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학사상연구회

자유게시판
이라크 파병 연장 동의안에 반대하는 전국 철학자 성명서 동의/서명 요청
김원열 2004.12.24 3142
안녕하세요?
김원열입니다.

지난 송두율 교수 사건 당시의 방법으로 인터넷상 동의/서명을 받습니다.
이번 내용은 \이라크 파병 연장 동의안에 반대하는 전국 철학자 성명서\ 전문입니다.

아래 내용을 찬찬히 읽어보시고 성명서에 동의하시는 분은 12월 27일 월요일 자정까지 \김원열(성균관대)\와 같이 꼬리글로 서명해주시기 바랍니다. 서명을 취합하여 12월 28일 오전 11시(장소 미정 추후 공지) 기자회견을 할 예정입니다.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와 동의/서명을 기대하며
이만 글 줄입니다.



전국철학자네트워크

Philosophical Engagement Netwrok

수신: 전국 철학자
발신: 전국철학자네트워크 (실무담당자: 양진호/문예아카데미)
연락처: Tel. 02-739-6854 E-mail: myacademy@kpaf.org
                

1. 선생님의 건강과 건필을 기원합니다.

2. [개요] 전국철학자네트워크는 지난 10월 문예아카데미 김상봉 교수가 작성한 <이라크파병연장동의안 반대제안서>를 보내드린 바 있고, 많은 선생님들의 동의에 힘입어 이번에는 제안서에 기초한 <성명서>를 작성하였습니다. 이 성명서는 일단 2004년 12월 28일 11시(장소미정)에 기자회견 형식으로 발표될 예정입니다.

3. [요청] 이에 성명일 전날, 27일 24시까지 선생님의 연명을 부탁드립니다. 각 지역책을 맡으신 선생님들께서는 가능한 한 많은 분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4. 파병연장동의안은 12월 30일 국회 본회의 표결에 부쳐집니다. 그 이전에 성명서가 발표되어야하므로 신속한 의사표명이 필요합니다. 중요하고도 시급한 사안이오니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5. -첨부- <이라크 파병연장 동의안에 반대하는 전국 철학자 성명서> 전문


전국철학자네트워크

- Philosophical Engagement Network -
(직인생략)

-첨부-

벗이여, 비겁과 무관심을 떨치고 아니라고 말하자!
이라크 파병연장 동의안에 반대하는 전국 철학자 성명



맹자는 양혜왕이 나라의 이익을 구했을 때, 이익이 아니라 의로움을 말했다. 그처럼 모든 사람들이 이익에 대해서만 염려하고 말할 때 의로움을 일깨우는 것은 철학의 의무요 사명이다. 이 숭고한 사명에 따라 우리들, 한국의 철학자들은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 그리고 한나라당이 한통속이 되어 추진하고 있는 이라크 파병 연장 동의안에 대해 우리의 단호한 반대입장을 밝히려 한다.

이라크 전쟁은 2002년 9․11 테러 사건을 계기로,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었다. 9․11 테러는 이라크에 의해 자행된 것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이라크가 테러단체 알 카에다와 연계된 배후지원국가이며 대량살상무기를 개발 보유하여 세계 평화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침공을 감행하였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어떠한 정당한 국제법적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 유엔은 물론, 어떤 국제기구의 동의도 얻지 않은 채 미국은 영국과 함께 독자적으로 이라크를 침공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라크가 어떤 대량살상무기도 보유했다거나 알 카에다와의 연관성을 가졌다고 볼 수 있을만한 어떠한 근거도 없다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미국 상․하원 합동조사위원회의 보고서가 인정한 사실이다. 결국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테러와 무관한 이라크를 침공한 셈이었던 바,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조차 미국이 수행하는 이라크 전쟁을 유엔헌장에 부합하지 않는 ‘불법’이라고 선언했다.

부시 대통령은 아무튼 이라크 전쟁을 통해 세계가 더 안전해졌다고 강변하고 있으나, 부시 자신조차 자기의 말을 믿을 수는 없을 것이다. 원래 이라크는 후세인 대통령의 철권통치 아래서 테러의 무풍지대에 있는 나라였으나 미국이 침공한 뒤 도리어 아랍의 새로운 테러중심지가 되었다. 김선일 씨의 죽음을 통해 우리는 한국인에 대한 테러를 이미 경험하였지만, 최근 알 카에다는 알 자지라 방송을 통해서 공개적으로 한국에 대한 테러를 선동하였으며, 한국인과 자이툰 부대원에 대하여 현상금까지 내걸고 테러를 독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므로 이라크 전쟁을 통해 세계가 더 안전해지기는커녕 지금까지 그야말로 테러의 무풍지대에서 살아온 우리 한국인들까지 이제는 테러의 표적이 되었을 정도로 세계가 불안정해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부는 아무런 정당성 없는 미국의 전쟁범죄에 동참하여 수천 명의 군인들을 이라크로 파병했으며 이제는 파병기간은 연장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라크 전쟁에 한국군을 파병하는 것은 한국의 헌법과 법률에 비추어본다 하더라도 위헌적이고 불법적인 일이다. 한국의 헌법은 일관되게 모든 침략전쟁을 부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더러는 이라크 파병을 합법적인 국가방위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으나, 우리나라에 대해 무력으로 적대행위를 할 의사도 능력도 없는 먼 타국에 국가방위를 위해 군대를 파병한다는 것은 법조항을 제멋대로 곡해하지 않는 한 가능하지 않은 발상이다. 그리고 한미동맹협정 역시 미국의 침략전쟁에까지 한국군을 파병해야 한다는 의무를 우리에게 지우는 것은 아니다. 요컨대 이라크 파병은 아무런 헌법적 법률적 근거도 없을 뿐 아니라 침략전쟁을 금지하는 헌법을 심각하게 침해한 처사인 것이다.

우리는 이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부가 파병결정을 내리고 이제는 더 나아가 파병연장까지 추진하는 것에는 다른 무엇보다 두 가지 현실적 배경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첫째로 이라크 파병을 거부했을 때 발생할 경제적 불이익을 염려한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로 이라크 파병을 내리게 된 배경에는 다른 무엇보다 남북관계 그리고 북미관계가 고려되었으리라 생각된다. 현재 북한과 미국은 이른바 북핵문제를 둘러싸고 어느 때보다 심각하게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정부가 이라크에 파병하는 대가로 북한에 대한 미국의 유화적 태도를 기대하고 결과적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보장받으려 했다는 것은 여러 정황으로 볼 때 분명한 일로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번 유럽 순방 귀국길에 자이툰 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아르빌에 들러 장병들을 향해 파병 장병들의 노고가 한국의 외교력의 일부라고 말함으로써 이런 사정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파병의 불가피성에 대한 이 두 가지 논거는 현재 한국인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파병의 불가피성에 대한 암묵적 동의의 배경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라크 파병의 불가피성에 대한 이런 논거 가운데 어떠한 도덕적 숙고의 흔적도 없다는 것을 심각하게 우려한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이라크 파병 문제가 논의될 때면, 사람들은 이라크 파병이 이른바 ‘국익’에 도움이 되느냐 아니냐를 물을 뿐 그것이 올바르고 정당한 일인가 아닌가를 생각하려 하지 않는다.

생각하면 30여년 전 박정희 정권이 월남에 군대를 파병했을 때, 사람들은 당시의 냉전적 상황 속에서 ‘자유세계를 수호한다’는 허구적인 명분이라도 입에 올렸었다. 비록 이 명분이 객관적으로 잘못된 것이었으며 주관적으로도 위선적인 구두선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다 하더라도, 한 세대 전 우리 사회는 다른 나라에 군대를 파병하면서 위선적인 것이나마 명분을 내세우는 염치는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한국의 조야는, 아무런 명분도 없는 침략전쟁에 군대를 파병하면서 오로지 국가에 이익이 되느냐 아니냐만을 따지고 있을 만큼 도덕적으로 타락하였다.

우리는 도덕적 절대주의에 사로잡혀 맹목적으로 정의가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헤겔이 ꡔ법철학ꡕ에서 말했듯이, ‘정의를 저버린 복지가 선한 것일 수 없듯이, 마찬가지로 복지를 완전히 무시한 정의 역시 선일 수 없다. 정의가 실현되기 위해서라면 세상이 망해도 좋다고 말할 수는 없는 일인 것이다.’ 그리하여 법학에서도 긴급피난권이라는 것이 있어 불의를 행하지 않으면 자기 자신의 생명 자체가 위협받을 정도로 긴급한 위험에 처한 사람의 범죄에 대해서는 죄를 묻지 않는다.

하지만 긴급피난권이 자의적으로 사용되면 임의로 가정된 위험을 빙자하여 불의를 행하거나, 위험을 과장하여 행하지 말아야 할 불의를 행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런 불의를 막기 위해, 정의만큼이나 복지도 중요시했던 헤겔조차 긴급피난권을 엄격하게 제한하여, “오직 현재 눈앞에 직접 닥친 위급사태만이 불의한 행위를 정당화해줄 수 있다”고 말했던 것이다.

현재 이라크 파병을 불가피한 일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파병을 일종의 국가적 긴급피난권에 속하는 일인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한국이 파병을 거부한다 해서 국가의 “존재의 전면적 부정”(totale Negation des Daseins)에 해당하는 위기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경제위기를 입에 올리지만, 그것은 직접적으로 현전하는 위험이 아니라 일어날 수 있다고 가정된 위험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바로 지금 눈앞에 닥친 것도 아닌, 있을 수 있는 경제위기를 핑계 삼아 파병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떤 논리로도 변명할 수 없는 불의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파병(연장)론자들은 파병을 연장하지 않으면 당장 미국이 홧김에 북한을 공격하기라도 할 것처럼 불안감을 조장한다. 그러나 미국은 자기들이 필요하다면 1994년 핵위기 때처럼 한국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저들 마음대로 북한 폭격을 계획할 수 있는 나라이며, 자기들에게 손해가 된다면 바로 그 때처럼 실행 일보 직전에 스스로 계획을 백지화시키는 나라이다.

북핵문제에 관해 이라크 파병은 결코 전쟁방지를 위한 안전장치일 수 없다. 만약 이라크 파병(연장)이 북핵문제에 대한 안전장치라면, 우리가 이라크에 파병하는 것은 북한을 위해서는 미국의 발목을 잡아놓는 것으로서 북한에게 마음 놓고 핵무기를 개발하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누가 이런 거래가 현실적으로 가능하리라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 북핵문제는 북핵문제일 뿐, 어떤 식으로도 이라크 파병과 연동되어 있는 문제일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당장 한국 경제가 파탄나고 한반도가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불바다가 될 것이라는 식으로 말하는데, 이는 도덕적 원칙은 물론 객관적 사실판단에 기초한 것도 아니며, 오직 주관적 두려움과 이기심의 표현일 뿐이다. 그것은 한편에서는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경제적 풍요를 미국과의 불화로 인해 조금도 잃고 싶지 않다는 탐욕과 이기심의 표현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스스로 과장되게 부풀린 전쟁위험 앞에서의 비겁함의 표현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필리핀의 아로요 대통령은 자기 나라 국민 한 사람이 김선일 씨처럼 테러단체에 납치되어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을 때, 미국의 노골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련 없이 이라크로부터 군대를 철수시켰다. 우리가 북한과의 대치상태에 있는 것처럼 중국과 대치상태에 있는 대만은 이라크 전쟁에 처음부터 일절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이런 다른 나라의 사례들을 생각할 때, 이라크 전쟁과 관련해 한국정부가 보여준 태도는 한마디로 말해 한국이 주권을 스스로 포기하고 미국의 식민지라는 것을 세계만방에 공언한 것으로서 우리로서는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요, 제 3자의 눈으로 볼 때에는 멸시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국가가 앞장서서 도덕과 정의의 원칙을 전면적으로 부정할 때, 그 업보는 장기적으로 사회 전체의 도덕의 파탄으로 나타날 것이다. 한국 정부의 이라크 파병은 도덕과 정의는 자기의 이익이 침해받지 않는 한계 내에서만 유효한 것이며,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자기에게 손해가 될 때에는 도덕이나 정의의 원칙은 고려할 필요가 없다는 준칙을 보편화시켰다. 앞으로 이 나라에서 비겁하고 탐욕스런 자는 악을 행하면서, 다만 도덕적으로 행위할 때 자기에게 미칠 손해를 과장함으로써 도덕적 지탄을 피할 핑계를 찾기만 하면 될 것이다.

이런 판단에 입각하여 우리들 한국의 철학자들은 불의하고 불법적인 이라크 파병 연장 기도에 대해 명백한 반대의사를 표시하면서 이 나라의 양심적이고 양식 있는 국회의원들에게 파병연장동의안에 반대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또한 우리는 파병 연장을 획책하는 정부․여당과 한나라당에 대해 지금이라도 파병연장동의안을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 이라크 파병은 어떤 미사여구로도 정당화될 수 없으며, 월남파병이 그렇듯이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당신들의 범죄행위를 결코 잊지 않을 것이며, 반드시 선거를 통해 심판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이 땅의 모든 용기 있는 민주시민들을 향해 호소한다. 벗이여, 비겁과 두려움을 떨치고 일어나 아니라고 말하자!

이라크 전쟁은 우리 모두의 범죄이며, 우리 모두의 수치이다.
파병연장동의안을 철회하고, 이라크에서 한국군을 즉시 철수하라.


이라크 파병 연장에 반대하는 전국 철학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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