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학사상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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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적 실존...
둥글이 2007.05.21 2708

나는 ‘주체’와 ‘실존’이라는 말을 즐겨 사용하곤 한다.
이 개념들은 그 자체가 역사성을 가지고 끝없이 진화하는 개념으로 완벽히 정의하기는 힘들지만,
‘주체’는 자율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로 모든 상황에 ‘주인 되어 움직일 수 있다’는 의미로...
‘실존’은 거대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진 사회구조의 [일부분]이 아닌, [세상의 중심]으로서  비루한 현실에 맞서야 하는 고독한 인간상으로 사용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주체성]과 [실존성]이 유발할 수 있는 개인주의와 회의주의를 극복하고 그 자아를 인류와 자연에 뻗힐 수 있도록 개념을 덫 씌운 의미로 ‘실존적 주체’의 개념을 사용한다.  

지구라는 공간에 자신만의 운명을 가지고 홀로 태어나서, 자신만의 믿음, 사고, 선택, 결정에 따른 행동을 하고 그 책임을 져야 하는 인간이라는 존재의 고독은 너무도 외로운 것이지만, 각각의 삶이 그러한 고독한 실존에 바탕하고 있는 것임을 ‘진정’ 우리가 경험할 수 있다면 그 속에서 ‘타인’의 실존을 받아들이게 되고, 이에 의해서 비로소 홀로서기에 바탕이 된 완전한 공동체(자아를 인류와 자연에 뻗힌)가 가능하다.  

이러한 이해를 통해서 ‘자기 자신’이 ‘타인’과 하나의 끈으로 엮어져 있음을 인식할 수 있다면 우애와 화합은 자연스러워지고, ‘사랑’이 싹트게 된다.  

상당수의 사람들은 그 사회의 ‘삶의 관습’ ‘문화’ ‘가치’ ‘경제제도’에 완전히 포섭되어서 그야 말로 사회의 ‘부품’이 되어 있다.

하지만 주체적일 수 있다면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을 ‘능동적’으로 인지하고, 그것에 작용을 미칠 수 있는 ‘세상의 중심’임을 스스로 깨닫고 실천할 수 있다.

‘실존적 주체’ 개념은 거대한 사회체계에 휩쓸려서 자기를 잃은 이들이, 거대권력과 자본이 만들어낸 인류의 위기와 환경의 파괴상황에 ‘맞서’ 각자의 생활의 장에서 이에 저항하고 투쟁해야할 필요에 의해 요구된다.    
하지만 이러한 ‘실존적 주체’를 가진 이들의 투쟁은 결코 거창하거나 장엄하며, 숭고하지는 않다.  

자신의 머릿속에 들어차 있는 전체주의적 관념의 분쇄로 부터 시작해야 하는 일상에서의 갖가지 ‘투쟁’은 그야 말로 조잡하고 비루하기 이를데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 ‘실존적 주체’라는 존재 자체가 ‘완성’이 아닌, ‘지향’점이기에 순간순간 현실 속에서 예상되는 ‘투쟁’의 처절함이 그 안스러움을 더하게 만든다.  

이 말은 ‘완성’된 존재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부단히 노력하는 이의 ‘지향’을 말한다. 그렇기에 세계에 대한 관조적인 시야를 가지고 능동적으로 자기 자신의 의지와 사회에 대해서 움직일 의지가 있는 이들은 스스로 ‘실존적 주체’임을 자부해도 되리라.

실존성 특유의 [비루함]을 강조하는 측면에서 볼 때 내 자신이 ‘실존적 주체’를 실현하고 있음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듯 하다.  
‘주체적인 고민과 결단’ 끝에 좀 더 ‘이상적인 삶/사회’를 꿈꾸며 이를 실현할 길을 찾기 위해서 거대한 사회체계의 흐름 속에서 일단 한발 빼기는 했지만,
빨래 빠는 일, 화장실 찾는 것, 밥 해 먹거나 얻어먹는 등의 일상의 ‘비루한 현실’의 문제에 생활의 대부분을 할애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연하자면 사회에서 떨어져 나온다고 [주체]가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주체를 실현한다는 것은 사회 속에서 ‘능동적’으로 작용하고 받는 주체가 되는 것이지, 사회에 초연해져서 ‘홀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물론 꼭 그렇지 않은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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