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학사상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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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제우 선생 사망 150주년과 철학운동
이병창 2014.06.02 163
올해는 최제우 선생 사망 150주년이라고 한다. 지금 한국에 그 수다한 철학회 가운데서 게다가 진보 철학회라는 한국철학 사상연구회조차도 최제우 선생의 사상을 기리는 심포지움을 개최하기 위해 준비한다는 소문을 듣지 못했다.(혹시 듣지 못한 데서 준비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몇 해전 헤겔 정신현상학 발간 200주년 기념 학회를 가진 적이 있었는데 어째서 최제우 선생에 대한 기념 발표회는 없는 것일까? 그만큼 충분하게 다 연구되었다는 것일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학생들에게 한국 철학을 가르치기 위해 내가 조사한 기억에 의하면 연구논문이라고 할 만한 것이 별로 없었다. 동학은 종교이기에 철학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없는 것일까? 동학은 처음부터 학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것이 흥미롭다. 아마 서학 때문에 나온 말이겠으나 한국의 지식인들이 종교를 이렇게 학문적 관점에서 바로 보았다는 것이 흥미롭다. 그러니 철학적 연구의 내용이 풍부할 것으로 짐작한다.

동학의 주장은 시대에 비추어 뒤떨어진 것이기에 주목할 필요가 없을까? 아니다, 인내천이라는 생각은 생각할수록 깊은 의미를 지닌다. 한때 너무 인간중심주의가 아니냐 하고 포스트모던 사상에서 이의를 제기한 적이 있지만 다르게도 해석이 가능할 것이 아닐까? 내가 너무 서양쪽에 지우쳐서 한국 철학을 연구하지 못해서 더구나 동학에 관해서는 아직 원전도 읽어보지 못한 터라 부끄러워 지금까지 말을 못했지만 한국의 철학자들이 너무 심하다 싶다. 누군가는 이 일을 해야 했지 않을까?

80년대에는 우리의 철학이라고 하여 외국의 철학을 수입하는 것에 대해서 반감이 많았다. 비록 성공적이지는 못했더라도 우리의 철학에 대해 고민하고 부끄러워 했던 기억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런데 지금 한국의 철학계를 보면 무슨 수입상들이 경쟁 하는 것처럼 보인다. 무슨 명품경쟁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과연 그런 철학들이 그만한 의미를 우리 시대, 우리현실에서 갖는가는 아무도 고민하지 않는다.

농담삼아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각 나라당 수입 물품이나 량을 제한하듯이 철학도 수입을 제한하자는 것이다. 사상이야 어찌 수입을 금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무작정 수입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우리의 철학을 무시하는 듯한 국내 학계의 태도는 더욱 안타깝다. 덧붙여 말하자면 내가 몸담고 있는 한국철학사상 연구회에서 올해 심포지움에 대해 별로 고민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각 분과가 돌아가면서 한다던지 어디서 돈이나 나오면 한다든지 그때문에 매번 정치적으로 민주를 다루는 심포지움이 한번 그리고 각 분과가 연구하는 철학자 한 명이 주제로 다루어진다. 이것은 하기는 싫은 데 억지로 하라 하니까 한다는 식에 지나지 않는다. 다른 학회라고 예외는 아닌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어느 학회나 마찬가지이지만 발표자, 토론자, 학회 임원이 참석자 전부이다. 대체 왜 이런 학회를 하는 것일까? 심포지움은 학회의 얼굴인데, 좀더 활발한 토론과 심각한 고민 끝에 주제가 정해지만 참석율도 높아질 것이 아닌가? 국내 어느 학회이든 최제우 선생 사망 150주년 철학회가 열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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