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학사상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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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비어 교수 MEGA 인터뷰
최종덕 2010.07.20 1386
“신 MEGA 편찬은 정치성 뺀 ‘학자 마르크스’ 복원”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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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정문길 고려대 명예교수·부비어 카를 마르크스 하우스 소장 대담





‘마르크스-엥겔스 전집’(MEGA·이하 메가) 편찬은 마르크스를 ‘있는 그대로’ 온전하게 복원하는 문헌학 작업이다. 지금껏 알려지지 않았거나 이리저리 흩어져 있고, 불완전하게 출판된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텍스트들을 재현하는 작업이다. 마르크스는 한 세기 반에 걸쳐 이데올로기 투쟁의 한가운데 있던 논쟁적 사상가로 가장 많은 적과 동지를 갖고 있다. 이들은 저마다 제각각 ‘마르크스’를 해석했고, 정치적으로 활용했다. 마르크스의 ‘동지’들도 마찬가지였는데, 정치·당파적 관점에 맞지 않는 텍스트들이 출판 과정에 배제되기도 했다. 메가는 주관적 개입, 해석 없이 가장 정확한 텍스트를 복원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그 대상에는 마르크스, 엥겔스의 초안, 준비노트, 서간문까지 모든 텍스트가 망라됐다.





한국의 마르크스주의 연구자들이 ‘메가’의 의미를 살피기 위해 지난달 30일 ‘메가 작업의 새로운 접근과 마르크스의 재해석’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었는데, 독일 에베르트재단 산하 ‘카를 마르크스 하우스’ 베아트릭스 부비어 소장도 초대됐다. 지난달 29일 학술대회 개최를 주도한 정문길 고려대 명예교수가 메가 발행권을 가진 ‘국제 마르크스-엥겔스 재단’의 이사이기도 한 부비어 소장과 대담했다. 독일어 통역은 김경수 고려대 교수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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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길 고려대 명예교수(왼쪽)와 베아트릭스 부비어 카를 마르크스 하우스 소장이 지난달 29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마르크스-엥겔스 전집’ 편찬의 의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세구 기자 k39@kyunghyang.com












정문길=보통 마르크스 원전은 읽지 않고 마르크스를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한국 마르크스 연구자들이 메가 작업에 관심이 많습니다. 메가의 핵심을 소개하신다면요.





부비어=마르크스를 큰 틀에서 많이 분석, 논의하지만 정작 세세한 텍스트들에 대해선 잘 모릅니다. 원전 텍스트를 읽지 않고 편자에 따라 콘텍스트가 다른 텍스트를 마르크스주의라고 말하는 건 경계해야 합니다. 메가는 마르크스가 직접 쓰고, 말한 걸 확인하는 거죠. 원전으로 돌아가자입니다. 마르크스의 인용과 해석의 새로운 ‘전거’를 만드는 것이고, 마르크스를 새롭게 연구할 수 있는 통로를 여는 작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마르크스주의자와 비마르크스주의자 간에 논쟁이 있습니다만, 메가는 정치 자체하고는 관련이 없습니다. 정치 관점을 배제하고, 마르크스의 텍스트를 있는 그대로 역사적으로 재구성하는 게 원칙입니다.





정문길=다른 마르크스-엥겔스 저작집이나 전집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요.





부비어=다른 선집은 특별한 정치적 관심과 지향을 갖고 마르크스의 텍스트를 뽑아내거나 뺀 것들입니다. 구 소련과 동독이 1950~60년대 마르크스 전집을 만들면서 마르크스 초기 저작인 <경제학 철학 초고>를 뺀 게 대표적 예죠. 메가는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모든 걸 드러내는 거죠. 역사적 콘텍스트 내부로 가 마르크스를 보여주는 겁니다. 마르크스에서 온 편지뿐만 아니라 그가 보낸 편지도 다시 편찬하고 있습니다. 미완성 원고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그 시대 담론과 연관을 보여주려는 거지요. 마르크스가 말한 프롤레타리아트와 레닌의 프롤레타리아트는 다른데, 그저 같다고만 여겨요. 이런 것들을 구분하는 의미도 있습니다. 엥겔스가 마르크스의 초고에 가필한 것들도 있는데, 그것도 분리하고 있지요.





정문길=1990년 베를린과 모스크바의 ‘마르크스-레닌주의 연구소’로부터 신 메가 발행권을 인수했는데요. 학술적으로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요. 구 메가와 신 메가의 특징은 어떤 것입니까.





부비어=90년 이전의 메가는 소련이나 동독 공산당의 당파적 관심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구 메가 출판을 하던 당 소속의 디츠 출판사는 일종의 관영 출판사였죠. 지금은 서구의 학문·과학 표준을 갖고 작업하고 있습니다. 다원주의적 관심을 충족시켜주려는 거죠. 정치적 관심보다는 학문적 관심이 주된 원칙이란 게 기본적 차이입니다.





정문길=신 메가를 편찬, 발행하는 데 어려움은 무엇입니까.





부비어=청년기 때 ‘라인신문’에 인쇄되어 나온 글하고, 마르크스가 직접 쓴 원고하고 대조를 하면 차이가 발견돼요. 그런데 마르크스의 텍스트 자체를 읽어내고 해독하는 게 어렵습니다. 마르크스가 워낙 난필입니다. 마르크스 글씨를 읽을 수 있었던 사람은 마르크스 부인과 엥겔스, 훈련받은 비서밖에 없었어요. 이후 훈고학자들도 마르크스 글씨를 해독하기 위해 오랜 시간 훈련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런데 마르크스 글씨를 해독하고, 대조할 수 있는 학자들은 노령화되고, 지금 신세대, 신진 학자들 중에 그 일을 하려는 사람들이 없어요.





정문길=현재 신 메가 편찬의 진행속도는 어떤가요. 메가 완간은 언제쯤 예상하는지요.





부비어=매년 두 권이 나와야 하는데, 지금 진행 속도가 조금 더딘 편입니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신진 학자들도 안 나오죠. 지금 2015년까지는 독일 연방 정부 같은 데서 출간 지원을 받기로 되어 있는데, 책이 잘 팔리는 편은 아닙니다. 책은 그나마 일본에서 팔리는 편이고요. 이후 어떻게 편찬 작업을 이을 수 있을까 걱정도 있어요.





정문길=최근의 미국발 금융위기는 마르크스 이론의 중요성을 재확인해주고 있습니다. 메가 발행이 마르크스의 부흥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요.





부비어=마르크스 학자 중엔 2015년에 공황이 올 것이라고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새로운 위기를 이야기하는데요. 마르크스의 <자본>은 바이블이 아니라 과학적 저작입니다. 마르크스만 갖고 위기를 규명하는 건 한계가 있습니다. 메가 작업에 대해 다시 말씀드리면, 우리가 하는 작업은 ‘학자 마르크스’를 복원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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