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학사상연구회

행사
차히
류종렬 2008.12.20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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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고사 해임’ 박수영 교사의 ‘야외수업’
학부모들 띠로 에워싸고 제자는 찬바닥 교실삼아
“졸업식까지 함께 하겠다는 약속 지키고 싶어요”
           김성환 기자  

        ≫ 일제고사 때 체험학습을 허락했다는 이유로 파면 통보를 받은 박수영 교사(가운데 체크무늬 덮개를 두른 이)가 18일 오전 서울 송파구 거여동 거원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팔짱을 낀 학부모들의 보호를 받으며 학생들과 ‘야외수업’을 하고 있다. 학부모들 뒤편에는 학교 쪽이 박 교사의 출입을 막기 위해 요청한 경찰 병력이 늘어서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 6학년 9반 학생 20여명이 박수영(36) 교사 주변에 둘러앉았다. 경찰 20여명이 그들을 에워쌌고, 이에 맞서 40여 학부모들이 또다른 띠를 이뤘다. 19일 오전 9시께 서울 송파구 거여동 거원초등학교 정문 어귀, 어수선한 가운데 ‘야외수업’이 진행됐다.
        “6학년 한 해를 돌아보고, 각자 희망을 글과 그림으로 한 번 표현해 볼까?” 생전 처음인 희한한 수업에 아이들은 말똥말똥한 눈으로 선생님 얼굴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박 교사부터 입을 열었다. “나의 꿈은 여러분의 졸업식을 지켜보는 거예요. 그저 여러분과 함께 공부하고 싶은 평범한 교사예요.” 일제고사 때 아이들에게 체험학습을 허락했다는 이유로 지난 18일 해임 통보를 받은 그의 꿈은 그저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것’이었다.
        이때 장신수 교장이 박 교사의 팔을 이끌며 수업을 만류하고 나섰다. 학생들은 한목소리로 “안 돼요!”라고 소리쳤다. 아이들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한 얼굴이었다. 박 교사가 아이들에게 말했다. “어른께 말씀드릴 때는 자기 주장을 근거 있게 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의를 갖추는 거 잊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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