 선생을 비롯해서 대종교 교주들이 모두 자결로 생을 마감했다는 것이다. 교주가 자결한 종교가 또 있을까? 예수 그리스도 역시 스스로 죽음을 택했지만 자결은 아니다. 못 박혀서 죽임을 당했다. 나철 선생의 자결문을 보면 자신의 죄를 자결로 갚는다고 했다 한다. 그 죄는 민족을 구하지 못한 죄라고 한다. 그런데 교주의 자결은 일제에 대한 성전을 선포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



또 하나 기억나는 것은 대종교의 교리가 3박자라는 것이다. 환웅과 한검과 단군의 삼위일체를 비롯해서 교리의 모든 내용이 항상 3박자로 나누어지고 다시 결합된다. 그런데 불교는 체와 용을, 유교는 이와 기를, 플라톤은 형상과 물질을 구분한다. 이런 철학은 모두 2박자이다. 반면 헤겔의 변증법은 전형적으로 3박자이다. 그렇다면 대종교의 교리는 변증법적 요소가 있다는 말이 되는 것이 아닐까?



언젠가 나도 서양철학은 그만하고 한국철학의 연구로 돌아서야 하겠다. 그때는 내가 지금 가진 의문을 시원하게 풀어보리라.



용정의 특산물은 사과배라고 한다. 사과와 배를 접종하여 만든 새로운 품종인데, 정말 달고 맛있다고 한다. 용정 주위에 상당한 규모의 농장이 펼쳐있는데 모두 사과배 농장이라 한다. 이걸 수입해서 팔아볼까? 우리는 용정에서의 하루를 마치고 길림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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