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학사상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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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4일 가을 정기 심포지엄 잘 끝냈습니다.
송석현 2010.12.11 1180




안녕하세요. 맑스분과 송석현입니다.



 



아시다시피 지난 주 토요일에 “민주주의 및 주체형성전략의 관점에서 본 국가와 탈국가 문제”라는 주제로 가을 정기 심포지엄을 건국대에서 치렀습니다. 날씨가 조금 쌀쌀했는데도, 예년 같지는 않지만 이번에도 많은 선생님들 선후배님들이 참가해주셨습니다. 이번 심포지엄은 저희 맑스분과에서 발표를 했는데요, 조금 늦었지만 감사의 인사와 더불어 간략하게 그날 진행된 심포에 대해서 스케치를 해볼까 합니다.



 



이번 심포의 특징이 있다면 발표자 5명 모두 2-30대 젊은 연구자들이었다는 점입니다. 20대가 3명, 30대 2명의 석사과정에서부터 박사수료까지의 연구자들이 열정적이고 패기에 찬 발표를 했습니다. 이번 심포지엄은 특히 논평자를 따로 두지 않고 진행했는데요, 객석에 여러 선배님, 선생님들 모두가 논평자이자 조언자로서 역할을 해주셨습니다. 처음 발표하는 20대 연구자들은 약간 언듯한 느낌도 있었는데, 그래서 정작 중요한 논문의 문제의식을 잘 전달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고, 객석의 질문에도 명확하게 답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논문 자체도 완성도면이나 논리면에서 부족한 점도 있었겠죠. 물론 나이도 젊고 피부도 탱탱한데, 발표도 잘하고 논문도 훌륭하면 금상첨화겠지만요.



 



오전 2편, 오후 3편의 논문 발표와 토론을 마친 후, 2부에서는 이순웅 맑스분과장의 발제로 서유석, 이성백, 김성민 세 분 선생님께서 본 주제와 관련해서 종합토론을 해주셨습니다. 이순웅 분과장님은 이번 주제와 관련해서 1.국가 및 탈국가/ 2.민주주의/ 3.주체형성전략/ 4.한반도 등 네 개의 범주에 관해 간략히 발제한 후 세 분 선생님께 의견을 구했습니다. 다음 내용은 그 날 토론했던 내용을 저 나름대로 정리해 본 것입니다. 저 나름대로 급하게 정리한터라, 당일 토론 내용을 정확하게 반영하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혹시 제가 잘못 옮긴 점이 있다면 덧글로 수정해 주신다면 고맙겠습니다. 참 그리고, 종합토론에 관한 사전협의가 없다보니 약간은 난상토론 같은 느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점은 짜고치는 고스톱이 아니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 같네요. g



 



- 서유석 : 전략적 목표는 국가 파괴가 아니라 국가권력을 장악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다지 희망이 없어 보인다. 현재 상태에는 별 희망이 없다. 그럼 그동안 뭘 해야 하는가? 작은 생활 속 민주주의 운동들에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다. 프레시안 ‘철학자의 서재’ 글을 쓰면서 아나키즘 운동에 관심을 갖고 책을 여러 권 보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20세기 초에 아나키즘이 있었고, 맑스 때도 물론 있었다. 그런데, 맑스주의에서 아나키즘은 배신자로 낙인찍은 것 같다. 우리가 편찬한 동녘 “철학대사전”에 크로포트킨은 없다. 그러나 아나키즘은 실제로 운동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스페인 내전, 68혁명의 색깔이 검정색이었다. 이후 신사회 운동에도 영향을 미쳤다. 오늘 발표문에 나온 비데, 네그리 등 주요 저작도 68 이후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도 시민사회운동, 환경운동, 주민참여운동, 최근 마포 성미산 지키기 운동 등 다양한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물론 한계도 있다. 한국의 몇 되지 않는 진보진영은 목표를 정치권력 획득으로 두고 있기도 한데, 지금 상태에서는 어렵다.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내가 전북에 내려간 이후로 처음으로 지역 운동에 개입해서 기획을 맡았다. 그 과정에서 지역을 들여다보니 정말 지역에 다양한 운동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로컬푸드운동, 노숙자운동, 자활공동체, 급식네트워크 등등, 성향과 지향은 달라도 지역에서는 협조가 잘 되는 것 같았다. 중앙의 진보정당, 사회주의 운동 등의 양상을 보면, 노선이 다를 경우 협조가 전혀 되지 않는다. 실제 삶 운동과 연관이 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인지 내 경우엔 아나키즘에 관심이 많다. 서구에서 70년대 초와 90년대 말 경에 슈티르너 르네상스가 있었는데, 위와 같은 배경과 연관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바쿠닌 평전을 보니, 바쿠닌의 모순된 점은 자신의 운동을 관철시키기 위해서 조직과 계획에서 매우 은밀했고, 이런 점이 레닌에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역사학자들이 보고 있다. 조명해야 할 역사적 운동이라고 생각해서 이야기해 봤다.



 



- 이순웅 : 국가 파괴는 부르주아 국가 파괴라는 점에서 이야기 한 것이다. 이를 위한 수단으로 국가권력을 장악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맥락에서 발제문에 그 같이 쓴 것이다.



 



- 이성백 : 국가와 탈국가 문제에 대해서 말하자면, 이번 심포에서 국가를 어떻게 볼 것인가와 관련한 5개 논문주제 모두 좋았다고 본다. 비판의 내용에서 배울 점도 있었다. 그런데 국가의 문제는 내 관심과 다른 식으로 이야기되고 있는 것 같다. 지구화와 관련해서 탈국가냐 국민국가냐의 문제도 있지만, 국가가 구체적으로 사회 속에서 하는 역할이 뭐냐 하는 측면에서 맑스의 도구론이나, 그람시의 이데올로기, 푸코나 들뢰즈 등의 다른 권력 현상 등 포괄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미국은 국민국가인 것 같지만, 미국이라는 국가는 폭력적인 세계 국가의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세계화된 국가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국민국가냐 세계화에 의한 국민국가의 축소냐 하는 것보다는 다른 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민주주의와 관련해서는, 조희연 교수의 급진 민주주의를 1부 논문발표에서 이야기했는데, 한국에서 90년대 초중반 사회주의권 망하고 문민정부 들어섰을 때, 급진 민주주의는 실천을 위한 전략으로 필요했다고 본다. 하지만 지금 세계화 등 전체 구도가 달라진 상황에서 이 급진 민주주의 개념은 좀 작은 틀이지 않나 싶다. 다른 틀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변혁주체 관련해서는, 다른 이야기하고자 한다. 서유석 선생님은 별 희망이 없다고 했지만, 눈앞을 보면 안 보이지만, 그렇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헤겔이 논리학에서 모든 것이 절정에 달했을 때 그것은 몰락한 것이라고 한 것처럼, 실은 요즘 신자유주의는 몰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직은 눈앞에 새 주체는 안 보이지만, 하나가 내려가면 누군가는 올라와야 하듯이, 그 누군가가 있을 것이다. 보이지 않지만, 미래의 주체는 있고, 따라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이 때 제일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7-80년대는 실천으로 싸웠다. 이론이 없었다. 모두가 실천지상주의에 박혀 있었고, 이 실천지상주의가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실천지상주의로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기 어렵다. 이제는 실천이 이론과 충분히 매개해야 하고, 그것을 통해서 실천으로 나가야 한다. 제대로 된 실천을 위한 이론이 필요한 시대다. 이것은 누구를 끌어들여서 하는 것이 아니라, 한 시대의 이론과 학문이 만들어지는 바대로, 이론과 학문의 르네상스가 돼야 한다. 먹물들은 제대로 먹물이 돼야 한다. 보이지 않지만 희망을 갖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김성민 : 1부 5명의 논문 발표 잘 들었다. 전체 주제 잘 들어 맞았다고 본다. 5명의 공통된 키워드는 변혁 주체의 문제인 것으로 이해했다. 부랑자, 구성적 외부, 다중, 사케르 등. 요즘 다양한 시민사회운동 등 작은 동심원들이 모이는 운동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본다. 그라나 ‘도구적 국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주체적 관점이 필요하다. 다양성만 강조해서는 주체는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변혁을 위한 수단으로서) 국가는 여전히 필요한 상태다. 물론 과정에서는 여러 동심원이 필요하다.



한반도 문제에 관해서 의견을 말하자면, 실천적 지식인들이 크게 고민해야 할 문제가 한반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결국 고민은 이 땅의 문제로 귀결해야 하는데, 이는 한반도 평화, 분단, 통일의 문제다. 최근 연변에서 그 곳 사람들을 만나보니, 민족과 국가 문제에 더 처절하게 고민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중국 조선족들은 정서적 유대로서 공통감은 있다. 하지만 동일성은 없다. 물론 국적은 중국이다. 민족=국가가 아닌 상태이기 때문인데, 그들에게는 민족=국가를 위한 리비도가 깔려 있었다. 그러나 남은 남이 중심이고, 북은 북대로 있다. 탈국가 논리는 실제로는 초국적 자본주의 논리가 될 수 있다. (김성민 선생님께서 많은 좋은 이야기를 하셨지만, 제가 잠시 한 눈 판다고 제대로 정리 못했습니다.;;)



 



- 서유석 : 변혁주체와 관련해서, 오늘 발표에서 구성적 외부, 사회적 배제자 등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미국, 유럽은 이주자 문제가 핵심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숫자는 많지 않지만 미국 유럽에는 엄청나게 많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지금 자영업자 비율이 높다(서유석 선생님이 갑자기 저한테 물으셔서 대략 25프로라고 했는데, 확인해보니 자영업자 수는 약 560만명 정도이고 경제활동인구 2400만명 대비 23프로 정도인데, 어떤 신문을 보니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중은 31.3프로인데, 일본은 13프로, 미국은 5.6프로, OECD 평균은 15.8프로라네요. 엄청 높은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비정규직(1000만)과 자영업자(560만)가 성향상 보수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특히 통일 독일과 북유럽의 경우 이들이 극우 정당으로 가는 경향도 보였다. 따라서 주체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들에 관한 연구를 해야 할 것이다.



- 이성백 : 발표자들은 주체문제에서는 실제로 공통된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배제된 자, 부랑자 등이 주체가 아닌가 하는 입장인 것 같다. 그런데 거기에서 찾는 것은, 찾아보니깐 거기밖에 없다는 현상론적 파악인 것 같다. 실제로 이론적 구조 내에서 논리적으로 주체가 어디가 돼야 하는가에 맞춰야 할 것이다. 저항, 변혁에는 주체가 있어야 한다는 데 꽂혀 있는데, 이론 내에서가 아니라 밖에서 끌어들이는 것 같다. 슈티르너 논문에서 유일자 개념이 사회적으로는 Vagabund로 되는 것 같은데, 일단 유일자 개념 자체를 의식의 논리적 분석과 그 맥락에서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유일자는 보편성에 매이지 않는 주체의 주체성인데, 그러다가 갑자기 ‘떠돌이(Vagabund)’가 튀어나왔다. 그 사이에 논리적 구성이 있어야 한다.



 



- 최종덕(객석) : 종합토론 발제자가 전 세계 이주자 수인 1억 9천만 명을 작은 숫자라고 했는데, 보는 각도에 따라 이 수는 어마어마한 숫자다. 왜 그렇게 보았나?



 



- 이순웅 : 이주자를 중시하는 사상가들을 비판적으로 본 것이다. 이들은 노동자 조직, 당 등에 질린 것 같다. 그래서 무엇을 주체로 삼아야 하는가에서 이주자, 소수자 등에서 주체를 찾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것은 그들이 확대해석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가치를 가진 의미의 집합체가 돼야 주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김석(객석) : 주체 형성과 관련해서, 바디우나 지젝 식으로 보면 사건적 주체가 있다. 이들은 상징계 질서 속에서 공백과 실재를 이야기한다. 이번 연평도를 보면 민족 모순이 보이는 것 같다. 한국의 상징적인 것을 받쳐주면서 공백을 깰 수 있는 주체, 오늘날 한국 상황에서 공백과 내적 모순을 깨고 나올 주체가 누가 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 서유석 : 그람시적 구분을 따르면, 기동전이 필요할 때가 있고,장기적 진지전이 필요할 때가 있다. 지금은 진지전의 시기라고 본다. 중심주체논의는 약간 조급증이 있는 것 같다. 히틀러 시기 중소상인들이 급속하게 보수화했다. 고르바쵸프가 자기의 공산주의는 스웨덴이었다고 고백했을 때 90년대 초 동구권과 스웨덴에서 극우정당이 등장했다. 고용 없는 성장은 가속화될 것이다. 비정규직, 이주노동자들이 주체로 편입되는데, 이것은 이들도 제대로 착취 받아라는 뜻이 될 수도 있다(이런 의미로 말씀하신 건지 잘 정리를 못해서...). 다른 방식의 가능성을 여는 고민을 해야 한다.



 



- 김성민 : 하나의 범주로서 주체는 가능하지 않은 것 같다. 예컨대, 여성이라고 동일하지 않다. 제3세계 흑인 여성이 있는가 하면 사모님도 있고 아줌마도 있다. 그러면 공통점이 뭐냐라는 질문에서 여성주의적 시각이 중요하다. 그것은 ‘연대’, 개방적 연대이다. 노동자 내부의 실질 임금차와 같은 물화현상도 심각하고, 지식인도 마찬가지다. 실천적 지식인이 있는가 하면, 전혀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부랑자, 사케르 등등도 마찬가지로, 이런 상황에서는 가능한 공약수를 찾는 연대의 시각이 필요하다. 어느 한 범주가 주체다라고 말하기 어렵다. (이런 의미에서) ‘다중’에 대해 동의하지는 않는다.



최근 북한 이탈 학생을 만나보니 놀랄 때가 있었다. 스펙트럼이 다양했다. 극우적 양상 보이는 학생이 있었는데, 자기들이 전위부대가 되어 북 지도부 때려잡겠다는 등 이야기를 한다. 동일성 범주로는 주체를 잡을 수 없다. 진보주의적 시각 담보하는 연대가 필요하다.



 



- 황성혜(객석) : 자영업자가 보수화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에 100프로 동의한다. 직접 해보니 그랬다. 어느 순간 직원노조 설립 못봐준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최근에는 NGO에 관심이 있다. (황성혜 선생님이 더 좋은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역시 한 눈 좀 팔다가 정리 못했네요. 죄송합니다.)



 



- 이순웅 : 끝으로 마무리 발언 부탁한다.



 



- 김성민 : 오늘 5명 발표 수고 많았다. 한철연은 연구 공동체이고 학술운동 공동체다. 출범 때부터 그랬다. 이번 맑스분과 기획 나름대로 의의가 있고 수고했다. 내용적으로 결론 부분에서 좀더 질러도 되지 않았나 싶다.



 



- 이성백 : 학술대회 석박사 후배들이 나름대로 짜임새 있는 글 발표한 것, 앞으로 떠오를 신예에 대해 기대가 크다. 누가 이런 이야기했다는 수준이 아니라 자기가 한 번 붙어보겠다는 게 표현돼 있다고 본다. 그래서 대결하고 내가 다르다고 하는 것이 보여서 좋았다. “이론”은 한철연이 해야 한다. 아니면 개콘 식으로 ‘누가 소를 키워~’, 우리 철학을 함께 키워보자.



 



- 서유석 : 오늘 자영업자, 지역공동체, 아나키즘 등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진보교연 운영위원과 2012년 관련해서 지역 집행위원을 하고 있는데, 바닥의 지지가 없다면 어렵겠다 싶어서 그랬다. 비정규직, 자영업자 등등을 조직하고자 한다. 모두들 함께 고민해 나갔으면 한다.



 



- 이순웅 : 이것으로 2부 종합토론과 오늘 심포를 모두 마치겠다. 모두들 고맙다.



 



(이상 정리한 내용 중에서 혹시 문제가 있는 부분은 모두 제 잘못임을 다시 한 번 확인드립니다. 덧글로 수정이 필요하시면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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