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학사상연구회

공지사항
연구협력위원장 인사말
총무부 2012.02.08 441

회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번 총회에서 연구협력위원장으로 선출된 이순웅입니다. 부족한 것이 많은 저를 믿고 지지해주신 회원 여러분께 먼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여러분께서 쳐주신 박수는 \한번 믿고 맡겨보겠다\는 의미로 생각하겠습니다. 제가 가진 한계와 문제점을 늘 의식하면서 일하겠으니 조언과 채찍질, 언제라도 아끼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아울러 이번 일을 맡으면서 여러분께 걱정을 조금 덜어드릴 겸, 그리고 새로운 걱정과 관심을 부탁드릴 겸, 몇 가지 포부와 각오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제가 가장 큰 관심을 가지려고 하는 분야는 연구 분과 활성화와 재정 문제입니다.


분과는 한철연 활동의 중심축입니다. 새로운 회원들은 대개 교육부와 학술3부를 통해 들어오겠지만 여전히 회원 재생산의 한 축은 분과이며 신입 회원들을 지속적으로 교육시키고 연구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공간 역시 분과입니다.


곧 학술1부장을 중심으로 분과를 점검, 정비하도록 하고 분과별, 회원별 학술 교류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 이러한 교류는 연구 성과를 공유하게 할 뿐만 아니라 월례발표회나 심포지엄 등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한철연의 이념 지향성을 현실화할 수 있는 중요한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연구하는 단체인 만큼 연구를 통해 한국 사회의 진보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철연의 출발점이 시대 모순에 침묵하지 않겠다는 것이었음을 항상 기억하고 있습니다.



재정 문제는 늘 우리를 따라다녔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를 돌파할 수 있는 기회가 우리에게 없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그 기회를 놓친 것이 매우 안타깝습니다. 저의 임기 동안에 그런 기회가 다시 온다면 절대 놓치지 않을 것이고, ‘월세 걱정 없는 공간’을 임기 내에 마련하는 것이 제 목표이지만 목표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그러한 공간을 꿈 꿀 수 있는 정도’까지는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따라서 지출에는 인색하되 수입에는 공격적으로 대응할 것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자본에 굴복하거나 자본과 쉽게 타협하지는 않을 겁니다. 어려운 길이지만 여러 선후배님들을 믿고 가겠습니다.



요즘에는 한철연을 이끌어왔던 선배님들이 새삼 존경스럽습니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시스템과 인적 구성이 갖춰지지 않으면 그저 생각에 그치고 말 것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시스템보다 더 어려운 것은 인적 구성인 것 같습니다. 새로운 진용을 갖추려다 보니 결국은 ‘사람’이 문제이고, 그동안 선배님들이 어떤 고민을 했을지 어느 정도는 짐작이 갑니다. 연구협력위원회뿐만 아니라 한철연의 주요 구성단위인 e-시대와 철학(웹진), 마르크스·엥겔스전집 한국어판번역사업, {시대와 철학}이 조화를 이루면서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저는 1991년도 교육부원 출신입니다. 돌이켜 보면 선배님들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사람이 이런 중책을 맡는 일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한철연 출범이 1989년이므로 22년 동안 없었던 일이 생긴 것입니다. 더욱이 저는 비정규직입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저의 연구협력위원장직 수행은 회원 여러분들께 다소 불안한 마음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일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에서 보면 이것은 시대의 흐름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잘 아시다시피 이미 노동 시장에서 비정규직이 다수를 차지한 지는 꽤 오래되었습니다. 한철연 회원 역시 비정규직이 다수이며 앞으로도 비정규직으로 살아가야 할 회원들이 다수를 차지할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시기에 이러한 인적 자원을 가진 한철연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남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지금이야말로 하나의 모범, 전형을 만들어가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저의 길은 그러한 길을 가는 첫걸음이라고 의미 부여하고 싶습니다.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점이 많은 저이지만 부디 함께 걱정해주시고 도와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작년, 재작년 교육부 (대중) 강좌를 하고 들었을 때, 일반 시민들과 교류하면서 뼈저리게 느낀 점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저를 포함해서 우리 안에 배어 있는 무의식적 습관인 학벌주의, 학력주의, ‘마초 근성’ 등입니다. 또한 불의한 상황을 보고도 ‘나만 욕먹지 않으면 된다.’는 식으로 침묵하는 기회주의적 태도, ‘좋은 게 좋은 거’라면서 아무런 기준이나 원칙도 없이 무조건 사람을 믿는 태도 등은 한철연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들입니다. 저는 이러한 모든 경향들을 타파하기 위해 힘쓸 것입니다. 한편 한철연 외부에서는 한철연을 두고 ‘마이너리티들의 모임’, ‘왕따들의 모임’이라고 규정하기도 합니다. 저는 이러한 평가와도 싸울 것입니다. 이미 우리는 다수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가는 길이 한국 땅에서 철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가야 하는 ‘주류’의 길임을 확신합니다. 



무엇보다도 김성민 선생님께서 회장을 맡아주시니 더없이 고맙고 든든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연구협력위원회가 회원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고 일을 잘 추진할 수 있도록 여러 선배님들과 후배님들을 연결하는 훌륭한 가교 역할을 해주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저 또한 선생님께서 지도하시는 대로 늘 선배님들께 여쭤보고 후배님들의 말에 귀 기울이겠습니다. 연구협력위원장이라는 직책은 저에게 매우 영광스럽고 소중한 일인 만큼, 그에 걸맞은 인품과 실력을 갖추기 위해서도 끊임없이 노력하겠습니다.


제 인생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소중한 기회를 주신 회원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계속해서 관심 가져주시고 잘못하는 일이 있으면 언제라도 꾸짖어주십시오. 늘 새롭게 태어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2년 1월 28일 이순웅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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