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학사상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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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이병창 2013.11.25 330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전주교구 박창신 원로신부는 22일 전북 군산시 수송동 성당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사퇴 촉구 시국미사 강론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다.



“독도는 우리 땅인데 일본이 자기 땅이라고 하면서 독도에서 훈련하려고 하면 대통령이 어떻게 해야 해요? 쏴버려야 하지, 안 쏘면 대통령이 문제 있어요”라면서 “NLL(서해북방한계선)에서 한·미 군사운동을 계속하면 북한에서 어떻게 해야 하겠어요? 북한에서 쏴야죠. 그것이 연평도 포격이에요”



내 평생 들어 본 것 가운데 이 비유는 가장 용기 있는 비유라고 생각한다. 신부님이 아니었으면 아무도 이런 말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 비유 때문에 신부님에게 다가올 박해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온다. 나 역시 두렵다. 나 역시 이 글 때문에 어떤 운명에 처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운명이라면 사랑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자. NLL이 합법적인 근거가 없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그런데 그것을 지금까지 힘으로 지켜왔기 때문에 우리의 영토선이라고 사람들은 주장한다. 그렇다면 일본이 우리나라 땅을 일제 36년보다 더 많이 60년간 지켰다면 우리나라 땅은 일본의 것이란 말인가? 이처럼 철저하게 제국주의적인 야욕을 드러내는 말은 없다.



일본의 제국주의를 그토록 비판하는 사람들이 왜 스스로의 제국주의적인 야욕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것일까? 남한의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가 차지했으니까 우리 땅이라 하면서 아무런 가책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북한의 관점에서 보자. 힘에 의해 자기의 땅을 빼앗긴 것이 아니냐. 그들의 마음속에 잠재되어 있을 울분은 상상하지 못하는 것일까?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노무현 대통령의 NLL문제도 다르게 보인다. 사람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서해평화지대를 창설하면서 NLL을 양보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진실은 무엇인가? 노무현 대통령은 불법적으로 획득한 땅을 가지고 서해평화지대라는 합법적인 권리를 만들어 낸 것이 아닌가? 남한의 관점에서 본다면 그처럼 탁월한 업적이 있을까? 북한의 관점에서 본다면 그처럼 엄청난 양보가 있을까?



연평도 포격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사람들은 어느새 진실을 잊어 버렸다. 사람들은 연평도 포격이 북한이 갑자기 이유 없이 연평도를 포격한 것으로 믿는다. 그런데 연평도 포격 당시에 다른 나라 신문이 아니라 바로 우리나라의 신문에 나온 뉴스들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자. 당시 군사훈련이라는 것을 빙자하여 남한 쪽에서 북한의 영해에로 포격을 가하고 그것에 대해 반사적인 행동으로 북한이 남한의 포대를 공격하였다. 그게 진실이다.



물론 기독교의 윤리로 볼 때 한 쪽이 때린다고 다른 쪽도 때려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사랑으로 감싸 안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국가 대 국가의 논리로 본다면 도발에 대해 응전하는 것은 적절한 행동이었던 것이다.

나는 박창신 신부님이 교인으로서 북한의 연평도 포격이라는 행동을 올바른 행동이라고 옹호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북한의 행동의 바닥에 자기 땅을 빼앗긴 울분이 있을 것이며, 연평도 포격은 도발에 대한 응전이었다는 점을 우리가 객관적으로 이해하자고 말씀하신 것으로 생각한다.



사랑이란 남에게 강요할 일은 아니다. 더욱이 피해자에게 사랑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사랑은 가해자가 용서를 빌 때 비로소 피해자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들은 지난해부터 연이어 전개되는 종북몰이 때문에 너무나도 지쳤고 그러기에 불타오르는 로마를 떠나 도주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직 신부님만이 도주하는 우리 곁을 지나 다시 로마로 되돌아가고 있다. 내일이면 박창신 신부님에게 온갖 종류의 박해가 가해질 것이다. 나는 베드로가 될 만한 인물은 못되지만 신부님에게 묻고 싶다.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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