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학사상연구회

자유게시판
학술단체협의회 관련 기사(한겨레신문)
학술단체협의회 2006.02.21 2810
보수 ‘이념공세’ 교과서로 번진다

[한겨레 2006-02-21 09:03]    

  

[한겨레] 중등 교과서가 이데올로기 대립의 전장이 되고 있다. 학문 세계에서 이론적 논쟁을 펼치던 인문학·사회과학자들이 중등 교과서 개정에 뛰어들었다. 일부 언론이 이를 이념 논쟁으로 몰아가면서, 역사학계도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이번 기회에 참된 역사교육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불씨는 <해방전후사의 재인식 1·2>(책세상 펴냄)의 출간이 지폈다. 지난 10일 공식 출간을 전후해 보수언론이 대대적으로 이 책을 보도했다. ‘신우익’(뉴라이트)을 대표하는 역사책으로 알려지면서 20일 현재 이미 3쇄까지 다 팔렸다. 지난해 1월 출범한 ‘교과서 포럼’의 핵심인사들이 <…재인식> 편집위원으로 참여했다. 중등 교과과정의 근현대사 교과서를 “편향된 역사인식의 표본”이라고 비판한 교수들이다. 그 가운데 한사람인 김일영 성균관대 교수는 <한겨레> 인터뷰에서 “우선 중등교과 부교재 형태의 단행본을 내면서 역사인식의 편향을 바로잡고, 8차 교육과정 개편을 계기삼아 본격적인 중등 교과서를 만들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진보학계의 대응도 빨라졌다. ‘교과서 포럼’에 대응하는 상설연대기구 발족을 앞두고 있다. 전국역사교사모임, 역사문제연구소, 한국역사연구회, 한국역사교육학회, 아시아평화와 역사교육연대(이하 역사교육연대) 등이 주역이다. 양미강 역사교육연대 위원장은 20일 “최근 내부 논의를 통해 ‘교과서 공세’에 대응하는 상설단체를 만든다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내부 토론을 거쳐 5월 중에 역사교과서 및 역사교육을 주제로 대규모 공개토론회도 열 계획이다.

진보적 학술단체들의 연대모임인 학술단체협의회도 나섰다. 소속 학회별로 보수세력이 벌이는 교과서 공세의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박경 학단협 공동대표(목원대)는 “보수세력들의 교과서 공세에 적극 대응하기로 내부 방침을 굳혔다”고 밝혔다. 현재 학회별로 내부 논의중인데, 다음달 4일 회의를 열어 학단협 차원의 최종 견해를 정리할 예정이다. 학회별로 대응 수위는 달라질 전망이다. 한국사회경제학회를 중심으로 한 경제학자들은 이미 경제과 교과서 발간 계획을 세웠다. 장상환 경상대 교수는 “올 하반기에 교과서 집필에 들어가 이르면 내년에 중등과정을 염두에 둔 경제 교과서를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번지면서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중등 역사교과서 집필에도 참여했던 주진오 상명대 교수는 “정치적 계산이 담긴 우파들의 교과서 공세는 역사교육의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진보학계가 조직적 차원에서 또다른 교과서 집필에 나서는 것도 위험한 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중석 성균관대 교수도 “특정 언론이 학자들을 앞세워 교과서 문제를 정략적으로 띄우고 있다”며 “학문적 논쟁을 통해 역사교육의 참된 발전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미강 위원장은 “그들이 틀렸고 우리가 옳다는 식으로 몰거나, 진보와 보수 학자들을 극단적으로 대비시키는 방식은 옳지 않고 학계도 그런 수에 말려들지 않을 것”이라며 “교과서 문제를 현 정권의 문제와 직결시키는 천박한 논리가 아니라, 이번 기회에 중등 역사교육이 어떤 길을 가야 할지 고민하는 한 차원 높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0 개의 댓글
(댓글을 남기시려면 사이트에 로그인 해주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