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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으로 세상읽기] 진보세력, 분열해 패배할 것인가? 아니면 단결해 승리할 것인가?
이순웅 2010.01.01 1112
진보세력, 분열해 패배할 것인가? 아니면 단결해 승리할 것인가?  
[철학으로 세상읽기]

2010년 01월 01일 (금) 13:15:11 김원열(한양사이버대)  webmaster@mediaus.co.kr  


절망의 시대와 죽음

이제 한 해를 차분히 마무리하고 희망찬 새해를 맞이할 때가 되었다. 그런데 이 시대의 암울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송년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은 지난 2년간의 현실 정치에 대해 부정적으로 이야기하거나 심지어 절망적으로 바라보곤 하였다. 하긴 지난 2년간 민주적 소통조차 없이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이명박 정권의 독재를 되돌아보면 송년회의 어두운 분위기는 충분히 이해가 된다. 희망이라곤 조금도 발견하기 어려운 이 절망의 시대에 살면서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우리 사회의 수많은 문제 앞에서 절망하는 대다수 사람들은 일하며 살아가는 민중이다. 지금 이곳의 민중은 용산학살처럼 죽임을 당하거나 쌍용자동차처럼 강제로 해고될 수도 있는 매우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다. 빈익빈 부익부와 같은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민중은 삶의 희망을 빼앗긴 것이다. 희망이 없는 삶, 그것은 살아도 사는 게 아니다. 희망이 없다는 것은 마치 죽음과도 같은 삶이다.

민중보다 돈이 우선인 사회

도대체 무엇이 어디부터 잘못된 것일까? 이 땅의 민중은 자신의 노동력이 아니고는 살아갈 수 없는 사람들이다. 돈이 없기 때문이다. 돈이 있다면 생계유지를 위해 그 오랜 시간 가게에서 공장에서 고된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 용산학살과 쌍용자동차 문제의 중심에는 바로 돈의 불평등 문제가 있다. 돈이 없는 민중은 재개발 과정에서 어느 날 갑자기 생계와 주거의 터전을 잃거나 구조조정으로 직장에서 잘리면 대책이 없다. 이에 반해 돈 많은 자들은 재개발과 구조조정을 통해 더욱 많은 부당한 이익을 취한다. 이익이 된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 극단적인 이익 추구 과정에서 사람이 죽어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다.

용산학살에도 쌍용자동차 문제에도 직접 사람들에게 노동자에게 폭력을 휘두른 것은 경찰이다. 물론 경찰의 뒤에서 직접적인 물리적 폭력을 지시하는 것은 권력이다. 그 권력이란 것의 본질은 구조적으로 돈의 이해관계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다시 말해 지금의 권력이란 돈으로 생성되고 돈으로 유지되는 돈 중심의 정치인 것이다. 돈 중심의 사회를 해체하지 않고는 구조적으로 용산학살과 쌍용자동차 문제는 결코 해결될 수 없으며, 언제든 그 문제는 반복해서 나타날 수 있다.

돈의 욕망과 민중 중심의 사회

사람들은 살아있는 한 무엇인가를 욕망한다. 욕망들 가운데 돈 중심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핵심적인 욕망은 돈의 욕망이다. 그래서 인간 생활의 수단인 돈 자체가 목적이 되고 사람보다 돈이 먼저가 된다. 사람들은 돈의 욕망에 사로잡혀, 그 늪에서 허우적거리며 탈출하지 못한다. 용산학살이나 쌍용자동차 문제를 보면서도 나만은 예외일 것이라는 착각을 하게 된다. 그 생각이 착각이라는 것을 알아챘을 때는 이미 죽거나 잘리게 된다. 그렇다고 여기서 개인의 욕망을 문제 삼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돈의 욕망은 구조적으로 법적으로 제도적으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욕망이다. 그래서 돈이 중심인 사회를 구조적으로 민중이 중심인 사회로 바꾸지 않는 한, 지금 이곳의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진보라는 말은 매우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지만, 나는 돈 중심인 사회의 문제를 철저히 비판하고 민중 중심의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실천하는 것이 진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용산학살의 문제점을 철저히 비판하고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주거권을 확보하기 위한 실천, 생존의 위기에 내몰린 노동자와 함께 하며 사회적인 권리인 노동권을 지키고자 하는 실천, 분단체제에서 민족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헌신하는 실천, 이런 실천이야말로 지금 이곳의 진보인 것이다. 이 절망의 암흑시대에 살면서도 어둠을 밝히는 촛불의 희망을 분명하게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생산의 현장에서 삶의 지역에서 이와 같이 진보를 실천하는 민중 덕분이다. 민중이 있기에 미래의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분열의 절망과 단결의 희망

민중의 관점에서 보면 진보세력의 분열, 구체적으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분열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현상이다. 진보세력이 아무리 그럴 듯한 이유를 대도 민중에게는 핑계와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이명박 정권의 독재로, 그 돈의 독재로 사람이 죽어가고 생존조차 불안한 상황에서 진보세력이 분열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민중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진보를 추구하는 다양한 연대기구들이 결성된 것은 참으로 바람직한 일이다. 2010 연대, 민주통합시민행동, 시민주권모임, 희망과 대안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민중이 여기서도 또다시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진보를 지향하는 연대기구들이 이렇게 나뉘어 있는 현상이다. 참으로 민중의 요구에 충실하고자 하면 진보세력의 대단결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 절망의 시대에 유일한 희망은 진보세력이 함께 힘을 모아 돈 중심이 아닌 민중 중심의 사회를 만드는 실천이다.

지금 이곳에서 진보를 지향하는 세력에는 노동단체, 농민단체, 시민사회단체, 지역단체, 정당 등 여러 유형이 있다. 이 세력들의 긴밀한 대단결은 민중의 절박한 요구이다. 그런데도 진보의 대단결을 방해하는 가장 큰 걸림돌은 우물 안 개구리처럼 자신의 조직에만 갇혀있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민중의 절실한 요구인 진보대연합과 진보대통합을 제대로 이루어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2010년 지역선거를 앞두고 진보세력의 대연합과 대통합을 위해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모습은 매우 획기적인 사건이다.

낙관적 전망과 과감한 실천

물론 진보적 실천이 단지 선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선거보다도 근본적으로 민중에 뿌리를 내린 각종 진보적 실천이야말로 장기적으로 추구할 만한 것이다. 그래서 민중에 기초한 진보세력의 대연합과 대통합의 실천 과정은 중요할 수밖에 없고, 이 진보세력의 실천은 2010년 지역선거와 2012년 대선과 총선의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장기적으로든 단기적으로든 진보세력에게 중요한 선택의 갈림길이 놓여있다. 분열해서 패배할 것인가? 아니면 단결해서 승리할 것인가?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민중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진보세력이 계속 분열한다면 돈 중심의 사회에서 민중의 삶은 계속 추락할 것이고, 단결한다면 민중의 삶은 새로운 향상의 계기가 될 것이고 결국은 민중 중심의 사회가 될 수 있다.

생각해보자. 2010년 지역선거에서 진보세력이 단결하여 승리한다면 그것은 소중한 승리의 경험이 될 것이다. 그런데 만약 진보세력이 분열한 채 지역선거에서 패배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민중적 기초가 없이 분열을 택한 진보는 사라질 것이고, 민중적 기초가 있으면서 단결을 택한 진보는 선거의 패배를 거울삼아 진보의 대연합과 대통합을 끊임없이 추구할 것이다. 진보세력의 대연합과 대통합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이 경험은 새로운 민중 중심의 사회를 만드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다. 참으로 중요한 것은 이 절망의 시대에 몸소 밑거름이 되어 희망의 꽃을 피우는 진보세력의 낙관적 전망과 과감한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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