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학사상연구회

자유게시판
김상봉 선생의 학벌문제에 대한 철학적 접근
인권연대 2005.05.14 2972
제31차 수요대화모임 - 한국사회 학벌문제를 말한다.

5월 수요대화모임에는 흔히 학벌사회라고 말할 정도로 ‘학벌’이 사회적 지위나 신분을 결정하는 한국의 왜곡된 사회구조를 파헤치고, ‘학벌 없는 사회’가 정말 가능한지에 대해 함께 나누는 시간으로 진행됩니다. 또한 학벌문제가 어떻게 인권의 문제와도 연결되는지 알아봅니다.

강사는 그동안 학벌이 사회적 차별을 만들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학벌 타파와 서울대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철학자 김상봉 선생입니다. 선생을 모시고 ‘한국사회와 학벌 문제, 그리고 인권’이라는 주제로 진행합니다.

5월 수요대화모임을 통해 사회적 불평등의 재생산자인 학벌문제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함께 하시기 바랍니다.


일  시: 5월 25일(수) 오후 7시 30분
강  사: 철학자 김상봉 선생
주  제: 한국사회와 학벌문제, 그리고 인권
장  소: 동소문우체국 건물 5층 인권연대 교육장
          (승강기가 없어 휠체어를 이용하시는 분이 접근하기 어렵습니다. 죄송합니다.)
참가비: 물론 없으며, 누구나 자유롭게 함께 하실 수 있습니다.
문 의: 인권연대(02-3672-9443)


* 다음은 학벌주의에 대해 한 주간지와 인터뷰 한 내용입니다.

“학벌주의가 나라를 망치고 있다”
- 김상봉 학벌없는사회 정책위원장/ <학벌사회-사회적 주체성에 대한 철학적 탐구> 의 저자

그는 본래 철학자다. 독일에서 칸트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한때 신학대학 교수로 일했다. 고전문헌학에도 해박해 그리스 비극 강좌도 열고 있다. ‘학벌’이라는 예민한 문제를 다룬 책의 저자라는 게 쉽게 믿기지 않는다. “철학은 본래 인간학이죠. 플라톤이 이상사회를 꿈꾸며 썼던 국가론도 그 내용은 정치와 교육입니다. 정의로운 사회의 실현은 외적으로는 정치의 문제지만, 내적으로는 교육의 문제인 것이죠.” 김상봉(46) 학벌없는사회 정책위원장(민예총 문예아카데미 교장)의 짤막한 답변이다. “좋은 대학 나왔다는 것만으로 혜택을 받고, 그렇지 못한 대학을 나왔다고 불이익을 당하는 것은 그 자체가 불의한 것이죠.” 문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학벌은 사회적 효율성을 떨어뜨려 경쟁력을 해치게 되지요. 열심히 일하려는 인센티브를 없애기 때문이에요.”

김 위원장이 교육, 특히 학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과정은 보통사람들과 다르지 않다. 학교 졸업하고 나이가 들수록 한국사회에서 학벌이 곧 계급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체험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유학 생활 동안 본 독일의 모습. 독일에 비하면 공부와 시험 때문에 수많은 어린 학생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우리나라는 ‘지옥’이었다. 학벌 타파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지난 1999년 ‘학벌없는사회’를 결성하면서부터. 처음에는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일이었지만 그동안 많은 진전이 있었다. 꾸준히 다듬어온 대안도 내놓았다. “학벌 문제는 사회적 불평등의 문제고, 서울대의 문제지요. 그걸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어요.” 서울대 학부의 한시적 폐지, 국립대 중심의 대학 평준화, 고시 지역할당제, 입사원서 학력란 폐지 등이 그가 내놓은 해결방안이다.

“서울대 폐지는 하향평준화다. 오히려 서울대 같은 대학을 더 만들어야 한다.”고 하는데.

“지금 같은 서울대 독점체제에서는 서울대 같은 대학이 더 나올 수도 없어요. 서울대 역시 최고 대학으로서의 제몫을 다하지 못하고 있지요. 서울대생 태반이 고시공부를 하지요. 반면에 대학원은 지원자가 계속 줄어들고. 대학의 국제 경쟁력이 뭔가요? 외국 유학가지 않고 국내에서 공부하고 학위받을 수 있게 되는 것, 그게 경쟁력의 바로미터예요. 과거보다 이런 측면에서 갈수록 더 나빠지고 있어요. 서울대가 교육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권력과 그것을 통해 얻는 사회적 자본을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에요. 구조적으로 대학으로서의 구실을 할 수 없는 거죠.”

학벌은 어느 나라에나 있지 않나.

“학벌과 학력을 구별해야죠. 많이 배운 사람이 우대받는 것은 당연하지요. 독일은 모든 대학이 완벽하게 평준화돼 있지만, 미국 같은 곳은 대학의 우열과 서열이 있는 것도 맞아요. 하지만 미국에서도 하버드에 못 가고 예일에 갔다고 해서, 서울대에 떨어지고 다른 사립대에 들어간 학생이 경험하는 열등감과 불이익을 겪지는 않아요. 대학의 서열도 항상 바뀌지요. 만약 서울대의 훌륭한 교수가 지방대 교수로 간다면, 그 대학의 서열이 올라가는 게 아니라 교수 개인의 위상이 추락하는 것으로 끝나고 말아요. 세계 어느 나라에도 한 대학이 서울대처럼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곳은 없어요.”

김 위원장은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했다. 서울대 출신은 정치, 경제, 언론 등 모든 분야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고위층에 갈수록 편중현상은 더 심해진다. 국회의원의 경우 전체 299명 가운데 37.4%가 서울대 출신이다. 반면 일본 국회는 도쿄대 출신의 비율이 18.5%에 불과하고, 미국은 상원위원의 4.1%, 하원위원의 1.7%만이 하버드 출신이다.

프랑스의 경우 국가 엘리트를 양성하는 국립행정학교가 있지 않나.

“프랑스에는 국립행정학교를 비롯해 직업별로 수백개의 ‘에콜’이 있어요. 에콜은 각 분야의 최고를 길러내는 직업교육기관으로 대학이 아니지요. 학위를 하려면 대학에 다시 진학해야 해요. 또 각 에콜별로 모집인원이 수십명에 불과해요. 처음부터 하나의 패밀리, 하나의 문중이 될 수 없는 조건이죠.”

그는 대학을 ‘문중’으로 표현한다. 과거 조선 시대에는 형식적으로는 과거제도가 있었으나 실질적으로는 최상위 소수 문중 중심의 권력 배분이 이루어졌다. 그러던 것이 현대사회 들어 가족(문중)이 해체되면서 그 자리에 유사가족, 즉 대학이 들어섰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학벌 사회’가 단순한 명칭이 아니라 사회적 실체임을 자신의 경험을 들어 설명했다. “독일에서는 한국 유학생은 물론 어떤 독일학생도 자신이 다니는 학교를 ‘우리 학교’라고 하지 않아요. 그냥 이를테면 마인쯔 대학일 뿐이죠. 재미있는 것은 그러던 유학생들도 귀국해서는 금방 ‘우리 학교’를 찾는다는 것이죠.”


학벌이 국가 경쟁력을 해친다는 것은 어떤 뜻인가.

“교육이 살아야 국가 경쟁력이 살아나지요.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세계 최고라고 해요. 사교육비 투자도 세계 최고죠. 이처럼 엄청난 투자를 해서 나오는 결과는 어떻습니까? 그냥 시험선수를 기르는 것이죠. 진정한 학문적 지식이나 기술의 습득은 거기에 없어요. 시험은 기본적으로 획일적이라 전문적일 수가 없어요. 원 트랙으로 달리는 것이죠. 창의력이나 사고력이 부족해요. 모두 전공보다는 서열을 보고 대학에 가지요. 과를 불문하고 서울대가 갖고 있는 프리미엄을 보고 들어가고, 들어가서는 태반이 고시공부를 하죠. 연고대 들어간 학생은 적만 걸어놓고 다시 서울대 들어가려고 수능공부를 하고, 지방대생은 서울로 가기 위해 편입시험 치르고, 한 해 수만, 수십만명이 그렇게 해요. 이런 구조에서 정상적인 학문활동이 가능할 리 없지요.”

김 위원장은 “가장 야수적인 생존 경쟁이 가장 고상한 교육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 속에 어떤 실체가 숨겨져 있나 쉽게 알아채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개인이 이런 체제에서 발을 빼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모두가 한곳으로 달려가는데 개인이 타임아웃을 부를 수는 없는 것“이다. 학부모나, 교사나 문제는 느끼지만 어쨌든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갖게 된다. 그러나 학벌 문제가 조금씩 공론화되고 있는 것이 한 가닥 희망을 갖게 한다. “더디더라도 결국에는 이 방향으로 가지 않을 수 없다고 믿어요.”

장승규 기자 skjang@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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