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학사상연구회

자유게시판
교육부 첫 강좌 질문입니다.
유상훈 2004.04.10 3666
지방에 내려가는 관계로 첫 강좌 참석을 못할듯하여, 질문만 올립니다.

소크라테스(플라톤)에 대해서는 몇 년전 학교에서 \고대정치사상\이라는 과목을 통하여 공부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국가\와 아리스토의 \정치학\으로 한 학기 공부를 했죠.
오랜만에 그의 저작을 읽어보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안 풀리는 의문 한 가지가 있습니다. 소크라테스의 아폴로지아를 읽으며 열이면 열 모두다 가질 의문이겠으나, 영원한 난제로 남을 성격의 것이기도 하지요.

적절한 비교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작년 한 학술대회에서 어느 교수님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조선말 천주교 신자들이 성모마리아상을 바닥에 놓고 밟아 부수라는 정부의 명령에 항거하다가 결국 순교한 것은 결코 잘한일이 아니라고 말입니다. 살아남아서 끝까지 그 정신을 전파하기 위해 노력해야 했지 않느냐는 겁니다. 거칠게 말하면, 현실과 타협하되 본 정신을 잃지 말라는 것이겠죠.

소크라테스가 법정에서 변론을 하고 결국 사형을 앞두고 작별을 고하는 것을 보면서도 비슷한 생각이 들더군요. 왜 그렇게 허무한 죽음을 맞이해야만 했는지, 과연 그의 태도는 옳은 것이었는지, 자신에게 찾아온 부당한 죽음에 항거하고 아테네를 떠나면 살 수 있었다고도 하던데 그렇다면 차라리 공자님처럼 여기저기를 돌며 자신에게 주어진 \본분\을 다할 수 있지 않았었을까요? 물론 공자님의 경우와는 여러면에서 차이가 있지만요.

사실 그가 그렇게 죽지 않았으면 오늘날 서양철학이 그의 사상에 \각주\를 덧붙인 것에 불과하지 않을 수도 있었겠지요. 그가 보여준 옳은 것에 대한 일관된 태도와 정신이 일정 부분 희미해졌을테니까요. 역사에 가정은 무의미 하다지만 여러 생각이 떠오르네요.


한편 최근 이루어진 국민들의 의사에 反한 탄핵과도 연결지어서 생각하게 되었고요.
한 조선일보 기자는 탄핵이 법적 절차를 \정당히\ 밟은 것이고, 국회의원들은 결국 우리의 권리를 이양했으므로 탄핵에 반대하여 촛불집회를 하고 성토를 하는 것은 \약속\을 저버리는 것이라 하더군요. 칼 슈미트의 유령이 떠도는 듯 했습니다.

오늘 아침 신문을 보니 도올 선생의 탄핵관련 성토에 반대의견을 낸 한 법조인이 지금 시대에는 악법도 법이라고 했던 소크라테스의 정신이 필요하다고 하더군요. 그렇지 않을 경우 약육강식의 정글의 법칙이 통하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무엇이 弱이고 무엇이 强인지 구분조차 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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