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학사상연구회

자유게시판
비정규직 교수 문제에 대한 철학회 공동 성명서
철학회 2008.03.21 3712
‘한국철학회’ 및 전국 8개 철학회, ‘전국대학철학과연합회’ 공동 성명서


국회와 교육당국은 비정규직 교수(대학 시간강사)의 처우개선을 위한 조치를 즉각 마련하라


최근 몇 년 사이 비정규직 교수(대학 시간강사)의 안타까운 자살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엊그제도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국내 대학에서 강의하던 40대 비정규직 교수가 현실을 비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한창 연구와 교육에 능력을 발휘하며 국가와 사회에 기여해야 할 전도유망한 학자를 죽음으로 내몬 것은 바로 우리 대학의 파행적 현실이다.

이 안타까운 소식 앞에서 ‘한국철학회’와 전국 8개 철학회, 그리고 ‘한국대학철학과연합회’는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 아울러 이제는 30, 40대의 수많은 학자들이 생계로 고통 받으며 능력을 낭비하는 일이 없도록 교육당국과 국회가 조속히 나설 것을 촉구한다.

대학의 비정규직 교수들이 저임금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며 교원으로서의 기본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음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이들에게는 연구할 공간도 쉴 자리도 명확한 계약 기간도 없다. 시간당 몇 만원에 불과한 강의료를 받으며 한 학기(4개월) 강의를 하고, 방학(2개월) 동안은 보수가 없다. 계약서가 없으므로 다음 학기 강의 여부는 방학 중에 학교로부터 연락이 와야 하는 비참한 처지다. 우리나라 전체 대학 강의 중, 시간강사가 담당하는 비율은 평균 40%대이고, 50%를 넘는 대학도 많다. 그러나 강사들의 처우는 비정규직 중에서도 가장 열악하다. 시간당 1만원대에서 4만원대인 강사료로 계산해 보면 주당 9시간(정규교수 주당 법정 시수)을 강의할 경우, 한달 수입은 70만원선이다. 강의 담당비율이 50%대에 육박하지만 이들에게 지급되는 인건비 비율은 3-10%다(교직원 저체 인건비 대비).

문제는 비정규직 교수의 수가 점점 늘고 그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학 정규직 교수들의 무관심,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교수 사회의 진입장벽도 문제지만, 대학들이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강의의 많은 부분을 점점 더 시간강사로 메우는 횡포가 더 큰 문제다. 재정난을 그 이유로 들고 있지만 대학 등록금은 치솟고 적립금 규모는 크게 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학위취득 후 국내로 돌아오지 않는 외국학위자의 수가 급증하는 것도 이러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젊은 인재들을 이런 상황으로 몰아서는 국가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그 동안 수없이 문제가 제기되고 해결책이 촉구되었지만, 대학과 특히 교육당국 그리고 국회는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대학의 발전, 학문과 교육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비정규직 교수의 법적 보호 강화, 이들의 연구교육역량 제고를 위한 최소한의 생계보장이 한시바삐 마련되어야 한다.

문제 해결의 시작은 고등교육법을 고쳐 비정규직 교수를 교원으로 인정하는 데 있다. 국회와 정부는 하루 빨리 고등교육법을 비롯한 관련 법률부터 고쳐야 한다. 현재 국회에는 비정규직 교수의 최저 생계 보장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2006년 이후 계류 중에 있지만 아직까지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미 2004년 국가인권위원회도 비정규직 교수에 대한 차별 시정권고를 내렸지만, 대학의 눈치만 보는 교육부 역시 아무런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07년 5월 한나라당 이주호 의원(대표발의)은 \시간강사의 교원 지위를 인정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법안 역시 아직까지 교육위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무관심과 방치가 계속될 경우, 여러 정당(통합민주당, 한나라당, 민주노동당)과 의원들이 제출한 법률안 모두가 자동 폐기될 상황이다.

작년 말 한국철학회를 비롯한 전국의 8개 철학회는, 학술회의라는 공식적인 장에서 처음으로 비정규직 시간강사 문제의 심각성을 주제로 채택, 심도 있게 논의한 바 있다. 전국 철학 학술대회에서까지 이 문제를 우선적 주제로 다룬 이유는 우리 사회와 대학이 더 이상 이 문제를 방치할 경우, 철학(교육)의 발전은 물론이고 학문 일반과 대학 교육의 발전 자체가 심각한 장애에 처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는 다시 한 번 강력히 촉구한다. 교육 당국은 신속히 비정규직 교수들의 처우 개선과 연구-교육 여건 개선을 위해 전향적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또 국회는 이들에게 교원으로서의 지위를 부여하고 처우를 개선하는 법률을 즉각 통과시켜야 한다. 우리 8개 철학회와 전국대학철학과연합회도 앞으로 다른 학술단체와의 연대를 통해 비정규직 교수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노력할 것임을 밝힌다.

2008년 3월 14일

한국철학회(회장 이삼열), 대동철학회(회장 남명진, 신상형, 전영갑), 대한철학회(회장 김영기), 범한철학회(회장 최대우), 새한철학회(회장 최성렬), 철학연구회(회장 손동현), 한국동서철학회(회장 최영진), 한국철학사상연구회(회장 서유석) , 전국대학철학과연합회(회장 배석원),
전국철학앙가주망네트워크(3월 13일, 14일 서명자 문성학, 이강서 외 134명)







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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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석(한국철학회 발전위원장 / 한국철학사상연구회 회장 / 010-3680-3758 /  yssuh@mail.how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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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134명
(성명 취지문 13일 오전 발송 후, 14일 오전 10시까지 서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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