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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으로 세상읽기] 2009년의 슬픈 뉴스와 기쁜 뉴스
이순웅 2009.12.26 1468
2009년의 슬픈 뉴스와 기쁜 뉴스  
[철학으로 세상읽기]올해의 사자성어 \빵꾸똥꾸\!

2009년 12월 24일 (목) 20:04:42 김광호 한국철학사상연구회 회원  webmaster@mediaus.co.kr  

송년을 처음 느낄 때는 달력의 마지막 장이 남았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부터다. 그리고 더 절실하게 느낄 때는 관혼상제처럼 찾아오는 연말모임 알림들이다. 반가운 친구를 만나 근황을 묻고 지난날을 회상하는 시간은 언제나 즐겁다. 그러나 이벤트처럼 줄줄이 송년 모임이 잡히면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자칫 술병이라도 나면 이 시즌이 빨리 끝났으면 하는 바람을 갖기도 한다. 그래도 참을 만한 이유가 있다면 1년에 한 번뿐인 모임이고, 그 자체로 1년을 돌아본다는 의미 때문이다.  

1년을 다시 돌아볼 또 다른 기회는 각종 매체에서 쏟아내는 분야별 기록들이다. 주로 10 대 뉴스 혹은 한 해를 상징하는 말이나 인물들이다. 이런 뉴스를 보면서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정리하곤 한다. 이런 기사들을 보면서 놀랄 때는 나의 빠른 망각 때문이다. ‘그래! 이런 일이 있었지’라는 탄식과 함께 내 자신의 무지함을 확인하고, 내가 얼마나 남과 사회에 무관심했는지를 반성하곤 한다.

올해의 기사들을 보면서 역시 기쁜 일보다는 슬픈 일이 많았다는 점을 다시 확인하였다. 기쁜 뉴스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슬픈 뉴스들의 무게 때문에 미소는 금세 굳어져 버린다.

용산 참사

새해 벽두에(1월 20일 새벽) 발생한 <용산참사>는 한 해에 벌어질 일들의 전주곡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신임 경찰청장의 취임과 더불어 진행된 과잉진압은 협상보다는 공권력에 의존하려는 정부의지의 발현이며, 어설픈 공권력 남용의 표본이다. 경찰청장 임명에 대한 감사의 표시 때문이었는지 뜬금없이 경찰특공대가 투입된 결과는 돌이킬 수 없는 참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날의 아픔은 3000쪽에 달하는 수사기록을 공개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한 재판과정에서 재현되었다. 올해의 인물에 소개되는 용산참사 가족들의 소식은 그날의 아픔을 치유하기는커녕 증폭시키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그날로 돌아갈 수 없기에 공정한 재판을 통해서 그날의 진실이 밝혀져야 할 것이다. 그에 따라 정부는 공식 사과와 더불어 관련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유족 및 구속자에 대한 명예회복과 정당한 보상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2010년 달력을 걸기가 주저되는 것은 용산의 외침이 메아리 없는 용산에만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용산참사>는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었다. 5월 22일부터 8월 6일까지 벌어졌던 <쌍용자동차 파업투쟁> 또한 <용산참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화와 협상보다는 토끼몰이식 해산 과정에서 나타난 경찰의 과도한 폭력성, 법치주의를 내세우며 진행시킨 구속자 남발 등은 현 정부가 민중의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었다.

2009년 <용산참사>와 <쌍용자동차 파업투쟁>을 통해서 깨달은 점은 민중의 생존권 투쟁을 바라보는 현 정부의 시각이다. 그것은 ‘소통의 부재’ 차원을 넘어서 있는 ‘공포의 실현’이다. <법치주의의 실현을 위한 무관용>이란 민중생존권에 대한 공포정치의 선언과 다를 바가 없다. 현 정부의 서민정책에 대해서 불신과 회의를 갖게 되는 것도 <민중생존권의 실현을 위한 관용>의 자세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물론 2009년 두 개의 사건을 보면서 진보개혁진영이 얼마나 민중생존권을 위한 구체적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묻고 또 물어야 했다.  

노 전 대통령

다음으로 인상에 남는 사건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이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는 전직 대통령의 자살이라는 점뿐만 아니라 추모객이 500만 명에 달했다는 점에서도 많은 의문과 충격을 남겼다. 꼭 자살이란 비극적 결말을 선택해야 했는지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 주변 인사들에 대한 먼지털이식 수사, 검찰의 언론플레이가 가져온 심리적 압박, 도덕성을 내세웠던 참여정부에 대한 책임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어려운 정치역정 그리고 대통령을 지낸 사람의 선택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드라마 같기 때문이다. 그리고 500만 명이란 추모열기가 단순히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 때문이었는지도 확신하기 어렵다. 표적수사 혹은 정치보복성 수사 때문에 자살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연민이었는지, 고향으로 돌아가 시민과 함께 고향과 진보의 미래를 걱정하던 전직 대통령에 대한 상실감 때문이었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촛불 시위가 쇠고기 협상만의 문제가 아니었듯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 열기는 <강부자-고소영> 내각으로 시작해 <명박산성>을 쌓으면서 민주주의에 <역주행>한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만이었을지도 모른다. 추모열기가 가라앉았다고 생각해 방문한 7월의 봉하마을에는 여전히 방문객이 많았다.
  
나는 노무현 정부를 지지하지 않았고 집권 시기 내내 불만도 많았다. 특히 한미 FTA 추진을 계기로 노무현 정부에 대한 기대는 아예 접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가 화두가 된 것은 공식홈페이지인 <사람 사는 세상>에 들어가면서부터다. 그곳을 둘러보니 퇴임 후 <진보의 가치와 미래>에 대해 고민한 흔적들이 제일 눈에 띄었다. 그는 집권 시기 보수진영과 진보진영 모두에게 공격을 받아 농담 삼아 <좌파 신자유주의>라는 신조어도 만들었다. 그곳에 있는 글들은 집권기 내내 고민했지만 풀지 못했던 과제들을 퇴임 후 정리해가면서 미래와 역사에 기여하고자 했던 흔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원이야 다르겠지만 그의 문제의식은 내가 지난 1년간 개인적으로 고민을 했던 지점이기도 했다. 진보개혁 진영은 언제나 반대만 하는 세력인가? 높은 이상에 비해 그것을 실현할 구체적인 대안이 부족한 것은 아닌가? 진보개혁 진영에게는 눈높이를 낮추되 먼 미래를 바라보며 민중과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부족한 것은 아닌가? 좀 더 폭넓은 <씽크탱크>와 민중에 기초한 <단위조직>의 네트워크가 활성화되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현재 진보개혁 진영이 다시 집권한다면 노무현 정부보다 더 나을 것인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진보개혁 진영의 미래가 무엇이며 그들 사이에 소통이 부족했던 것은 아닌지를 화두처럼 끊임없이 질문하게 해주었다. 아마도 이것은 개인적 질문들이 아닐 것이다. 2009년 진보개혁 진영의 과제이기도 했을 것이다.

제주올레

지금까지가 2010년에도 이어질 과제이고 우울한 뉴스였다면, <걷기>의 재발견은 기뻤던 뉴스이다. 걷기가 본격화된 것은 <제주올레> 열풍 때문이다. 올레는 제주방언으로 마을을 이어주는 길이라고 한다. <놀멍 쉬멍>간다는 올레길 걷기는 관광지의 편의시설을 즐기는 관광방식을 벗어나게 해주었다.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이 있지만, 올레 길의 맛은 자기와의 대화이다. 힘들면 쉬었다 가고 배고프면 주섬주섬 먹으며 걷는 하루 10여 킬로미터의 여정은 고독한 여행이지만 고독한 만큼 자신을 성찰하는 기회를 준다. 내면의 성찰이 꼭 걷기를 통해서 얻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제주올레>를 계기로 나에게는 조그만 생활의 변화가 생겼다. 단순히 건강을 위해서 걷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정리하고 내면을 성찰하기 위해서 마실을 다니는 습관이 생긴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화두들도 <걷기>를 통해서 생각의 매듭을 하나씩 풀어나가곤 했다. 그리고 그것은 생각을 채워나가는 것이 아니라 비워내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올해 가장 행복한 순간이 무엇이었냐고 물어본다면 <제주올레>였다고 말할 것이다. 그래서 올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러 다시 한 번 <제주올레>에 다녀오려 한다.

그리고 한마디만 더

지난 20일 <교수신문>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방기곡경(旁岐曲逕)을 선정했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큰 길이 아닌 샛길과 굽은 길’라는 말로 ‘바른 길을 쫓아 순탄하게 일을 처리하지 않고 그릇된 수단을 써서 억지로 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선정이유는 ‘세종시 수정, 4대강 사업 추진, 미디어법 처리 등 굵직한 정책이 처리되는 과정에서 타협과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샛길, 굽은 길로 돌아갔음을 비판’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럼 내가 뽑은 사자성어는? 뚜렷하게 떠오르진 않는다. 다만 연말을 맞아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기사를 접하면서 생각해본 유행어 네 글자는 있다. 야! 이 <빵꾸똥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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