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학사상연구회

자유게시판
진보평론33호(2007년 가을) 발간
진보평론 2007.09.12 2981
책 소개

진보평론33호(2007년 가을호) 특집은 청년과 실업으로 잡았다. 올해로 IMF 사태를 맞이하여 대량해고와 비정규직의 확산 등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된 지 10년이 되었다. 그동안 노동 불안정화의 여러 문제는 첨예한 사회적 의제로 쟁점화되면서 대중적인 투쟁을 불러일으켰다. 그런데 유독 청년실업만이 그 사태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쟁점화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청년실업에 대해 문제제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인 청년들이 문제해결을 요구하는 대중적인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앞으로 사회적 의제로 쟁점화 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번 호의 특집으로 결정하였다.

요즈음 대학생들의 졸업연한은 군대 간 시간을 빼고 거의 평균 7년에 달한다. 취직을 하지 못해 졸업을 미루고 3년을 대학에서 허비하고 있다는 얘기다. 사설학원가는 대학 가려는 수험생이 아니라 공무원 시험 등 각종 취업시험에 응시하려는 시험준비생으로 바뀌었다. 97년 IMF 사태가 터진 그 해의 일이 아직도 뇌리에 생생하다. 졸업하고 취직하려는 희망에 부풀어있던 4학년 졸업 학번 학생들에게 IMF는 날벼락이었다. 취업의 기회가 사라져버리고 사회에 진출하여 멋진 미래를 꿈꾸던 희망도 졸지에 사라져버렸다. 그해 졸업을 앞둔 학생들은 스스로를 ‘저주받은 세대’라고 한탄하였다. 그 청년실업이란 저주가 IMF가 시작된 10년이 지난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다.

청년실업을 특집으로 하면서 실제로 무엇보다도 세부적인 주제를 잡고 필자를 찾는 데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다. 청년실업이 쟁점화되지 않은 것은 차치하고라도, 청년실업에 대해 아직 제대로 기본적인 연구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 대해 아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글을 써 주신 필자들에게 감사드린다.

김성희와 김재호의 두 글은 청년실업의 현황을 고찰하고, 이로부터 청년실업의 해결방안을 나름대로 제안하고 있다. 김성희는 「청년실업 바로알기와 3가지 해결방안」에서 청년실업의 원인에 대한 여러 오해와 왜곡을 일일이 지적하면서 청년실업의 올바른 원인에 대해 규명해주고 있고, 서구 유럽의 사례를 통해서 청년실업의 해결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청년실업의 해결방안이 실행에 옮겨지기 위해서는 그에 앞서 우선 사회적 쟁점화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아직 사회의 어느 층위에서도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김재호는 「높은 체감실업률과 확산되는 청년층의 이중고」에서 청년실업의 현주소를 보여주면서, 투자활성화, 수요를 예측한 직업교육, 정부의 지원정책 활성화 등 청년실업극복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청년실업을 특집으로 하면서 이와 유사한 다른 나라들의 사례를 다루어보기로 하였다. 김신양의 「프랑스 최초고용계약 반대운동의 배경과 의미」와 제임스 페트라스의 「아르헨티나 실업노동자운동」은 실업자문제가 광범위한 사회 운동으로 전개된 사례를 분석하고 있으며, 특히 김신양의 글은 한국의 청년실업을 쟁점화하는 데에 있어서 많은 시사점을 던져 준다. 2006년 프랑스 정부는 26세 미만의 청년을 대상으로 2년간의 불안정노동계약을 도입하는 법안을 제출하였으나, 이는 프랑스 전국의 대학생들이 궐기하는 사태에 직면하여 포기되었다. 최초고용계약 반대운동은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사회운동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 주었다. 프랑스의 최초고용계약반대운동은 한국의 청년실업에도 특별한 계기가 주어지면 사회적으로 쟁점화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페트라스의 글은 아르헨티나 실업자운동의 전개과정과 새로운 운동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빈민층의 지역단위(바리오)에서부터 자율적인 조직화에 기초하여 도로봉쇄 및 각종 점거를 통해 지배체제와 대결하며 동시에 타협하면서 여러 가지 양보를 받아내고 그것을 내부적으로 민주적으로 배분하는 과정을 실천하고 있다. 대표제화를 거부하는 그 운동에는 실업자뿐 아니라 특히 여성들의 참여가 두드러지며, 주체 문제와 관련하여 기존의 프롤레타리아트 개념을 넘어서 대중(multitude) 개념을 제기하고 있다.

그런데 청년실업의 실질적인 당사자들인 청년들이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나서지 않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신자유주의 아래에서 대학은 더 이상 학문의 전당이 아니라, 기업이 요구하는 ‘인적자원’을 공급하는 교육청부기업이다. 취업의 문이 좁아지면서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 내몰린 대학생들은 학점, 어학 능력, 각종 자격증 등 취업을 위한 준비에 혈안이 되고 있다. 대학생들 스스로가 ‘도서관 내부에서의 자기 착취’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이들에게는 왜 취업난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지, 청년실업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겨를조차 없다. 이들은 그들에게 휘몰아치고 있는 신자유주의의 반사회적 폭력에 무기력하게 노출되어 있다.
김태완과 강이진의 두 글은 대학생들 자신이 청년실업을 어떻게 체험하고 바라보고 있는지를 듣기 위해 마련된 글이다. 청년들이 청년실업에 대해 아무 문제의식이 없는 것이 아니다. 다만 어려운 취업관문을 뚫기 위해 개인적으로 노력하는 것 이외에 다른 어떤 출구도 없는 것처럼 보이고 있을 뿐이다. 막연한 기대로 보이기도 하지만 올 대선정국이 청년실업을 사회적 의제로 쟁점화하는 절호의 기회일 수도 있다. 청년들이 광화문에 모여 하다못해 청년실업의 해결을 요구하는 대중집회라도 할 수 있지는 않을까하는 막연한 기대도 가져본다. 11월 3일 학생의 날을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보장하라는 것을 요구하는 날로 삼으면 안 될까?

시평 「대선정국과 그 이후」에서 김세균은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신자유주의정책을 추구하는 한 경제회생과 민생경제회복에 대한 공약은 거짓으로 판명날 것이라고 분석한다. 따라서 진보진영은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 극복의 전망과 연결되는 투쟁을 전개해야 함을 강조한다.
정세에서 권미정은 「매장을 멈춰라! 비정규법을 바꿔라! 투쟁은 계속된다!」에서 최근 유례없는 관심과 지지를 받는 뉴코아-이랜드 투쟁의 과정과 의의를 보여주고 있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인권단체들의 지지투쟁은 물론이고, 뉴코아 노조의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결합하여 싸워나가는 모습은 노동자운동의 새로운 단계를 보여주는 것임을 밝히고 있다.

발언대에서는 강영만이 스승과 제자가 법정공방으로까지 가게 된 고려대 출교생 투쟁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출교생 투쟁은 신자유주의 광풍을 자랑스럽게 품고 나가는 대학이 학생들에게 어떤 짓을 하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일반논문에는 여러 글을 실었다. 박주희는 「지역생협에서 주부들의 풀뿌리운동과 대안가치」에서 광주의 동남생협 안에서의 주부들의 운동 모습을 차근차근 살펴본다. 시장의 효율성을 넘어서려는 주부들의 활동 속에서 대안가치를 추구해 나가려는 경향을 읽어낼 수 있다.
오길영은 「통신보호법, 통신국가보안법?」에서 통신비밀보호법은 지속되어온 불법도청을 척결하려는 것임에도, 감청에 대한 예외적 합법성을 부여하려고 한다고 분석한다. 그리고 개정된 통신보호법은 통신부문의 보안법으로 기능하려는 독성을 지니고 있다고 진단한다.
제갈현숙은 「남한 사회정책 발전의 상대적 지연성에 관한 일고찰」에서 지난 10년간 한국 사회정책은 사회복지비 확대지출 및 4대 보험제도의 확장으로 나타났는데, 이것은 서구의 사회정책이 신자유주의노선에 따라 복지축소로 나아간 것과는 대조적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오히려 사회정책의 발전이 상대적으로 지연된 탓이라고 진단한다.
이정구는 「금융주도의 축적체제론 비판」에서 금융자본의 세계화 현상에 직면하여 많은 경제학자들이 금융주도의 새로운 축적체계가 등장한 것으로 설명하지만, 그것은 과도한 것이고 신자유주의의 하나의 특징에 불과하며, 여전히 자본주의의 핵심고리는 산업자본임을 강조하고 있다.
정상준은 「포스트케인지언 통화내생성 이론에 대한 마르크스주의적 비판과 확장」에서 통화내생성(중앙은행을 포함한 은행시스템은 경제주체들이 필요로 하는 만큼의 통화를 생산해 난다)에 대한 포스트케인지언 이론은 시장을 통제하고 개입하며 구체적인 통화정책방안을 실행하는 데 좋은 아이디어들을 제공한다고 분석한다.

블로그 란에 실린 「가슴을 울리는 투쟁이 세상을 울린다: 뉴코아․이랜드 투쟁을 함께하며」에서 아리는 투쟁의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정형화되지 않은 운동 초자(새내기 활동가)로서의 어설픈 모습도 그대로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다.
다시읽기에서 이인경은 가부장적인 서술로 받아들여지는 성서를 여성주의적 입장에서 다시 읽기를 시도한다. 사회보다 여성억압이 더 심한 교회 안에서 오히려 여성해방적 성서해석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박수정은 르포, 「함께 땅을 일구는, 삶을 일구는 사람들」에서 베네수엘라의 한 마을에 있는 협동조합을 방문하여 겪은 일상을 풀어나간다. 땅 없는 사람들이 모여서 새로운 땅에서 일하는 모습, 그곳에서 살아가는 어린이의 모습 등에서 함께 삶을 일구는 사람들을 잔잔히 그려낸다.
이번에 서평은 진보평론 다시읽기 란에 실었던 글들을 모은 󰡔고전 다시읽기󰡕1에 대해 박종성이 써 주었다. 이 책에 실린 글들에서 각 필자는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해 침묵하는 지배적 사상 및 질서에 반기를 들고 지배권력의 거시·미시적 정치전략을 분석하여 굴절된 인간의 모습을 복원하고자 하는 사상가들을 다시금 현실로 불러내고 있음에 대해 정리하고 있다.

청년실업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하는 과제는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와 긴밀한 연관이 있다하겠다. 실업의 공포를 통해서 체제를 유지하고 인간을 관리하는 이런 신자유주의 사회에 대해 대안을 고민하고 조금씩이라도 바꾸어 내지 않고야 어떻게 살아간다고 할 수 있겠는가?


차례
□ 특집 청년과 실업: 청년실업자들의 대중적 행동을 기대하며
* 청년실업 바로 알기와 3가지 해결방안(김성희)
* 높은 체감실업률과 확산되는 청년실업층의 이중고(김재호)
* 청년실업 문제는 불안정노동 철폐의 문제다!(김태완)
* 자본주의에서 성장한다는 것(강이진)
* 프랑스 최초고용계약 반대운동의 배경과 의미(김신양)
* 아르헨티나의 실업노동자운동(제임스페트라스)

□ 시평 대선정국과 그 이후(김세균)
□ 정세 매장을 멈춰라! 비정규법을 바꿔라! 투쟁은 계속된다!(권미정)
□ 발언대 480일간 계속된 출교철회 천막농성(강영만)
□ 일반논문 지역생협에서 주부들의 풀뿌리운동과 대안가치(박주희)
* 통신비밀보호법, 통신국가보안법?(오길영)
* 남한 사회정책 발전의 상대적 지연성에 관한 일 고찰(제갈현숙)
* 금융 주도의 축적체제론 비판(이정구)
* 포스트케인지언 통화내생성 이론에 대한 마르크스주의적 비판과 확장(정상준)
□ 블로그 가슴을 울리는 투쟁이 세상을 울린다: 뉴코아-이랜드 투쟁을 함께하며(아리)
□ 다시읽기 여성의 구원을 위하여 그리고……(이인경)
□ 르포 함께 땅을 일구는, 삶을 일구는 사람들(박수정)
□ 서평 저항하면서 존재하기(박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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