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학사상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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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교수 관련 성명서
학술단체협의회 2008.03.14 3191
<성명서>

국회와 정부는 “비정규직 교수(대학 시간강사)의 교원지위 인정과 처우개선”을 위해 적극 나서라.

비정규직 교수의 잇단 자살 소식이 보도를 통해 알려지고 있다. 전문대와 4년제 대학 교육의 절반을 담당하고 있는 비정규직 교수(시간강사)들이 사회와 교육당국의 무관심 속에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으며, 또 생활을 위해 이 대학 저 대학을 돌아다니며 본격적인 학문연마나 교육과는 거리가 먼 연명 수준의 고초를 겪고 있음은 이미 오랜 된 이야기다. 최근 또 한 사람의 비정규직 교수(한경선 교수)가 처지를 비관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비정규직 교수의 이러한 파행적 상황이 낳은 결과이다.

이에 26개 학술단체의 연합체인 학술단체협의회는 먼저 고 한경선 교수의 영전에 머리 숙여 조의를 표한다. 아울러 정부와 국회에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비정규직 교수에 대한 처우 개선과 함께 “비정규직 교수 교원지위 인정 법률안”의 조속한 통과를 위해 서둘러 나설 것을 촉구한다. 또한 대학 당국과 정규직 교수, 그리고 학부형과 시민들께도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하고 힘을 모아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

자살한 한경선 교수가 유서에서 지적했듯이, 기본적인 생계유지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오랜 기간 일용직에 준하는 시간강사로 버티기는 불가능한 일이다. 또한 많은 시간을 강의 전담으로 돌아다니며 동시에 연구와 논문 작성을 병행하는 일은 더더욱 가능치 않은 일이다. 이 같은 문제의 근원은 시간강사들이 현행 고등교육법상 \교원\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학들은 시간강사에 대한 고용을 보장할 필요가 없는 이 상황을 이용하여 비정규직교수의 비율을 계속 늘리는 있다. 대학들은 재정적 어려움을 그 이유로 들고 있지만 현실에선 각 대학의 적립금이 늘어만 가고 있다. 비정규직인 시간강사들은 오랜 기간 공부를 한 석사, 박사들이다. 30대에서 40대, 한창 연구와 교육을 통해 개인과 사회 그리고 국가의 발전을 위해 기여해야 할 이들에게 이토록 오랜 기간, ‘보따리 장사’로 고통을 받게 하는 것은 개인의 불행임과 동시에 사회와 국가의 엄청난 낭비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

국회와 정부가 신속히 나서 관련 법률부터 고쳐야 한다. 현재 국회에는 이들의 최저 생계 보장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2006년 이후 계류 중에 있지만 아직까지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미 2004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이에 대한 시정권고를 내렸지만, 대학의 눈치만 보는 교육부는 아무런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07년 5월 한나라당 이주호 의원(대표발의)이 \시간강사의 교원 지위를 인정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이 법안은 아직까지 교육위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러 정당과 의원들도 각각 강사를 교원으로 인정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사회의 무관심 속에 자동 폐기될 상황에 처해 있다.

한창 연구와 강의에 몰두해야 할 학자들이 최소한의 생계 보장을 요구하며 농성을 하고 자살을 하는 일이 더 이상 방치되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이 문제는 우리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생존권과 노동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학술단체협의회는 국회와 정부 당국에 강력히 촉구한다. 현재 국회에 보류 중인 비정규직교수 관련 고등교육법개정안을 즉각 통과시켜야 한다. 그리고 비정규직 교수의 처우 개선을 위해 신속히 나서야 한다. 비정규직 교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학술단체협의회도 최선을 다할 것을 밝혀둔다.

2008년 3월13일
학술단체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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