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학사상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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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신부됩니다
이한오 2005.05.20 3735
한철연 식구 여러분 안녕하세요?

제가 종교,
그것도 말썽많고 되먹지 못한
기독교에 홀라당 빠져서(!?)
여러분과 얼굴뵙기 어렵게 된 것도 어언 6-7년 째 접어듭니다.

그사이 다소간의 수련기간을 마치고
오는 5월 22일 오전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에서
성공회의 사제로 서품을 받습니다.

이제 한철연 회원 중에도 신부가 한명 생기네요.

한철연을 생각하면,
참 괜찮은 사람들 얼굴이 먼저 떠오릅니다.
아직 교수가 되지 못한 그래서 늘 부족한 듯 혹은 충만한 듯한 미소 띤 얼굴들의 주인공들.
거명하지 않아도 아, 그 선배님! 할만한 분들이 얼마나 많은지요?

아직 뵙지  못한 후배님들도 많겠지요?
그나마 사람을 출신성분으로 난도질 하지 않는 한철연에서
놀면서 연구하면서 일가견을 갖기를 기원합니다.

몇 해전 방송대 강의갔다가 어떤 교수님과의 대화 편 소개합니다.

-어떤 교수 \"어디서 오셨어요?\"
-나        \"산본에서 왔는데요.\"
-어떤 교수 - 말귀를 못알아듣는 나를 보고 답답하다는 표정을 잠시 짓더니
              \"아니, 어느 학교에서 왔냐고요?\"
-나           - 그게 정말 궁금하냐는 표정을 지으며 매우 의아해 하고 있으니
                 그 사이를 참지 못하고 말씀을 이어 갔셨다.
-어떤 교수  \"00대에서 오셨나요?\"
-나            \"아뇨.\" 짧고 퉁명스런 나의 대답에, 그 어떤 교수님, 뻘쭘한 표정 짓더니, 그냥 눈돌리고, 수업 들어가심. 대화끝.

지금도 가끔 그 때 그 어떤 교수님, 아마도 박사과정을 마치고 학위를 준비하고 계셨던
00대학교 경상학부 출신의 거기기가 아닐까 짐작되는 보따리 장사인 듯한데, 그 이후
인간과 인간의 대화가 그따위로 진행되고 끝나서는 안된다는 사례로 종종 이용하곤 했지요.

저는 지금
산본을 떠나 목동에서 잠시 살다가
현재의 임지를 좇아 수원 세류동에서 살고 있습니다.

우리가 정말
어디에서 왔다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있을까요?
다시 생각해도
공간은 우리 사람들의 정신적 주소를 결정하지는 못하는 것 같고
우리가 어떤 질적 상태에 있는가라는 시간적 상황이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서품식날 저는 저의 주인으로부터 질문을 받게 될 것입니다.

\"너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느냐?\"

그 질문에 저의 출신학교와 현재의 거주지를 말하는 것으로
불충분하다고 여겨지는데, 여러분은 어떠 하신지요?

\"여러분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십니까?\"

내내 건승하시길 빌며...

이한오 회원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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