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학사상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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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 사태관련 긴급기자회견과 성명서
hanphil 2007.07.19 2984
뉴코아-이랜드 사태와 관련하여 교수-학술단체 기자회견을 갖습니다...

■ 일시 : 7월 20일(금) 이른 11시
■ 장소 : 상암동 월드컵 할인매장 앞


<이랜드 비정규직 투쟁을 비정규직 문제의 새로운 해법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노무현 정권과 보수정당, 그리고 경총과 한국노총의 야합으로 탄생한 ‘비정규직 보호법’은 비정규직 보호법이 아니다. 진정 비정규직 보호법이라면 어떻게 그것이 시행되는 바로 그 날, 이랜드 그룹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대규모로 일터에서 쫓겨났겠는가? 이랜드 그룹의 뉴코아에서는 150명의 조합원을 포함한 300여명의 비정규직이 집단해고를 당했으며 같은 그룹 소속 홈에버에서도 이미 500여명이 집단해고를 당했다. 하루 10시간 이상 선 채로 일하면서 기껏해야 월 80여만원의 저임금으로 생활하던 이랜드 그룹의 비정규직 가족들은 ‘비정규직 보호법’이 발효되면서 그동안 근근이 꾸려가던 생활마저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이것이 비정규직 보호법의 실상이요, 오늘날 경제력에서 11, 12위를 다투며 ‘개인소득 2만불 시대’를 외치는 한국의 자화상이다.

여기에는 인간도, 지성도 없다. 여기에는 자본의 이윤을 앞세운 경제대국이라는 허울 좋은 장밋빛 미래, 그러나 보통 사람들에게는 영원히 찾아오지 않는 꿈만 있을 뿐이다. 한국사회는 총체적인 빈곤의 확산과 빈부격차의 확대를 향해 질주하는 기차가 되었다. 명품관광과 골프여행 등, 세계화에 발맞춘 해외 관광러시가 한편에서 이루어진다면, 다른 한편에서는 850만의 비정규직과 파트타임노동자들, 일자리를 찾지 못한 무수한 청년들이 생활고와 빈곤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오늘날 40여분에 1명씩 자살을 감행하는 ‘자살공화국’이 되어 버린 한국 사회를 우리는 어떻게 볼 것인가?

지금 한국의 정부는 더 이상 공화국으로서의 기능조차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으며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불안정한 직업 환경에 시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사람들과 높은 고소득을 올리는 사람들은 ‘맛있는 음식을 찾아 전국을 누비며’ 향락에 취해 있거나 부동산 투기와 같은 ‘이기적 욕망’에 가득 찬 탐욕스러운 인간이 되어가고 있다. 여기에는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지성조차 없다. 최소한의 생존을 위해 투쟁하는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박수를 보내지 못할망정 오히려 그들을 비난하고 국가와 경영자들의 한 통속이 되어 집단적인 이지메와 돌팔매질을 해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데마고기를 넘어 진실을 보라. 이랜드 그룹의 박성수 회장은 130억을 십일조로 낸다. 하지만 그는 이랜드 그룹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바꾸어 최소한의 생존을 보장해 줄 생각은 없다. 이랜드 그룹은 ‘독립직군제’라는 것을 통해 마치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것처럼 기만적인 쇼를 연출하고 있다. 이것은 홈에버의 3000명의 계약 노동자 중에서 1000명을 무기계약화함으로써 영원히 비정규직 노동자로 묶어 두는 것이다. 게다가 이를 빌미로 나머지 2000명을 외주화하고 초단기 계약직으로 전환시켰다. 이것은 노동자들의 고용조건을 안정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대량해고와 고용악화로 몰아넣는 것이다. 이랜드 그룹은 이를 통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겠지만 대다수의 비정규직 가족들은 영원한 비정규직으로 살거나 아니면 일터를 찾아다니는 떠돌이가 되어야 한다. 하나님의 사랑조차 여기에서는 공평한 게 아닌가 보다.

이런 점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오히려 너무나 정당한 것임을 보여준다. 지금 진행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탐욕스러운 자본의 권력에 대항하는 노동자들의 정당한 투쟁일 뿐 아니라 ‘비정규직 보호법’이라는 기만 술책으로 오히려 자본의 탐욕에 영합한 현정권과 보수정당의 국회의원들, 그리고 국가권력에 의해 관제적으로 탄생한 한국노총의 가면을 벗기는 정의로운 투쟁이다. 오늘날 지성이 살아있다면 이런 점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그 지성은 ‘탐욕스럽고 이기적인 한국사회’의 방향타를 잡고, 기만과 술책, 거짓과 야만으로 얼룩진 국가권력과 가진 자들, 그리고 그것에 영합하여 이득을 취하는 자들에 대한 비판적인 양심이 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 학술연구자들이 오늘 거리에 나선 것은 바로 이런 ‘양심’에 근거하고 있다. 우리의 양심은 ‘비정규직 보호법’이 사이비 보호법이라면, 그 법과 이랜드 자본에 맞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정당하고 정의로운 것임을 밝혀준다.

이번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일터에서 쫓아내고 극한적인 투쟁으로 몰아내었던 ‘비정규직 보호법’의 세 주체인 한국노총과 경총, 노동부는 지난 ·13일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서 5개 항의 ‘비정규직 보호법 안착을 위한 노사정 합의문’을 발표하였다. 그들은 “부당한 계약해지 등으로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이 악화되지 않도록 성실히 노력한다”는 등 5개항의 합의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애초 노동계뿐만 아니라 시민사회가 비판한 대로 문제는 ‘비정규직 보호법’ 자체에 있다. 우리는 비정규직을 보호하기는커녕 오히려 양산만 하는 비정규직 보호법은 폐지되어야 한다는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주장이 옳다고 본다. 이제 정규직보다 더 많은 비정규직들을 정규직화하는 사회적 노력이 절실하게 요청되는 때이다. 이를 위해 비정규직으로 고용할 때 그 사유를 제한해야 하며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 등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동일한 시간동안 동일한 일을 하고도 차별을 받는 것은 부당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사태의 궁극적인 책임 당사자인 국가권력은 공권력 투입을 자제해야 한다. 국가권력이 가진 자들의 편에서 그들의 이익만을 대변할 때 더 이상 그 정부는 존립해야 할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 애초 홈에버 월드컵점에 대한 노조의 점거농성은 자신들의 정당한 권리를 지킬 수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취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었다. 그들을 거기로 몰아넣은 것은 이랜드 그룹과 국가권력 자체였다. 따라서 대승적 차원에서 이랜드 그룹은 집행부에 대한 고소․고발을 취소하고 진심을 가진 교섭을 진행시켜야 한다. 만일 정부가 공권력을 투입한다면 더 이상 이 정부는 국민의 정부가 될 수 없다. 현 정부는 오늘날 빈부격차를 확대시키고 절대적인 빈곤층을 양산한 주체라는 점에서 대오각성하고 이번 이랜드 비정규직 투쟁을 800만 비정규직의 불안정한 삶을 해결해 가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2007년 7월 20일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학술단체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한국비정규직교수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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