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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현상학 정신 장 B 절 근대정신 주석(2)-자기 소외의 정신
이병창 2019.09.11 39
정신현상학 정신 장 B 절 근대정신 주석(2)-자기 소외의 정신

1) 소외의 개념

앞에서 헤겔은 이성의 소외와 정신의 소외를 비교했습니다. 가치의 차원인가 의지의 차원인가 차이가 있습니다만 맹목적 우연과 소외, 부정적 노동 등의 개념은 서로 일치합니다. 이어서 헤겔은 265:5-265:16한 단락에 걸쳐 소외라는 개념을 두 가지 측면에서 설명합니다.

“실체는 이런 방식으로 정신이 된다. 즉 자아와 본질의 자기의식적인 통일이다. 그런데 자아와 본질은 서로 소외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개인적 자아와 일반적 자아[본질]의 관계는 두 가지 측면을 갖습니다. 서로 대립하는 측면 즉 소외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개인적 자아는 일반적 자아를 대상으로 인식하는 의식이 됩니다. 이때 의식은 실제의 의식이죠.

그런데 일반적 자아는 개인적 자아의 상호 관계를 통해 형성된 그 산물입니다. 이런 점에서 양자는 통일되어 있는데 이런 통일은 의식의 내면에서만 존재하는 것이죠. 헤겔은 이런 내면적 의식을 순수의식이라 합니다.

실제의 의식과 순수의식은 서로 대립합니다. 전자가 차 안의 의식이라면 후자는 피안의 의식이죠.

“현재는 직접적으로 그 피안 그 사유와 사유된 존재에 대립물을 갖는다. 마찬가지로 이 피안은 차 안에 즉 그에게 소외된 현실인 차 안에서 대립물을 갖는다.”

2) 탈자의 관계

일단 이렇게 소외의 두 측면, 실제적 의식과 순수 의식, 대립과 통일을 비교해 놓은 다음 헤겔은 이어서 두 측면, 두 세계의 관계에 주목합니다. 그것이 265:17-265:34까지에 걸친 내용입니다.

헤겔은 여기서 정신이 갖는 고유한 특징을 제시합니다. 개인과 사회가 각기 고유한 자아, 자기의식을 가지며 따라서 이 두 자아는 항상 서로 구별된 세계와 동시에 합일된 세계를 갖는다는 것입니다.

이런 두 세계는 그리스 정신에서는 가족과 국가의 관계로 나타났고, 로마 시대에서는 인격과 황제의 관계로 나타났습니다. 이제 두 세계는 근대정신에서는 현실적 의식의 세계와 순수 의식의 세계로 나타납니다.

그런데 정신에서 대립된 두 자아 즉 개인적 자아[자아]와 사회적 자아[본질] 이 통일된 세계이면서 동시에 대립하므로, 이 두 가지의 결합을 통해 서로 이행하는 관계가 성립합니다. 즉 하나가 성립하려면 그 대립물이 성립해야 한다거나 스스로 자기의 존재를 부정하는 관계입니다. 헤겔은 이런 관계를 탈자 ausser sich의 관계로 규정합니다.

이런 탈자의 관계는 논리적 개념인데, 예를 들자면 부부 관계를 들 수 있습니다. 남편이 존재하려면 아내가 존재해야 하거 거꾸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때문에 남자나 여자는 자기 스스로 존재할 수 없고 자기가 존재하기 위해 타자의 존재를 요구하게 되죠. 이런 이행의 관계, 탈자의 관계를 헤겔은 아래와 같이 설명합니다.

“각 개별 계기는 본질로서 이런 것[자기의 피안]을 수용하며 따라서 타자의 현실을 수용한다. 각 계기는 현실적인 한, 그 본질은 자신의 현실과 다른 것이다. 어떤 것도 자기 내에 기초한 내재하는 정신을 갖지 않으며, 낯선 것 속으로 탈자 되어 있다.”

이런 탈자의 관계는 실제 의식이 존재하려면 그것은 순수 의식을 전제해야 하며, 순수 의식은 실제 의식을 전제한다는 관계입니다. 헤겔은 이 관계를 대립된 것의 소외라는 관계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3)

헤겔에서 모순은 다양한 형태로 등장합니다. 탈자의 관계도 그런 모순 중의 하나이죠. 정신이 부딪힌 이런 모순을 통해 정신은 새로운 단계로 발전이 일어납니다. 근대정신 내부에서 등장하는 탈자 관계를 통해서 근대정신의 극복을 향한 드라마가 시작되죠.

“인륜적 세계.... 와 그 의식.... 이 자신의 운명, 이런 현재의 부정적인 힘으로 복귀하듯이 소외된 정신의 두 세계는 자아로 복귀한다. 전자가 최초의 직접적으로 타당한 자아, 즉 개별 인격이었듯이, 두 번째 자아는 소외로부터 복귀하여 일반적 자아 즉 개념을 파악하는 의식으로 된다.”

여기서 인륜적 세계란 곧 그리스 정신을 말합니다. 그리스 정신에서 안티고네나 크레온은 모두 운명 속에서 몰락하면서, 법적인 인격이 출현하죠. 근대정신에서 출현한 두 세계 즉 실제 의식의 세계와 순수 의식의 세계는 다시 몰락합니다.

이런 몰락은 두 가지 방향으로 일어납니다. 실제 의식은 대상적 현실[본질]을 정복하여 자기를 확대하려 운동합니다. 실제 의식의 이런 운동을 추동하는 힘은 그에게 감추어져 있는 순수의식이죠. 순수의식은 양자의 통일을 지향하는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습니다.

이런 운동은 거꾸로 말하자면 순수의식, 즉 피안의 세계에서만 성립하는 순수의식 즉 신앙이 자기를 실현해서 구체적 현실이 되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순수의식은 실제 의식이 전개하는 통일 과정을 통해 자신의 실현 가능성을 감지하게 됩니다.

전자가 실제 의식이 전개하는 교양, 계몽주의 운동입니다. 후자가 신앙이 지상에서 실현되기를 원하는 혁명적 의식이지요. 근대는 이런 계몽과 혁명의 두 측면이 전개하는 투쟁으로 점철됩니다. 물론 이 과정은 앞으로 헤겔이 설명할 과정입니다. 그런데 헤겔은 265:34-266:24 즉 서론 마지막 부분에 개괄적으로 이 과정을 제시합니다.

4) 근대정신의 운동 개괄

그러면 헤겔이 제시하는 대로 그 과정을 개괄적으로 정리해 보죠.

“정신적 세계들은 ... 순수한 통찰 속에서 해소된다. 자기를 파악하는 자아로서 순수 통찰은 교양을 완성한다.”

“교양은 자아만을 파악하며 모든 것을 자아로 파악하며 즉 모든 것을 개념적으로 파악하면서 대상적인 것 모두를 제거하며, 모든 즉자적인 것을 대자적인 것으로 변화시킨다.”

교양은 자아가 현실적 세계를 정복해서 그 어디서나 자기가 목적이며, 모든 것은 자기의 수단이어서 대상적 현실과 자아의 의식을 통일시키려는 운동입니다. 그 정점에 계몽주의가 있습니다.

이 계몽주의의 적은 곧 신앙입니다. 그러면서 신앙은 자아와 본질이 통일된 관점에서 현세적인 것에서 신앙적인 것의 흔적과 상징을 찾습니다. 계몽주의는 신앙을 미신이라 부정합니다. 그 방식은 현세적인 것은 물질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지요.

“낯선 피안에 존재하는 본질의 왕국으로서 계몽에 대립하여, 교양은 계몽주의가 된다. 계몽주의는 ....... 자기 동일적인 고요의 의식의 영위를 혼란하게 하니, ... 그 수단은 현세적 세계의 용구를 끌어들이는 것이다.”

신앙을 부정하면서, 세계 내 모든 존재 속에서 자아를 발견하면서 계몽주의는 결국 세계의 모든 존재가 자신의 수단임을 발견합니다. 세계 내 모든 존재는 자기의 목적에 종속하는 유용한 존재가 되죠.

“... 그 결과 고유한 대상을 산출하니 그것이 곧 인식 불가능한 절대적 본질, 유용한 것이다.”

모든 것이 자기의 수단이라 보는 것이 곧 절대적 자유의 정신입니다. 헤겔은 그 결과가 곧 프랑스 혁명이고 거기서 등장하는 공포정치였다고 말합니다.

“ 이런 방식으로 모든 실체적인 것이 사라지니, 신앙의 왕국이 전복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실재 세계도 전복된다. 이 혁명이 곧 절대적 자유를 산출한다. .. 이를 통해 이전에 소외된 정신은 .. 도덕적 의식의 나라로 이행한다.”

신앙과 계몽의 투쟁, 그리고 절대적 자유의 출현, 이를 통해 근대 소외된 정신은 극복되고 칸트적 도덕의식이 등장하면서, C 절로 이행합니다. 이제 여기서 개괄된 내용을 헤겔이 얼마나 풍부하고 다양하게 분석하는지 구체적으로 보기로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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