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학사상연구회

자유게시판
<시국선언문>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고발하고, 민주세력의 연대를 호소한다
김원열 2009.04.21 1364
<시국선언문>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고발하고, 민주세력의 연대를 호소한다


오늘 우리 교수, 연구자 일동은 착잡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 이 곳 4.19 묘역은 1960년 봄 이승만 독재에 항거하며 꽃다운 목숨을 바친 선배들이 잠들어 있는 한국 민주주의의 성지이다. 그러나 선배들의 고귀한 피로써 지킨 한국의 민주주의가 현재 심각한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러한 참담한 심정으로 우리는 한국 민주주의가 위기에 직면해 있음을 알리고, 민주주의의 회복을 위해 모든 민주세력이 힘을 모아 함께 싸울 것을 호소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

우리 사회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한 것은 작년 출범한 현 이명박 정권의 반민주적인 정책들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은 국민 전체의 권익보다는 소수 상층부의 기득권만을 위해 독단적으로 국가를 운영하면서 민주주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놓고 있다. 집권한 지 겨우 1년밖에 되지 않은 정권이 저지른 반민주적 전횡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현 정권은 인수위 시절과 출범 초기에는 ‘강부자․고소영 내각’으로 만인의 지탄을 받았고, 출범 이후에는 국민 건강권을 외면한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일방적으로 결정하여 4.19 이후 처음으로 중고등학교 학생까지 참여하는 범국민적 촛불집회라는 광범위한 국민적 저항을 불러 일으켰다. 국민의 비판과 저항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권은 기득권자의 이익을 옹호하는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개발업자의 배만 불리는 대운하 사업도 4대강 사업이란 이름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부동산 투기업자들에게 세금을 물리는 종합부동산세도 사실상 폐기했으며, 사교육을 조장하며 학원재벌의 배를 불리는 초중등 교육 현장에서의 일제고사도 강행하고 있다.

‘있는 자’만을 위하고 대다수 국민은 배제하는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저항은 너무나 당연하며, 정당한 권리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은 이러한 국민의 정당한 저항을 무시하며 짓밟고 있다. 촛불군중에 대해서는 ‘명박산성’과 연행으로, 일제고사에 반대하는 교사들에 대해서는 해고로 대응했고, 용산의 철거민들에 대해서는 경찰 폭력까지 동원하여 여섯 명이나 죽음으로 내모는 만행을 저질렀다. 게다가 이런 만행을 숨기기 위해 언론에 까지 재갈을 물리려 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은 KBS, YTN의 지도부를 낙하산 인사로 교체한 데 이어 지금은 MBC까지 점령하려 하고 있고, 보수적인 ‘조중동’의 방송사업 진출을 허용하려고 미디어법을 개악하려는 중이다. 어디 그뿐인가. 인터넷에서의 자유로운 비판을 막기 위해 인터넷 실명제를 실시하기 시작했고, 심지어는 국가인권위원회 활동마저 정권의 입맛대로 축소시키려 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의 이런 반민주적인 모습은 그동안 정부 스스로 거스를 수 없다고 강변해온 국제적 ‘대세’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세계는 지금 1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한 경제위기를 맞아 사회정책 노선을 대대적으로 수정하고 있다. 세계 자본주의의 헤게모니 국가 미국에서 부동산시장과 금융시장이 붕괴한 것을 본 많은 나라들이 공공부문의 민영화, 노동의 유연화, 자본의 금융화 등 그동안 금과옥조처럼 여겨오던 신자유주의 정책 노선을 철회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부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고 가난한 사람들의 소득을 높이는 정책을 펼치고 있고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주요 유럽 나라들도 유사한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유독 한국의 이명박 정권만 이런 대세를 외면한 채 소수 가진 자를 위한 정책을 강행하는 한편, 국민의 정당한 비판과 저항을 탄압하며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있다.

이러한 민주주의의 위기상황을 맞이하여 한국의 민주세력은 사회 각 부문과 영역에서 열심히 싸우고 있다. 비정규직으로 내몰리는 사람들은 일자리 보전을 위해, 생태환경을 지키려는 사람들은 대운하 반대 투쟁에 이어서 경인운하 등 4대강 사업을 막기 위해, 많은 대학의 주체들은 사립대학 재단의 전횡을 막고 학원민주화를 수호하기 위해, 초중등 교사와 학부모들은 학교등급화를 자초하고 사교육을 강화시키는 일제고사를 막기 위해, 재산과 생명까지 잃은 철거민과 이들을 지원하는 사람들은 용산투쟁을 지켜내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교수, 연구자 일동은 사태를 좀 더 냉정히 직시하고자 한다. 오늘 우리가 이 자리에 모여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경고하고, 민주세력의 연대를 호소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위기가 심각한 국면에 처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민주세력을 아우르는 투쟁 전선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민주언론의 수호는 민주세력으로서는 결코 물러설 수 없는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민주언론 수호를 언론계 내부의 싸움인양 바라보는 시각이 있다. 비정규직, 환경, 여성, 인권, 교육, 대학 문제들을 놓고 곳곳에서 힘든 투쟁을 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싸움은 개별 현장에 국한되어 진행될 뿐이다. 여섯 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용산참사를 규탄하는 국민대회도 주말마다 열리고는 있으나 이를 지지하는 군중의 규모는 기대만큼 크지 않다. 각 부문의 절박한 투쟁이 모두 하나가 되어 더 큰 투쟁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우리 교수, 연구자 일동은 모든 민주세력에게 간절히 호소한다. 한국의 민주세력은 이제 모두 하나가 되어 힘을 모아야 한다. 각 부문의 운동을 위해 노력하면서도 다른 부문 운동과 소통하고 연대하는 틀을 만들어 내야만 한다. 서로 다른 지역, 일터, 현장에서 다양한 운동을 위해 노력하는 민주세력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답고 자랑스럽다. 그러나 모든 부문운동이 하나가 되지 못하면 반민주로 뒷걸음치는 사회 전반의 흐름을 바꿔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금 이명박 정권의 반민주 탄압은 전면적이다. 이에 우리의 투쟁도 범민주세력의 연대를 통한 더 큰 투쟁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명박 정권이 야기한 민주주의 위기상황을 타개하지 못한다면, 한국 민주주의는 돌이킬 수 없는 운명을 맞이할 것이다. 한국 사회는 지금 앞으로 나아가느냐, 뒤로 물러나느냐 하는 결정적인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우리 교수, 연구자 일동은 모든 분야의 민주세력에게 민주주의를 위한 전망을 공유하며 서로 연대할 것을 간절히 호소한다. 오늘부터 우리 교수, 연구자들은 민주세력의 연대가 강화될 수 있도록 노력함으로써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한 매개체가 되고자 한다. 1960년 4월 혁명 49주년을 맞는 오늘 우리는 한국 민주주의의 횃불을 다시 높이 들기 위해 여기 민주주의의 성지 4.19 묘역에 모였다. 이러한 횃불의 희망을 더욱 밝히기 위해 우리 교수, 연구자 일동은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1. 우리는 한국 민주주의의 후퇴를 막기 위해 시국토론을 확산시키는 운동을 펼쳐 나갈 것이다.

2. 우리는 학술대회 등 이명박 정권의 반민주적인 행태를 고발하는 행사를 광범위하게 개최해 나갈 것이다.

3. 우리는 이명박 정권의 반민주적인 만행에 맞서 싸우는 모든 사회세력을 지원하고, 이들과 활발하게 연대해 나갈 것이다.



2009년 4월 19일


<4월 혁명 49주년 맞이하여>
이명박 정권의 반민주적 행태를 규탄하는 교수․연구자 일동


0 개의 댓글
(댓글을 남기시려면 사이트에 로그인 해주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